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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6일 11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6일 14시 12분 KST

합창하듯 산다면

웃음소리나 새소리처럼 예쁜소리를 내는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은 들어주기 힘든 소리를 내기도 했다. 악보에 없는 음을 내기도 하고 약속에 없던 박자를 창조하기도 했다. 조금 잘하는 사람이 더 크게 소리를 내어서 이끌어주고 자신 있는 부분은 더 열심히 부르고 하면서 나름 괜찮은 소리를 만들어갔다. 수십명의 목소리 중에서 가끔 틀리는 한두 명의 소리는 감춰주고 포용하기에 충분해서 관객석까지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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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있는 우리집은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창문이라도 열어 놓으면, 어떤 날엔 밖인지 안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시끄럽다는 단점도 있지만 혼자 사는 나에겐 세상 사는 여러 사람들 소리를 듣는 게 재미있을 때도 있다.

꺄르르 웃는 아이들 소리, 배달 오토바이 소리, 물건 파는 메가폰 소리들이 한데 섞이면 나름 음악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래층 작은 호프집이 문을 여는 저녁 시간이면 더 다양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우리집 창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소리가 들리면 귀를 살짝 대고 연애의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슬피 우는 누군가를 위해선 살짝 기도를 날리기도 한다.

싸움구경도 심심치 않게 하는데 듣다 보면 원인은 정말 별것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먹이 오가고 경찰차까지 출동하는 싸움들도 사소한 시비와 쓸데없는 자존심만 거두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들이 거의 다이다.

지난 주말엔 전국 교직원 합창대회가 있어서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참가를 했다.

수십명이 모여서 하나의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우리집 창문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를 나누고 각자 내야 하는 소리를 열심히 내고 있는 선생님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 살아가는 창문 밖 사람들 같았다.

웃음소리나 새소리처럼 예쁜소리를 내는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은 들어주기 힘든 소리를 내기도 했다.

악보에 없는 음을 내기도 하고 약속에 없던 박자를 창조하기도 했다.

창문 밖 사람들과 달랐던 것은 그래도 서로를 탓하거나 다투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 잘하는 사람이 더 크게 소리를 내어서 이끌어주고 자신 있는 부분은 더 열심히 부르고 하면서 나름 괜찮은 소리를 만들어갔다.

수십명의 목소리 중에서 가끔 틀리는 한두 명의 소리는 감춰주고 포용하기에 충분해서 관객석까지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다툴 이유는 아무 데도 없었다.

특히 우리는 아마츄어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잘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창문 밖 세상 사람들도 이렇게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소리를 내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서로 다른 파트를 인정해 주는 것 말이다.

설령 맘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거나 부족해 보이는 동료가 있어도 포용해 주고 감싸주면서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세상사는 아마츄어 아닌가?

특별히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는 우리도 합창처럼 살아가면 어떨까?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