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2015 국제디자인총회 미리보기-기조 연사(4) 폴 프리스트만

디자인은, 특히 제품 디자인의 경우는 더욱더,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하는 핸드폰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구형 모델이 되는 디자인은 미래에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닙니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개발에 힘쓰는 디자이너가 전 세계에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페루대학교의 경우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광고판을 개발했고, '페어폰(Fairphone)'이라는 네덜란드 기업은 모바일 기기에 필요한 광물을 공정하게 얻고 핸드폰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전종현
  • 입력 2015.10.16 09:34
  • 수정 2016.10.16 14:12
ⓒ폴 프리스트만

이제 '2015 국제디자인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광주를 방문할 수많은 연사는 지금 자신의 스피치를 다듬고 있을 텐데요. 기조연설에 참여하는 영국의 폴 프리스트만(Paul Priestman)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실제 그는 올봄 월간 <디자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015 국제 디자인 총회'에서의 기조 연설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대형 운송기기 디자인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디자인 에이전시, 프리스트만구드(PriestmanGoode)의 공동 창업자로서 폴은 어떤 영감을 줄까요? 담백하고 단호한 톤으로 말하는 그의 조언을 미리 전달해드립니다.

2015-10-15-1444907171-154144-Priestman.jpg

폴 프리스트만 PROFILE

      폴 프리스트만은 1989년 항공, 자동차, 제품, 호텔 디자인컨설팅 전문회사인 프리스트만구드를 공동으로 창립했다. 현재 여행·운송 디자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런던과 중국에 사무실을 운영 중이며, 대한항공, 런던교통국, 에어버스, 타이항공, 말레이시아항공, 루프트한자 등을 주요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리스트만 대표가 고수한 원칙은 디자인의 목적이 단순히 스타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품의 사용과 제조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는 기업에서 디자인의 중요성과 함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고의 필요성을 옹호한다.

     폴 프리스트만은 UK's TOP Creatives에 선정된 바 있고 2013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철도차량제조사인 중국 시팡(Sifang)의 CSR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이는 중국 공공기관의 주요 직책에 외국인이 임용된 최초의 사례다. 프리스트만구드는 작년 런던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15 국제디자인총회'의 대주제가 바로 '이음·Design Connects'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죠. '이음'은 제품 디자인이나 UX 디자인처럼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사이의 연결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더 큰 혁신을 위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디자인과 다른 산업 간의 연결 및 디자인 산업 내 다양한 분야의 이음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통합적 접근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깊고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저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모인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와 비즈니스, 정부, 제조업이 연결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지향적 사고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겁내면 안 됩니다.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만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분야를 넘나들며 서로 연결되는 글로벌한 접근법이 필요하고, 디자인이야말로 그 길에 앞장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디자인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기조연설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신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커다란 난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구의 급증과 구성의 변화로 도시는 과밀화되고 공간 부족, 대중교통 시스템 부족, 대기 오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과소비는 천연자원의 고갈을 부르고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죠. 정말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부르기도 한답니다.

디자인은 생활 환경과 도시를 과감하게 바꾸고 개선할 수 있으므로 디자이너는 보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는 수년간 우리 주변에서 충족되지 않는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 개발과 미래지향적 사고에로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디자인 담론을 고무하고 도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때론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죠.

이번 강연에서는 런던의 지하철 리뉴얼 프로젝트인 '뉴튜브(New Tube)'와 카타르 항공 등 수송 및 항공기 분야에서 회사가 진행한 최근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스튜디오에서 발전시킨 머큐리(Mercury) 고속열차, 무빙 플랫폼(Moving Platforms), 에어 엑세스(Air Access) 같은 아이디어도 빼놓지 않을 거예요. 에어 엑세스는 장애인의 항공 여행 같은 중요한 이슈를 공론화시킨 자체 프로젝트입니다.

디자이너는 사람이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디자이너에겐 지금 당장 마주한 문제 해결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개발 동력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의 새로운 지하철 리뉴얼 프로젝트, 뉴 튜브(New Tube)

         대표님이 공동으로 창업하신 프리스트먼구드는 대형 교통수단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프리스트먼구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며 다른 회사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의 가장 큰 자산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다는 거에요. 덕분에 분야를 넘나들며 기량을 발휘해서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 컨설팅으로 시작해 현재 핸드폰, 조명, 라디에이터, 항공기 좌석, 크루즈 선실, 호텔, 고속열차 차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디자인을 아우르고 있죠. 작은 단추든 넓은 면적의 환경 디자인이든 각각의 프로젝트는 디자인으로 더 효율적이며 나은 세상을 만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재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세계 각 지역의 문화적 감수성과 함께 호흡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클라이언트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국 런던과 중국 칭다오에 지사를 두고 있어서 전 세계 업무를 커버할 수 있답니다.

승객이 고속 열차에서 곧바로 로컬 열차로 갈아탈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 디자인, 무빙 플랫폼(Moving Platforms)

         특정 디자인 분야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오신 대표님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신진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부탁해도 될까요?

저는 디자인이 스타일뿐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동시에 운영·제조·관리에 효율성을 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디자인에서 효율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프리스트먼구드에서 진행하는 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는 수송 및 항공 분야에 속해 있고 일을 진행하면서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엔지니어, 정비팀 직원과 긴밀한 공조를 하며 승객을 위해 이용의 편의를 도모하고 디자인을 의뢰한 고객의 입장에서 효율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디자인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목적에 부합하는 디자인이 성공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디자인입니다. 오늘날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죠. 세계 곳곳에 디자인 증진을 위한 기구가 있고, 특히 영국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이나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처럼 정부가 디자인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자주 볼 수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놀라운 디자인 역량, 창의성과 함께 최첨단 제조 기술을 보유하며 혁신과 성장을 위한 플랫폼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 플랫폼이야말로 젊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자신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건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영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신진 디자이너가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로그램 중에는 RSA 학생디자인 공모전(RSA Student Design Awards), 영국 소렐재단의 국립미술·디자인 토요 클럽(National Art & Design Saturday Club), 그리고 제가 전문자문위원으로 있는 세계영디자이너협회(International Youth Designers Association) 등이 있습니다.

RSA 학생디자인 공모전 같은 경우 인턴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프로그램에 관해 최근 출간한 브리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제품·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많은 학생이 지원하기를 바랍니다.

http://sda.thersa.org/en/challenge/rsa-student-design-awards-2016/phase/rsa-student-design-awards-2016/track/project-rural-en

헬륨 가스 풍선으로 최대 8명의 승객을 태운 채 지상 30km 높이까지 올라가 지구를 조망하는 성층권 여행용 운송 기기, 월드 뷰(World View)

         이제 디자인은 다양한 변화와 외부 요인에 맞춰 점점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요. 이런 변화가 디자인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디자인, 특히 산업디자인과 수송 체계와 관련된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은 '유연성(flexibility)'입니다. 프리스트먼구드에서 작업하는 열차의 경우 향후 4~50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쪽 분야의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과 긴밀히 공조하더라도 4~50년 앞을 구체적으로 내다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재 기능적으로 뛰어나면서도 앞으로 기술 발전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퓨처 프루핑(Future-proofing)'이라고 부르는데요. 프리스트만구드가 수주하는 운송·항공 분야 프로젝트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은, 특히 제품 디자인의 경우는 더욱더,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하는 핸드폰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구형 모델이 되는 디자인은 미래에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닙니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개발에 힘쓰는 디자이너가 전 세계에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페루대학교의 경우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광고판을 개발했고, '페어폰(Fairphone)'이라는 네덜란드 기업은 모바일 기기에 필요한 광물을 공정하게 얻고 핸드폰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디자인 산업 차원에서 일반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란 결국 지속가능한 행동 모델을 권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저희는 회사 부스에 'Bright Ideas to Make Life Better'라는 전시를 기획했었습니다. 그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난제에 대한 창의적 솔루션을 세계 각지에서 모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다음 URL을 찾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www.brightideastomakelifebetter.com

장애인의 항공 여행을 위한 좌석, 에어 엑세스(Air Access)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재정적인 면과 직업 안정성이 약해지는 추세입니다. 요즘 등장한 디자인의 민주화'도 한몫하는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방금 하신 말씀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의 민주화' 즉, '제조자 운동(maker's movement)'은 패션이나 공예 같은 일부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술의 발전과 개발이 가져오는 산업 내 변화가 디자이너에게 창의적 사고를 통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자극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엠브라에르(Embraer) E2 제트기 인테리어 디자인

         다학제적 접근법은 이번 총회의 주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디자인에 있어 적합한 다학제적 접근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학제적 접근법은 혁신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 저희 회사 내에도 디자인, 소재 연구, 브랜딩, 시각화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전담 부서를 마련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디자이너와 그들의 클라이언트, 엔지니어, 제조사 등이 다학제적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며, 다학제적 접근법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접근법 또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폴 프리스트만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thedesigncracker@gmail.com

2015-07-24-1437706437-1806767-idc_poster_1_Page_2.jpg

2015 국제디자인총회

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www.2015idc.org

일시     2015년 10월 17일-2015년 10월 23일

장소     광주광역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과 광주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는 세계 디자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국제단체들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30여 개국, 3,000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