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치킨배달 중 교통사고 당한 복싱선수

키 181㎝의 건장한 체구인 김학구(24) 선수는 지난해 프로 복싱 테스트를 통과했다. 슈퍼웰터급에 출전해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곧이어 프로 데뷔전도 치렀다.

김 선수는 2∼3년 연습해야 딸 수 있는 주짓수 '블루벨트'도 보유할 정도로 격투 종목에서 재능을 보였다.

대다수 복싱선수가 그렇듯 프로가 된다고 해서 밥벌이 걱정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김 선수도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올해 초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4월부터 암투병으로 병상에 누웠다. 가뜩이나 좋지 않던 가세는 더 기울었다. 누나가 한 명 있지만 가계의 생계를 이어야 하는 건 김 선수의 몫이었다. 권투 글러브를 잠시 내려놓았다.

10월 5일. 치킨가게를 연 지인의 요청으로 배달일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김 선수는 오후 9시께 인천시 남동구 도림삼거리에서 회색 쏘렌토 차량과 충돌했다.

김 선수의 오토바이는 도림주공아파트에서 논현동 방향으로 직전했고, 쏘렌토 차량은 논현동에서 도림고등학교 방향으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

뛰어난 운동신경도 순식간에 닥친 사고를 피해 갈 수는 수 없었다. 공중으로 치솟은 김 선수는 곧 바닥에 곤두박질했다.

119구조대에 의해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두개골이 함몰되고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코뼈와 왼쪽 다리도 모두 으스러졌다.

"나 잘못 안했어. 억울해. 나 신호위반 안했어"

대수술 후 5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은 김 선수의 첫 마디였다. 이후 김 선수는 사고 당시 기억을 모두 잃었다.

김 선수가 병원으로 실려간 다음 날 새벽 암수술을 받고 회복한 어머니는 병원을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충격을 받을 어머니 걱정에 김 선수의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김 선수의 누나는 15일 "어머니는 아들이 다리를 다친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평생 운동만 한 동생이 돈을 벌어볼 거라고 나섰다가 그만… "이라고 울먹였다.

경찰은 당시 현장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한동안 사고 원인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 도로변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지만 1주일이 넘도록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쏘렌토 차량을 뒤따르며 운행 중이던 한 차량 운전자가 플래카드를 보고 경찰에 연락했다.

이 운전자는 경찰에서 "쏘렌토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을 한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쏘렌토 운전자 A(52)씨를 다시 소환해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A씨는 앞선 조사에서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 관계자는 "목격자의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일단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쏘렌토 운전자를 다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복싱선수 #치킨배달 #교통사고 #배달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