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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적인' 필리핀에서 LGBT가 겪는 위험들

필리핀은 LGBT 이슈에 있어 동남아에서 가장 ‘관용적인’ 국가에 속하지만, 진정한 평등과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활동가들은 말한다.

이 기사는 동남아의 LGBT 커뮤니티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활동가들의 용감한 행동을 조명하는 동남아 LGBT 인권에 대한 10편 시리즈의 두 번째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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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제니퍼 로드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필리핀 올롱가포의 모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모텔 직원이 그녀가 알몸으로 변기 끄트머리에 머리를 기댄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해병 조셉 스콧 펨버튼은 그녀를 목 졸라 죽였다고 8월에 자백했다. 19세인 그는 법정에서 로드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게 된 후 ‘구역질이 났으며 강간 당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 두려움 때문에 자기 방어를 위해 그녀를 ‘제압’한 것이라 말했다.

그는 나중에 다른 해병에게 “내가 그/그녀를 죽인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LGBT 활동가 코키 호프 마라난은 작년 AP에 이 사건은 그녀가 본 중 최악의 증오 범죄라고 말했다. 그녀는 “너무나 끔찍하다.”고 했다.

2015년 2월 23일. 필리핀 올롱가포의 시위자들이 ‘제니퍼 로드를 위한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로드는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목을 졸랐다’고 말한 미국 해병에게 살해 당했다.

로드가 죽은 지 불과 몇 주 뒤, 55세 트랜스젠더 여성 메리 조 아뇨누에보가 필리핀 루세나에 있는 자신의 바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아뇨누에보는 칼에 33회 찔렸다.

필리핀은 전세계에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이 가장 심했던 나라 중 하나다. 전세계 트랜스 혐오증 사건을 모니터하고 분석하는 TvT 프로젝트에 의하면, 2008년 이후 필리핀에서 트랜스젠더 29명이 살해 당했다. 이것은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며,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트랜스젠더 살인 사건이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치는 훨씬 높을 것이라 말한다.

필리핀에서 폭력을 겪는 LGBT 집단은 트랜스젠더들만은 아니다. U.N. 개발 프로그램과 미국 국제 개발 기구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상반기에만 ‘28건의 LGBT 관련 살인 사건’이 있었다. 이 충격적인 통계 수치는 가톨릭이 지배적인 필리핀에서 LGBT 커뮤니티가 겪고 있는 소외와 학대를 보여준다.

표면상으로는 필리핀은 ASEAN 국가 중에서는 LGBT 커뮤니티에 대해 ‘진보적인’ 나라로 보일 수 있다.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며, 케손, 세부, 다바오 등에서는 최근 반 차별 법령(LGBT인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더 광범위한 대상도 포함한다)이 통과되었다. 2009년에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임을 공공연히 밝힌 남녀의 군복무를 막는 제한이 폐지되었다.

퓨 연구소가 2013년에 낸 LGBT에 대한 전세계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보고서에서, 필리핀인 70% 이상이 동성에가 ‘사회적으로 용납되어야 한다’고 대답해, 필리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호주 다음으로 ‘관용적인’ 국가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마닐라에서 국제 게이와 레즈비언 인권 위원회와 함께 활동하는 깅 크리스토벌은 ‘관용도는 높지만 진정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허핑턴 포스트에 말했다.

전국적으로 LGBT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제도는 거의 없다.

2015년 6월 17일, LGBT 운동이 활발한 마닐라에서 프라이드 마치에 참가한 사람들이 깃발을 휘두르고 있다.

동성 결혼에 대한 논의 역시 논란 거리가 되었다. 가톨릭 교단과 보수 집단들이 결혼 평등에 대해 격렬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2011년 필리핀 가톨릭 사제 회담에서는 ‘교회는 동성 결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며 LGBT가 되는 것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U.N. 개발 프로그램과 미국 국제 개발 기구의 보고서에 의하면 ‘결혼할 권리가 없는 필리핀의 LGBT들은 동성 기혼 커플에 비하면 정말 여러 가지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동성 혹은 트랜스젠더-이성애자 커플들은 기혼 및 미혼 이성 커플이 누리는 문병, 감옥 면회, 의료 및 매장 결정, 공유 재산 이전, 양육권, 보험 혜택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싱글인 LGBT는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반면, 동거하는 LGBT 커플은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

보고서는 필리핀에서 LGBT 활동이 활발하며, ‘LGBT 필리핀인들에 대한 인지가 높아지고 있’지만, 필리핀 LGBT 커뮤니티의 상당수가 아직도 차별, 폭력,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의 LGBT 활동가들은 최우선 순위는 전국적인 반 차별법 시행이라고 말한다.

LGBT에 대한 법적 보호의 부재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크리스토벌은 말한다.

“더 좋은 취업 기회, 더 나은 교육과 주거를 누릴 기회를 제한한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LGBT 환자를 진료할 장비와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 역시 문제가 된다. HIV 검사를 받기도 힘들고, 관련된 의료 서비스도 제한되어 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제니퍼 로드의 살인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LGBT 인권 활동가들은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펨버튼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함을 낮추기 위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패닉을 얼마든지 핑계로 댈 수 있다. 만약 그가 로드가 자신을 속여서 폭력적이 되었다고 판사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면, 그는 최고 28년형까지로 형을 낮출 수 있다. 그것은 필리핀의 트랜스젠더 피해자들에게 명백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네 탓이다’라고 말이다.” 슬레이트의 마크 조셉 스턴이 8월에 쓴 글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Dangers Of Being LGBT In ‘Tolerant’ Philippin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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