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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가 가장 고도로 진화한 고등동물?

최근 문어의 게놈 연구결과가 네이처 잡지에 발표되었다. 그 결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사실들이 알려졌는데, 문어의 게놈이 인간만큼이나 크며 신경세포의 발달과 상호조절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숫자는 포유류의 두 배에 달하고 단백질코딩 유전자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한다. 문어가 유전학적으로 사람만큼 발달한 고등생물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다. 한자 이름 '文魚'가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뜻이니 문어가 똑똑한 것은 고대 사람들도 알고 있었나 보다.

  • 장재연
  • 입력 2015.10.16 12:42
  • 수정 2016.10.16 14:12

바다생물 이야기 2. 바다의 천재, 문어(Octopus)

최근 문어의 게놈 연구결과가 네이처 잡지에 발표되었다. 그 결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사실들이 알려졌는데, 문어의 게놈이 인간만큼이나 크며 신경세포의 발달과 상호조절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숫자는 포유류의 두 배에 달하고 단백질코딩 유전자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한다. 문어가 유전학적으로 사람만큼 발달한 고등생물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다.

한자 이름 '文魚'가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뜻이니 문어가 똑똑한 것은 고대 사람들도 알고 있었나 보다. 문어는 아주 복잡한 미로의 길을 찾아가고 먹이가 들어있는 병마개를 열 줄 안다. 그래서 문어가 개나 고양이만큼 똑똑할지 모른다는 말도 있었지만, 설마 했었다. 문어는 연체동물로서 무척추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척추동물, 그중에서도 최상위 진화종인 포유류에 비해서는 지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논리적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연구결과가 놀라운 것이다. 연구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외계인의 게놈을 연구한 것 같았다고 비유를 할 정도였다. 문어는 바다의 천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데이 옥토퍼스 (Day Octopus) ⓒ장재연

실제로 바다 속에서 문어를 만나보면 정말 똑똑한 생물이구나 하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문어는 주변에 위협적인 요소가 있다고 느끼면 몸의 색깔과 모습을 즉각 바꾼다. 마치 영화에서 지명수배자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변장을 하는 것을 보는 것 같은데, 시간이 채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은폐에도 매우 뛰어나다. 바위처럼 보이게 하는 등, 생명체가 아닌 척 능청을 떨기도 한다. 한마디로 위장의 천재다.

눈을 질끈 감고 '나 문어 아니다' 라고 하는 것 같다 ⓒ장재연

하얀색 바위처럼 변신해서 문어인지 알아보기 극히 어렵다 ⓒ장재연

문어 중에서도 모습을 가장 다양하게 바꿀 줄 아는 것은 미믹 옥토퍼스(Mimic Octopus, 흉내 문어)다. 이런 특별한 종류의 문어가 있다는 사실은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미믹 옥토퍼스는 모래구멍에 숨어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주변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 수십 가지를 흉내 낸다. 독이 있거나 강력한 포식자의 모습을 흉내 낼 때도 있고, 영악하게도 자기를 공격하는 생물에 맞춰 그 생물이 가장 무서워하는 천적 모습을 흉내 내기도 한다. 그걸 어떻게 아는지, 고도의 지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미믹 옥토퍼스 (Mimic Octopus) ⓒ장재연

미믹 옥토퍼스의 흉내 내기 ⓒ장재연

미믹 옥토퍼스와 생김새만이 아니라 서식지까지 비슷해서 간혹 혼동을 일으키는 종류가 원더퍼스 옥토퍼스(Wonderpus Octopus 또는 Wunderpus)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2006년일 정도로, 바다생물계의 신인이다. 미믹 옥토퍼스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색깔과 다양한 포즈로 데뷔하자마자 수중사진가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문어다.

원더퍼스 옥토퍼스(Wonderpus Octopus), 춤추는 발레리나 같다 ⓒ장재연

색깔이 변하는 문어로 특히 아름다운 것은 블루 링 옥토퍼스(Blue-Ringed Octopus, 파란고리 문어)다. 크기가 10cm 정도로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색깔이어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손가락으로 살짝 물결을 보내 자극하면, 온 몸에 파란색 고리모양의 무늬가 나타난다. 온순하고 도망가기 바쁘지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어 물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 바다생물은 해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먼저 위해를 가하거나 건드리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우습게보고 손으로 건드렸다가는 최소한 며칠 동안 고통을 겪어야 하는 바다생물은 엄청 많다. 바다 속에서는 자기 몸을 위해서도 '손 조심'이 필수 예절이다.

블루 링 옥토퍼스(Blue-Ringed Octopus), 평상시(위)와 발색 했을 때(아래) 모습 ⓒ장재연

문어는 뼈가 없는 연체동물이다 보니, 좁은 공간에도 큰 몸을 우겨서 들어가 숨을 수 있다. 코코넛 옥토퍼스(Coconut Octopus)는 맨몸으로 다니다가도 숨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양 다리로 조개 또는 비슷하게 생긴 것 뭐든지 두 쪽을 집어서 포개면서 그 속으로 쏙 들어가 숨기도 한다. 도구를 쓸 줄 아는 것이다.

코코넛 옥토퍼스(Coconut Octopus)가 조개를 사용해 위장하는 모습 ⓒ장재연

문어는 유사한 종인 오징어와는 달리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고 개별 행동을 한다.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 문어가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이 관찰된다고 한다. 왜 높은 지능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할까?

암컷 문어는 수천, 수만 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은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키고 관리를 하다가, 새끼들이 부화하면 목숨을 다한다. 어쩌면 수컷 문어는 암컷이 수정 후에 먹이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자기 몸을 식량으로 바친 것인지도 모른다.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후손들을 위한 자발적 희생일 수 있다.

문어의 알, 주머니에 담긴 모습으로 낳는다 ⓒ장재연

우리가 동물의 지능과 감정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극히 적은 것은 분명하다. 혹시 문어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낄 줄 알지도 모른다.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동물 생명의 존엄권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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