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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3일 10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3일 14시 12분 KST

스노든과 카카오톡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도 마찬가지다. 이 논란엔, 권력기관의 사찰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립에 더해, 새로운 기술과 이전 법제도 사이의 모순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법과 제도로 풀 일이다. 검찰과 기업주가 타협해서 정할 일이 아니다. 스노든은 폭로를 결심한 뒤 그린월드에게 보낸 익명의 메일에 이렇게 썼다. "더 이상 인간의 신뢰에 대해 말하기보다,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암호의 쇠사슬로 속박하자." 그린월드가 기사에 자주 인용했던 토머스 제퍼슨의 다음 말을 살짝 바꾼 것이었다. "권력의 문제에서 더 이상 인간의 신뢰에 대해 말하기보다,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헌법의 쇠사슬로 속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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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기관의 사찰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공방이 시들해지나 싶더니 이내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 재개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이게 일회적 사건들의 우연한 연속은 아닐 거다.

2003년에 출간된 <조작된 공포-세계 정보기관의 진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제3세계 독재국가들이 민주화된 뒤, 냉전이나 독재 유지에 복무했던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어떻게 변신해 살아남았느냐를 다룬다. 그 책의 서문은 이런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는 아무도 은퇴하지 않는다. '올드보이'란 없다." 영국 정보기관원 출신 소설가 존 르카레의 말이다. '은퇴하지 않는' 이 기관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출구를 찾았고, 그에 따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예산이 중앙정보국(CIA)을 넘어섰고, 시아이에이도 대테러 전쟁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됐다고 책은 말한다. 다른 국가의 정보기관 역시 '테러 방지'를 매개로 미국 정보기관과 종횡으로 엮이면서 서로의 존재 이유를 부풀려가고 있다고 했다.

10년 지난 2013년 전 국가안보국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국가안보국이 총력을 기울인 건 전세계 인터넷과 통신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과 해킹이었다. 테러 방지가 목적이라면서 독일 메르켈 총리를 3년간 도청했고, 브라질 에너지 회사를 도청해 산업정보를 빼냈다. 이런 일에, 미국의 우방국 정보기관이 협조했다. '은퇴하지 않고', 아니 은퇴하기는커녕 더 과감하고 더 대대적인 방식으로 그들은 사찰과 감시를 벌여왔다. '감시국가'니, 조지 오웰의 < 1984년 >이니 하기 이전에 정보기관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라도 권력의 감시와 사찰은 지속, 혹은 확대될지 모른다.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한 기자 글렌 그린월드가 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를 보면 미국에선 부시 대통령 집권 당시, 애국법 이후 만들어진 국가안보국의 감시 프로그램을 민주당원의 37%, 공화당원의 75%가 지지했다. 그랬는데 오바마 대통령 집권 뒤엔 민주당원의 64%, 공화당원의 52%가 지지했다. 민주당원은 자기편이 집권하니까 정보기관의 사찰에 대한 경계심이 적어지고, 공화당원은 그 반대가 된 거다. 사찰은 전지구적으로 커지는데, 사찰에 대한 경계심은 이렇게 허약한 것이라니.

시대적 추세와 관계없이, 정보기관이든 수사기관이든 권력기관은 본능적으로 편법은 물론이고 들키지만 않는다면 위법까지 무릅쓰고서라도 더 많은 정보를 거머쥐려고 할 거다. 1995년 말 5·18 내란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검찰은 증언을 거부하던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입을 열 무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전씨 쪽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최씨 쪽 계좌를 슬그머니 끼워 넣어 논란을 빚은 일이 있다. 당시 여론이 검찰 수사를 지지하고 있었던 탓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이런 게 수사기관의 속성이다. 그렇게 보고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민주주의다.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도 마찬가지다. 이 논란엔, 권력기관의 사찰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립에 더해, 새로운 기술과 이전 법제도 사이의 모순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법과 제도로 풀 일이다. 검찰과 기업주가 타협해서 정할 일이 아니다. 스노든은 폭로를 결심한 뒤 그린월드에게 보낸 익명의 메일에 이렇게 썼다. "더 이상 인간의 신뢰에 대해 말하기보다,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암호의 쇠사슬로 속박하자." 그린월드가 기사에 자주 인용했던 토머스 제퍼슨의 다음 말을 살짝 바꾼 것이었다. "권력의 문제에서 더 이상 인간의 신뢰에 대해 말하기보다,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헌법의 쇠사슬로 속박하자."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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