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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3일 06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3일 14시 12분 KST

'전공마저 사교육 받는 길들여진 대학생'에 대한 반론

성균관대의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공 관련 사교육을 받은 학생 중 상경계열과 어문계열이 각각 45%와 43%였다. 특정 전공에 기형적으로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상경계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원인은 자명하다. 고시를 통과하거나 금융•회계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경영학과 경제학을 함께 전공한 나는 그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친구들을 학창 시절 숱하게 봐왔다. 휴학하고 학원에 다니는 이부터 인터넷 강의를 찾는 이까지 다양했고, 그들은 입을 모아 '학교 수업은 시험 대비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 대학 수업보다 사교육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어문계열 학생들의 사교육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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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사교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간간이 오가는 요즘이다. 성균관대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7%가 대학 입학 후 사교육을 받은 바 있고, 사교육을 받은 이들 중 38.9%는 전공과 관련된 사교육을 받았다. 이 내용이 기사화되자 여론은 대체로 한목소리에 수렴했다. 전공마저 사교육에 의존하는 요즘 대학생을 한탄하는 투였다. 같은 주제를 다룬 몇몇 기사는 아예 제목에서 '의지한다', '길들여졌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난 그와 같은 시선에 썩 공감하지 못한다.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위해서는 '누가 어떤 계기로 사교육을 받는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균관대의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공 관련 사교육을 받은 학생 중 상경계열과 어문계열이 각각 45%와 43%였다. 특정 전공에 기형적으로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상경계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원인은 자명하다. 고시를 통과하거나 금융•회계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경영학과 경제학을 함께 전공한 나는 그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친구들을 학창 시절 숱하게 봐왔다. 휴학하고 학원에 다니는 이부터 인터넷 강의를 찾는 이까지 다양했고, 그들은 입을 모아 '학교 수업은 시험 대비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 대학 수업보다 사교육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어문계열 학생들의 사교육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전공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어문계열 학생들도 토익, 토플을 위시한 영어점수와 각종 외국어 자격증을 중시한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더 중시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학시험을 대비하는 데 유용한 수업은 대학 과정에 개설되지 않기에 각자 해결해야 하고 이는 자연히 사교육 비중을 높인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전공마저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말하는 건 성급하다. 모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대부분은 각종 시험과 어학점수 등을 위해 사교육을 찾은 것이니까. 상경계열 학생 중 고시 과목이 아닌 인구경제학, 노동경제학 등을 사교육받는 이는 없다.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 중국희곡선독, 독일문학사 등을 사교육받는 어문계열 학생도 없다. 대학생 사교육은 고시, 자격증, 어학점수 등과 관련한 수업에만 집중되어 있다. 단지 누군가에겐 전공이고 누군가에겐 아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본질은 '취업 대비'로 다 똑같다.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학습능력이 결여된 요즘 대학생들은 전공마저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진단하는 건 부당하다. '의지한다', '길들여졌다' 등의 단정적 어투로 기사 제목을 뽑는 것 또한 기만적이다. 그보다는 왜 사교육이 대학생들에게마저 파고들었는지를 따져보는 게 옳고, 난 그 원인이 그들의 나약함이나 수동성보다는 환경에 있다고 본다. 취업난, 고시대란, 스펙전쟁 같은 것들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공부는 입시, 취업, 승진을 위한 것으로 한껏 축소되었다. 각 대학에서 줄을 잇는 통폐합의 흐름이 그를 반영한다. 눈여겨볼 점은 해당 전공의 교수, 재학생, 졸업생 외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예비 대학생과 학부모는 차라리 통폐합하고 상경계열, 공학계열 정원이나 늘려달라는 분위기다. 공부의 의미가 이토록 바뀌어 간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생 사교육을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의 미숙함으로 치부해 손가락질하는 것이 대체 무슨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겨레에 <대학생 사교육에 대한 다른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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