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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2일 10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2일 14시 12분 KST

정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자가당착인 이유

단편적 사실을 암기하고 주입하는 교육을 더 이상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재구조화한 것이 바로 지난 9월 고시한 2015개정 교육과정이다.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국정화된 내용을 진리처럼 주입시키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2015개정 교육과정 정신과 정면 모순된다! 이제 역사 과목을 포함해서 어떤 교과서도 단편적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하지 못하도록 이번에 교육과정을 바꾸었다.

연합뉴스

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애플 교수 긴급 가상 인터뷰' 그리고 2015개정 교육과정

글 | 이찬승(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목차

1. 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과 마이클 애플의 방한

2. 애플의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적 시각

3. 비판적 교육학 시각에서 한국의 학교교육 바라보기

4.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는 2015개정 교육과정을 부정하는 것!

5.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에 대한 답변이 주는 시사점

6.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자가당착이며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해

1. 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과 마이클 애플의 방한

정부와 여당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 진영들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아래 인용 내용은 이에 반발하는 일부 일간지 사설/기사 제목이다.

"야 '국정교과서는 역사 쿠데타'...정기국회 보이콧 경고"(경향신문 10/9)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무능·불량 우파'의 폭거"(한겨레 10/10)

"임기 내 밀어붙이는 '박근혜 교과서'...'시민 불복종' 불 붙는다"(한겨레 10/12)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어떤 의미를 갖기에 이렇게 목숨이 걸린 듯이 싸우는 걸까? 이런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이 타당한가? 바로 이런 시점에 학교교육에서의 교육과정(교과서 포함)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비판적 문제의식의 틀을 제공하는 세계적 사상가 한 사람이 한국을 방문한다. 다름 아닌 마이클 애플(Michael Apple)이다. 현재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석좌교수인 그는 교육학자가 되기 이전에 그는 교사였으며 교원노조의 대표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교육을 정치적 맥락 속에서 통합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비판적 교육학계의 대표적 인물이며 진보적 지식인의 한 사람이다. 그가 쓴 『IDEOLOGY AND CURRICULUM』(1979, 한국어판 제목 『교육과 이데올로기』는 지난 100년 동안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책 20권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는 급진적 평등주의자(egalitarian)이며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9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교조 지지 발언으로 안기부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의 사회 개혁 철학은 <배려, 사랑, 연대>란 가치를 바탕으로 불평등 해소, 사회정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한국사 국정·검정 논쟁의 배경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교육학의 관점에 서서 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비판적 교육학이란 어떤 것인가?

2. 애플의 비판적 교육학적 시각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은 교육의 역사적, 사회적 제반 문제에 대한 이념적 비판을 기반으로 한 교육철학이자 사회운동이다. 이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중요시하며 교육의 사회적 조건을 이념 비판을 통해서 적발해 내는 일을 핵심적 과제로 삼고 있다. 마이클 애플이 편저자인 『비판적 교육학과 공교육의 미래』(2011, 원미사)의 저자 서문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는 현재 한국의 학교교육에 대해 비판적 교육학이 해야 할 역할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와 강한 국가를 추구하는 신보수주의의 동맹세력이 맹렬한 기세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한편에서 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민주주의의 의미 자체를 재구성하면서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통한 지식으로 알려진 것에 대한 이의 제기를 철저히 배제한다. 이러한 개혁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의 파괴다. 따라서 교육의 주요 질문들, 즉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누구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인가, 그 지식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그리고 교육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등 일련의 물음에 대한 의미를 편파적으로(자기방식대로) 재편하려는 오늘날의 흐름에 저항하기 위해 비판적 교육학은 이론적·개념적 도구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애플은 자신의 여러 저서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지배 집단이 한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어떻게 교육을 이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아래 내용은 애플의 대표 저서 『교육과 이데올로기』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이는 이번 한국사 교과서 발행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이해의 기반을 제공해줄 것이다.

학교는 새로운 세대를 자본주의 경제에 적절하도록 준비시킬 뿐 아니라 자본가와 지배자들의 문화를 전달한다.

학교제도는 현존하는 지배문화의 주요한 분배자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배문화에 적합한 의미와 가치관을 가르침으로써 현존하는 경제적 문화적 체제와는 다른 체제의 존재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학교교육은 중립적이라는 환상과는 달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성격을 띤다.

학교는 특정 집단의 지식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의미를 통제한다.

학교는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규범과 성향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한 사회의 가장 강력한 계층의 이념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는데 적합한 잠재적 교육과정을 가르친다. 재생산이론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데올로기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안정은 기존의 사회질서를 지배하는 원리와 일상적인 규칙을 깊이 내면화시킴으로써 유지된다.

우리가 학생들을 다루고 그들과 우리들의 활동의 성공과 실패를 규정할 때 사용하는 범주들은, 사회적인 가치판단 과정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행위를 계획하고 체계를 세우며 평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원리는 ― 성취, 성공과 실패, 훌륭한 학생 혹은 열등한 학생 등의 개념 ― 사회적, 경제적 구성물이다. 그것은 무엇이 좋은 행동이며 무엇이 나쁜 행동인가를 규정하는 사회적 규칙을 적용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학생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작동시키는 강력한 메카니즘이 되고 있다.

(출처: 『교육과 이데올로기』 1985, 한길사 발행)

학교교육에 대한 애플의 이런 시각은 지나친 비판이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아래와 같이 말할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나 유신체제 하에서의 학교라면 몰라도 지금의 한국 학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유가 주어져 있다. 학생의 인권, 자유학기제 도입, 개인선택 중심 고교 교육과정의 도입 등, 현재의 학교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자유로워졌으며 매우 당연한 것이며,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다."

언뜻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학교와 학생에 대한 자율성이 겉모습과 문서상으로는 과거에 비해 신장된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질적인 자율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학교는 통제와 억압이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가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3. 비판적 교육학 시각에서 한국의 학교교육 바라보기

지금의 학교제도는 보기에 따라 무척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길도 막혀 있지 않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학교제도는 정상이 아니다. 배움이란 용어는 대입시 준비란 뜻으로 대체되었고, 성공이란 용어는 경쟁에서의 승리와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로 세속화되었다. 그리고 개인과 학교를 끊임없이 경쟁하게 했다. 이로 인해 서로 돕고 성공의 열매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은 소멸되었다. 이런 학교제도를 유지시키는 힘은 무엇인가? 그 중심에 누가 서 있는가? 오늘날의 학교의 비정상성을 조금 더 살펴보자.

누구나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배움의 성과와 성공이 오직 표준화 시험 성적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표준화 시험 성적이 낮으면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그래서 표준화 시험 성적이 낮은 수많은 아동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이 살아간다. 이들은 자신감을 일찍이 잃고 무력감, 좌절 그리고 분노만 가득히 쌓다가 학교를 떠난다. 각자에게 숨은 재능을 발굴하기보다는 학교교육은 그 싹을 죽인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학교교육의 모습이다. 이런 학교체제를 이대로 유지시키는 것 자체가 억압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 표준화 시험과 권위적인 학교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표준화 시험을 통해 학교교육의 효과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아동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표준화 시험은 진정한 교육을 방해하고 경쟁을 강화하는 주범이다. 이것이 주는 스트레스가 아동의 심신의 건강을 크게 해치고 삶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그리고 표준화 시험은 사교육을 번창시키는 주요 요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책무성 관리란 명분으로 표준화 시험은 강고히 유지된다. 표준화 시험을 없애고는 학교를 유지시킬 지혜와 자신감도 없는 듯하다. 학생들에 대한 억압적 기재는 이 외에도 많다. 아직 학교생활의 곳곳에 남아 있는 권위적인 문화가 좋은 예다.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에서 그렇다. 교사는 아직도 교단의 현자로서 군림하고 있으며 지식의 권위적 전달자의 지위를 내려놓기를 꺼려하거나 두려워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나 사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을 받아들일 자유만 있다. 철저히 수동적 존재인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옳고 그름과 선과 악에 대한 기준도 학생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되고 강권된다.

또 한편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자유가 부족한 점도 학교교육의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중고교에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자유가 어느 정도 주어져 있는가?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과탐과 사탐을 통합교과로 개발하기로 할 때 학생들에게 한 마디라도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 완전히 국가적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대한 교사들의 묵시적 동의도 학생을 중심에 둔 동의였을까? 아니면 수업 파행을 막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 교사중심의 이해가 우선적으로 작용한 동의였을까? 후자의 요인이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찬반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교육 선진국은 교육과정 개발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충실히 듣고 반영하는데 왜 한국은 국가가 주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가? 비판적 교육학에서 말하는 억압적 요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의 학교교육은 무엇이 좋은 행동이고 무엇이 나쁜 행동인지에 대해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가 이를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따르게 하고 있다. 교실은 시끌벅적하면 안 되고 수업 내내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조용히 앉아 있는 아동이 착한 학생이라고 길들이고 있다. 인성교육법의 제정도 대표적인 예다. 정작 어른들은 좋은 인성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지 못하면서 아동의 인성만을 법까지 동원하여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 아동의 인성교육은 어른의 모범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지 교육을 통해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인성교육 법제화를 애플은 어떻게 볼까? 이를 의도적이든 아니든 현재의 사회질서를 학생들에게 내면화시키는 과정으로 볼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고교에서 시행되는 9단계 상대평가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9단계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는 1, 2등급이 배출되기 위해서 반드시 성적이 낮은 다수의 아이들이 같은 그룹에 속해주어야 한다. 아이들 용어를 빌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잘 하는 아이들의 '깔창'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선택하라고 하면 이 학교는 1, 2등급을 획득하는 숫자가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학교에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해 줄 것에 대한 무언의 압력과 기대가 있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비판적 교육학에서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본다. 물론 비판적 교육학에 대한 비판도 있다. 종속적, 도구적, 수동적 교육관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의 자율성이 너무 강조되면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다.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기 위해서 사회화는 필요하다. 문제는 누구를 위한 사회화이고, 어떤 사회화이어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가치와 진보적 가치에는 적절한 긴장과 균형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가 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굳건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학교가 개인적 욕망 충족을 위한 무한 경쟁의 장이 된 것조차 불가피하다고 믿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점을 애플은 어떻게 생각할까.

[주] 위의 애플 교수와의 가상 인터뷰 내용은 자신의 저서에 나타난 견해와 철학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나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며, 애플의 견해를 잘못 이해했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가상 인터뷰 구성자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 둠.

애플의 가상 답변 외에 독자 여러분들의 답변을 댓글을 통해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의 학교교육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학교교육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는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교육계가 던져보아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다. 교육의 기능에 대해서는 우파와 좌파의 견해차가 매우 크다. 우파적 시각의 대표적인 것이 시장주의 원리로 교육을 관리하는 것이다. 경쟁, 선택, 책무성 등이 대표적인 수단이다. 한국의 보수 정권들이 선호하는 교육개혁 전략이다. 한편, 앞에서 인용을 통해 소개한 애플의 학교교육에 대한 분석은 전형적인 좌파적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우 학교교육은 대체로 우파적 시각에서 관리되어 온 면이 크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에서 인용한 애플의 견해는 현재 한국의 학교교육의 기능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위해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래야 균형을 갖춘 시각으로 학교교육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적 가치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현재의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치 방향추(pendulum)를 반대 방향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현 정권이 이 점에 대해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집권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사를 국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검정화하는 것이 낫다! 나아가 민주적 의사소통과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를 주창한 혁신학교 모델을 전국의 학교로 확대하는 일에 앞장서보라. 그렇게 되면 보수적 유권자들까지 가세해서 진보적 교육감을 13명씩이나 뽑지 않을 것이다.

4.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는 2015개정 교육과정을 부정하는 것!

정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심한 자가당착이다! 왜 그럴까? 정부는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아직 이성이 다 발달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비뚤어진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은 비교육적이고 위험하다는 논리를 편다. 교과서를 바라보는 이런 관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겠다. 하나는 역사 교육이란 '교과서 내용을 주입하는 것'이란 낡은 통념에 빠져 있다. 교과서에 대한 시각, 역사교육의 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단편적 사실을 암기하고 주입하는 교육을 더 이상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재구조화한 것이 바로 지난 9월 고시한 2015개정 교육과정이다.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국정화된 내용을 진리처럼 주입시키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2015개정 교육과정 정신과 정면 모순된다! 이제 역사 과목을 포함해서 어떤 교과서도 단편적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하지 못하도록 이번에 교육과정을 바꾸었다. 낱개의 단편적 지식들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big idea)를 가르치고 배우도록 교육과정을 전면 재구조화했다. 매우 의심스럽다. 교육부가 불과 한 달 전에 모든 교과를 핵심원리 중심으로 교수학습하기로 한 교육과정을 고시하고도 역사 교육이 마치 단편적 지식 습득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 양 착각하고 있다. 이는 자가당착이고 모순이다. 모든 교과목에 빅 아이디어 즉 핵심 원리(big idea)와 핵심 질문(essential question)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최근 고시된 2015개정 교육과정은 모든 교과목을 핵심 개념과 핵심 원리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각 단원의 설계는 그 단원의 핵심 원리와 핵심 질문을 제시하고 학습활동은 이 두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추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핵심 질문(예: 모든 역사는 왜곡되어 있는가?)은 아래와 같은 성격을 갖게 된다.

특히 2015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서의 내용을 주입하는 교육은 이제 종지부를 찍자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젠 교과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를 도출하고 이런 원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핵심질문을 도입하기로 되어 있다. 지금 국사 교과서의 발행방식을 둘러싼 양 진영의 논쟁은 어떤 역사적 해석을 일방적으로 주입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젠 모든 교과서 각 단원 맨 앞에는 핵심 질문(essential question)이라는 열린 질문(open question)이 주어진다. 낱개의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서술되어 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모든 수업은 낱개의 사실을 통해 드러나는 핵심 원리이자 핵심 개념을 익히는 것으로 전환된다. 이번 교육과정이 그런 쪽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열린 질문을 통해 복수의 답, 복수의 관점을 도출한다.'는 위 핵심 질문이 갖출 조건을 생각하면 이번 역사교과서 기술에 대한 논쟁이 비현실적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해석은 반드시 "다양해야" 한다. 복수의 시각과 해석이 있는 사건의 서술은 그대로 소개하든가 주석으로 추가하면 된다. 이를 통해 열린 역사 교육과 비판적 역사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서로의 이데올로기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자. 그런 시대는 지났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보수, 진보 양 진영에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교과서를 바라보는 문제점 중 또 다른 하나는 교과서를 교수요목(syllabus)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는 하나의 교육 자료일 뿐이다. 교과서를 어떻게 서술하든 교사는 교과서 이외의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서 수업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개발한다고 해서 교사가 교과서 내용을 법전처럼 전달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해다. 이런 시각에서 교육과 교과서를 바라보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싸움만 지속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다시 Apple 교수의 의견을 생각해 보겠다.

[주] 위의 애플 교수와의 가상 인터뷰 내용은 자신의 저서에 나타난 견해와 철학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나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며, 애플의 견해를 잘못 이해했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가상 인터뷰 구성자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 둠.

현 정부와 집권당은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할 것을 갈망하지만 길게 보면 이는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적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된 배경을 곱씹어 보라. 정부가 경쟁, 표준화 시험 결과를 근거로 한 책무성 관리 등의 신자유주의나 신보수주의 교육정책을 완화하는 정책을 폈더라면 이렇게 많은 수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역사 교과서를 국정의 형태로 신국가주의를 기도한다면 이는 더 큰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 정신에서나 균형이란 측면에서나 장기적 발전 방향에서나 국사 교과서는 검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에 대한 답변이 주는 시사점

애플은 최근에 『Can Education Change Society?』(2012)란 제목의 책을 펴냈는데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 중에서 국사 교과서 관련 논쟁을 바라볼 때 참고가 될 만한 내용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애플은 이 책에서 Can History Change Society?란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상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It depends!라는 말로 답을 시작한다. 이는 "경우/사정에 따라 다르다!"란 뜻이다. 그는 이어서 '경우/사정'에 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열거한다.

who we are(우리가 누구냐에 따라)

who we want it for(누구를 위한 교육이냐에 따라)

what we want(우리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what our better natures might be(더 나은 성격이란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what our experiences have been(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것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히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누구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느냐?'에 따라, '누구의 지식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인가?'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 그 답은 매우 복잡하고 어떻게 답해도 정확한 답이 아닐 수 있으며, 또 그 답은 일시적으로만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지만 바뀌는 것이 누구에겐 선이 되고 누구에겐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찔끔찔끔 조금씩 조심스럽게 조건을 붙여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책 곳곳에서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며 새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바꿀 수 있다." "사회가 각종 계급적 요소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만(if and only if) 가능하다."

애플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렇게 정리한다.

"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답은 "그렇다" 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사회 차원의 큰 개혁사업을 구상하고, 서로 간의 차이를 존중하며, 집단적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평적 연대를 함께 구축하고 이를 방어해 나갈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 길은 매우 길고 험난한 길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추상적 차원에서는(in the abstract) 알 수 없다. 발코니에 앉아 싸움을 편하게 감상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창조적이고 결연한 노력을 통해 기존의 잘못된 질서나 관계에 저항하기 위한 새로운 대중(counter-public)을 구성하고 이들을 연대함으로써만 찾아질 수 있다."

6.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자가당착이며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해

국사 교과서의 발행방식이 힘의 우위에 의해 혹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순리와 합리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기존의 8종을 통합해서 단일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역사 기술(記述)과 역사 교육의 기본원리에 배치된다. 이는 또 정부가 주도한 2015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열린 질문" 중심의 교수학습 원리 학습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검정으로 하되 다양한 시각이 있는 내용은 그 내용을 주석으로 달게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것이 2015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어울린다. 교과서의 명백한 오류는 수정하면 될 것이고, 역사적 시각의 차이는 다양성을 허용하고 역사 교육을 담당한 교사들의 양식을 믿고 맡기는 것이 옳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지만, 국사 수업은 역사적 사실을 주입하는 과정이 아니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는 지식의 단순한 전달자도 아니다. 그리고 교사의 편향된 역사관이 일부 우려된다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난 경우라면 이를 받아들일 중고생과 학부모도 극히 적을 것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정부가 주도하여 서술하는 역사교과서가 객관적이란 보장이 어디 있는가? 현 정부는 국정 교과서에서는 역사를 중립적으로 서술한다고 말하겠지만 이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나 중립적이지 다른 이해당사자 입장에서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중립적 역사의 서술'이란 표현이 성립할 수 있는 말일까? 역사적 기술과 해석에 대해 다양성의 문을 활짝 열어두자. 시간이 가면서 말이 안 되는 서술이 담긴 교과서는 신뢰를 잃게 되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나친 이념적 서술을 걸러낼 장치에 대해 합의를 하면 된다. 국정으로의 회귀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원리에 의해도 검정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변화의 원리에 의하면 어떤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극복할 대상이지 바로 그 제도를 접는 것은 변화의 원리에 어긋난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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