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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에 은행 문닫는 나라가 어디있냐"는 최경환 부총리 발언에 은행원들이 화난 이유

  • 허완
  • 입력 2015.10.12 09:54
ⓒ한겨레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고요? 저희 진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원들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 일부 발언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페루를 방문 중인 최 부총리는 11일(한국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 입사하고서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권 개혁을 주문했다.

최 부총리의 이런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은행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A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12일 "이 기사를 보고 황당했다"며 "은행 업무 체계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원들은 오후 4시에 마감하고 나서 진짜 일이 시작된다"며 "(입출금) 숫자를 맞추다 보면 아무리 일러도 저녁 7~8시는 돼야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하소연했다.

B은행의 천안지점장은 "부총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서운하고 억울하다. 은행원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연봉만 많이 받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오후 4시에 끝나면 마감도 해야 하고 손님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C은행 동수원지점의 차장급 직원은 "창구 업무를 마감하고 나서도 일이 많다. 여러 추가 작업을 하다 보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게 은행원"이라고 했다.

B은행의 다른 지점장은 "요즘 아웃바운드 영업이 강화돼 태블릿 PC를 들고 고객들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일선에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 현장의 고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씀하셔서 아쉽다"고 했다.

해외 은행의 업무시간도 다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업무 마감시간은 대체로 오후 4~5시라는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오전 9시~오후 5시, 뉴욕·뉴저지·텍사스 지역은 대부분 오후 4시에 창구 업무를 마감한다.

다만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대도시 번화가에선 오후 6시까지 창구업무를 보는 영업점이 있다고 한다.

D은행의 한 책임자급 관계자는 "해외 은행의 영업시간이 국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구나 우리처럼 잔업 탓에 자정 가깝게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업무에 밝은 E은행의 한 간부는 "미국은행은 계좌 하나를 개설하려고 해도 예약하고 가야 한다. 체크카드를 만드는 데도 40분 이상 걸린다"며 "우리나라처럼 업무시간에 손님이 많지 않아 잔업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 응대 수나 업무 강도 면에서 미국 은행은 우리나라 은행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주장했다.

고액 연봉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D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이 다른 직종에 비해 연봉을 더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을 만지는 직업이고 전문성을 고려할 때 사고 방지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B은행의 한 직원은 "입사 10년 차에 1억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총리가 개혁을 강조하려다 보니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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