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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열병식서 핵을 빼고 90차례 언급한 이것은?

  • 원성윤
  • 입력 2015.10.12 07:11
  • 수정 2015.10.12 07:13
ⓒAP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육성 연설에서 ‘인민’이란 용어를 90차례 사용하며 ‘인민제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핵’이란 단어는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는 등 대외 관계 개선에 신경 쓰는 모습도 보였다. ‘선민’을 통치철학으로 삼아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11일 발표한 ‘북한 당창건 70주년 열병식 종합평가’ 자료를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노동당의 ‘인민제일주의’에 방점을 두고 인민사랑 강조에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며 “인민중시, 군사중시, 청년중시를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인민에 대한 깊은 감사’란 표현으로 시작된 연설은 “우리 모두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해 나갑시다”란 호소로 끝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일성 시대는 ‘선당’, 김정일 시대는 ‘선군’이었다면 김정은 시대는 ‘선민’으로 통치노선을 전환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라며 “인민의 생활향상을 국가의 최고 목표로 하겠다는 것을 예고한다”고 풀이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군 열병식’이란 군사적 성격의 행사임에도 ‘핵’이란 용어를 전혀 쓰지 않았다. 그동안 사용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이란 표현을 ‘경제·국방 병진노선’이라고 바꿔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김 제1비서가 남북관계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이 않은 것도 8·25합의의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만큼, 지난 8월28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8·25 합의를 두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한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제1비서는 연설에서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지만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난 7일에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외무성 대변인이 공식 제안한 바 있어서 베이징, 서울과 관계가 좋아지면 그 뒤엔 워싱턴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수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열병식은 오후 2시30분부터 2시간 반 동안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열병식은 오전에 시작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오후에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주석단에 올라간 유일한 외국대표였는데, 김정은 제1비서 바로 왼쪽에 섰다. 김 제1비서와 류 위원은 열병식 중에 웃는 표정으로 자주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북-중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보였다.

주석단 배치에서 북한 고위층의 변동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김 제1비서의 친동생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정도의 직책임에도 주석단 뒤편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 확실한 실세임을 보여줬다. 8월4일 지뢰 폭발과 관련해 문책설이 돌았던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열병식 준비에 들어간 액수를 두고선 전문가들의 분석이 갈린다. “북한 1년 예산의 3분의 1 수준인 1~2조원이 들었을 것”(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란 분석도 있지만, “미사일 개발, 건축 사업 비용을 뺀 순수 열병식 비용은 수백억원 정도 일 것”(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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