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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에는 백인만 나온다: 여전한 할리우드의 '화이트 워싱'

맷 데이먼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마션'이 이른바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한국계 과학자 '민디 박' 역할을 백인 여배우 맥킨지 데이비스가 맡았다. 흑인 배우 치웨텔 에지오포가 맡은 미국 우주항공국(나사) 화성작전 책임자는 원작에서는 인디언 원주민이다.

이처럼 원작과는 상관없이 영화에서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화이트 워싱'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미디어 액션 네트워크'(MANAA)의 아키 아레옹 대표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 연예웹진 '데드라인 할리우드'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영화계의 모욕적인 '화이트 워싱'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할리우드 영화 '알로하'도 중국과 하와이 혼혈인 Ng 역에 금발에 녹색 눈을 가진 백인 배우 엠마 스톤이 출연하면서 '화이트 워싱' 논란을 낳았다. 아레옹 대표는 "하와이 인구의 60%가 아시아계이고 백인은 30%에 불과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백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내년 초 개봉할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틸다 스윈튼이 마법사 제자들을 훈련시키는 티베트인으로 캐스팅됐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영화 실사판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이 사이버 범죄조직의 리더인 쿠사나기 소령 역할을 맡기로 한 가운데 그녀의 출연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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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아넨버그 저널리즘·커뮤니케이션 스쿨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4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700편에서 성과 인종,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최다 흥행수익을 올린 영화 100편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40%는 아시아 인종을, 17%는 흑인을 아예 캐스팅하지 않았다. 성적 소수자를 등장시킨 영화는 전무했으며 여성을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는 21편에 그쳤다.

반면, 미국 TV 드라마에서는 인종 다양성이 강화되면서 한국계를 비롯한 소수인종 배우들의 비중과 역할 확대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대만계 요리사 에디 황의 동명 자서전을 토대로 한 ABC 방송의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가 대표적이다.

ABC 방송은 '프레시 오프 더 보트' 인기에 힘입어 한국계 배우 켄 정(46)이 제작·주연을 맡은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 '닥터 켄'(Dr. Ken)을 정식으로 편성했다.

실제로 미국 방송사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소수계 인종을 다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이다. NBC는 다인종 소재 드라마 '사랑은 네 글자'(Love is a Four Letter Word)'와 라틴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푸엔테 여자들의 저주'(The Curse of the Fuentes Women)의 방송을 확정했다.

ABC는 흑인 래퍼이자 코미디언 마이크 엡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엉클 벅'(Uncle Buck, 아래 사진)을 편성했고, CBS는 동명영화를 리메이크 한 '러시아워'(Rush Hour)를 방송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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