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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관련 탐사보도들

  • 허완
  • 입력 2015.10.11 11:55
  • 수정 2015.10.11 11:59
ⓒSBS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다룬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피해자가 4만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의 사기 행각을 일찌감치 포착한 곳 중 하나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이다. 이 매체는 지난 2008년부터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와 중국 밀항, 경찰의 유착 의혹 등을 추적해 보도해왔다.

먼저 '조희팔 사기 사건의 전모'를 처음으로 소개한 2008년 12월 기사를 보자.

관련기사 : 제이유 뺨친조희팔의 금융 다단계 (시사in)

당시 피해자들은 이 사건이 언론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사건이 터진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중앙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이 잠적한 사기 주범들에게 재산 빼돌릴 시간만 줬다. 수십만 서민 가족이 금융 사기단에 당해 곡소리를 내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 원성이 들리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피해자가 몇 백명 정도인 서울 강남 귀족계에는 날마다 달라붙으면서 서민 수만명이 죽어나가는 이번 사건을 외면하는 언론이 더 원망스럽다.” (시사in 제65호, 2008년 12월9일)

다음은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하는 과정을 추적한 2009년 3월 기사다.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관련기사 : “해경과 공조해 조희팔 중국 보냈다” (시사in)

당시 시사in은 '해경과 함께 치밀한 작전 끝에 조희팔의 밀항을 도왔다'고 증언한 한 민간 양식업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또 이를 근거로 '조희팔 밀항 해경은 진짜 몰랐나'라는 제목으로 해경 유착설을 제기했다.

특이한 점은 두 번째 밀항 시도 때부터는 왕회장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첫 번째 밀항 시도 때처럼 잔뜩 변장을 하고도 겁에 질리거나 내 차에 태워 접근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관광객처럼 여유 만만했다. 잠복근무한 형사들이 항구 방파제 곳곳에 낚시꾼으로 변장하고 앉아 있었는데도 밀항 과정에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 또 차도 자기들 차량을 끌고 왔다. (시사in 제78호 2009년 3월9일)

12월9일 밀항에 성공한 조희팔은 단 한 번의 밀항 시도로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11월10일부터 한 달에 걸쳐 해경의 작전 아래 세 차례나 안면도 마금포항을 출항했다가 두 번의 실패 끝에 마지막 세 번째 시도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밀항 출발지 항구로 인적이 드문 안면도 마금포 항구를 선택해준 것도 해경이었으며, 조희팔을 태워갈 중국 쪽 밀항선과 접선할 공해상 좌표도 해경이 정해주었다. (시사in 제78호, 2009년 3월9일)

조희팔이 밀항 직전에 경찰 로비자금으로 5억원을 준비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관련기사 : 조희팔, 밀항 직전 경찰 로비 자금 5억원 뿌렸다 (시사in)

조희팔과 김근호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은 경찰 브로커 두 사람은 이 무렵 서산경찰서 수사 간부들을 접촉해 수사 정보를 얻었다. 서산경찰서는 11월4일 조희팔 일당의 공개 수배 전단을 만들었지만 인접한 태안 해경에는 아예 전달하지 않았다. 서산경찰서에서 태안 해경에 조희팔 일당 수배 전단을 전달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조희팔의 밀항 성공이 확인된 다음 날인 12월11일이었다. 이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시사in 제79호, 2008년 3월16일)

이어 시사in은 2012년 1월, 조희팔이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 간부에게 9억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조희팔이 중국에서 4년째 도피생활을 '즐기고' 있던 때다.

관련기사 : 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테리 (시사in)

그가 조희팔씨에게 돈을 받은 시점은 충남 서산경찰서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였다. 또 10월30일은 권 총경이 근무하던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가 대구·경북 지역 조희팔 관련 다단계 계열 회사들에 대한 전산자료 등 일체의 범죄 증거를 압수수색하려던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다음 날, 대구경찰청은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들을 급습했지만 허탕을 쳤다. 범죄 증거가 들어 있는 전산자료는 모조리 파기된 뒤였다. (시사in 제226호, 2012년 1월16일)

권 총경은 '투자 용도로 받은 것'이라며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뇌물과 사기 등의 혐의로 결국 지난달 15일 구속됐다. 경찰에서는 2012년 8월 해임됐다.

4개월 뒤인 2012년 5월, 경찰은 조희팔이 중국의 한 호텔방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시사in은 2012년 6월 발행된 제246호에 실린 '조희팔 사망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주로 조씨 가족에게 입수했다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자료를 판단 근거로 삼아 조씨의 사망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중국 공안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터폴 수배자인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확인해준 서류도 아니다. 더구나 조씨의 부인을 포함한 가족은 최근까지도 범죄 은닉자금을 국내에서 몰래 돈세탁한 다음 중국에 있는 조씨 은신처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중략) 그런데도 경찰은 조씨 가족의 주장과 이들이 제출한 서류를 액면 그대로 믿어버린 우를 범한 셈이다. (시사in 제246호, 2012년 6월29일)

이어 시사in은 그해 11월, "최근 3개월 동안 취재한 바에 따르면 조희팔은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중국 공안 “조희팔 살아 있다” (시사in)

한편 의혹이 계속되면서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과 검찰들도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희팔 관련 수사를 책임지고 있거나 수사와 연관된 위치에 있던 인물들이다.

사진은 지난 1월8일, 검찰 수사관 출신 오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영장심문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그는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15억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연합뉴스

휴가를 내고 중국으로 가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온 뒤에도 조희팔 관련 수사를 맡아왔던 대구경찰서 정모 경사는 결국 2012년 9월 구속됐다.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2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서울 고등법원 김광준 부장검사도 2012년 11월 구속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근무하던 오모 전 서기관은 검찰 수사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15억8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됐으며, 추가 혐의가 확인돼 지난 4월 추가 기소됐다.

지난달 10일에는 앞서 구속된 대구경찰청 권 총경이 받은 조희팔 일당의 돈 9억원 중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전직 경위금 경찰관 김모 씨가 구속됐다.

이와는 별도로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이 믿고 의지했던 '사기피해 채권단'의 간부들까지 조희팔 일당과 결탁해 수십억원을 착복하는 한편, 횡령을 일삼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한 지 7년 만인 지난달, 검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 하겠다고 밝혔다. 조희팔의 '위장 사망'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시사in은 최근 발행된 제421호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경찰과 검찰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함께 다뤘다. 알려진 것처럼,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을 놓고 오랫동안 서로를 견제하며 갈등해왔다.

이 기사에는 새로운 증언도 소개됐다. 조희팔의 최측근 인사가 '조희팔 위장 사망 아이디어는 내가 기획했다'고 고백한 것.

밀항 직전 조희팔을 은신시키고 함께 밀항선을 탔던 경남지역 한 사찰의 승려 홍 아무개씨는 “조희팔이 중국 웨이하이 시 한 노래방에서 ‘홍시’라는 노래를 부르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경찰 발표는 사실 밀항 전 사전 기획해둔 내 아이디어였다”라고 고백했다. (시사in 제421호, 10월8일)

조희팔의 사기 행각과 중국으로의 도피,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집중 보도한 시사in의 주요 관련기사 목록은 다음과 같다.

KBS '시사기획 창'도 2012년 11월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제목으로 관련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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