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2015 국제디자인총회 미리보기-기조 연사(3) 레이첼 쿠퍼

이미 우리는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디자인이 대체로 형편없는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자원이 부족한 세상에서 공유하고 혁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필요성도 말이죠.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지역 사회와 이웃의 참여, 협업의 장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 전종현
  • 입력 2015.10.12 13:56
  • 수정 2016.10.12 14:12
ⓒ레이첼 쿠퍼

오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2015 국제 디자인 총회'의 기조 연설자는 총 6명입니다. 각자 오랫동안 쌓아온 고유 영역에 대한 통찰력이 뚜렷한 분들인데요. 특히 유일한 여성 연사로 참여하는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의 레이첼 쿠퍼(Rachel Cooper) 교수는 '디자인 경영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10월 20일 '디자인의 미래와 디자인 인큐베이션'이란 대주제에 맞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한껏 풀어낼 레이첼 쿠퍼 교수를 미리 만나봅니다.

2015-10-10-1444477998-8452630-RachelCooper_Photo.jpg

레이첼 쿠퍼 PROFILE

    레이첼 쿠퍼는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 디자인경영정책학과 교수이며 사람, 제품, 장소의 상호 작용과 관련해 개방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응용 및 이론 연구를 담당하는 디자인 연구센터 ImaginationLancaster의 디렉터이자, Lancaster institute for the Contemporary Arts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구 분야는 디자인 사고, 디자인 경영, 디자인 정책, 그리고 산업 분야 전반의 웰빙 디자인 및 사회적 책임 디자인이다. [Designing Sustainable Cities]와 [The Handbook of Wellbeing and the Environment]를 포함해 연구 분야와 관련된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병행했다. 지속가능성, 포괄성, 서비스 디자인, 스포츠, 건강, 운송 및 정책 디자인 같은 주제를 다루는 <Design for Social Responsibility>는 쿠퍼 교수가 직접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레이첼 쿠퍼는 <The Design Journal>의 창립 편집장이자 European Academy of Design의 창립 대표이다. 또한, 정부와 여러 민간 기관에서 고문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미래 도시와 관련한 영국 정부의 '미래연구 프로그램(Foresight Programme)'을 이끄는 전문가인 동시에 Academy of Medical Sciences의 '국민 건강 2040'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영제국 훈장 수훈자로서 OBE 칭호를 받았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이음·Design Connects'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자인이 서로를 '이어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디자이너에겐 익숙한 일이죠. 물론 대중의 입장에서는 직접 눈으로 접해야 믿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다만 중요한 건 그 '이음'이 지구와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하느냐 여부입니다. 아닌 경우도 가끔 있거든요. 그래서 과연 좋은 '이음'을 추구하는가 그 부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조연설의 대주제가 '디자인의 미래와 디자인 인큐베이션'입니다. 어떤 말씀을 하실 예정이신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해도 될까요?

'디자인과 미래' 중 특히 '미래의 도시와 디자인적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까 해요. 오는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할 거라 예측합니다. 그에 따라 주택과 식수, 에너지가 더 필요하게 될 거에요. 한정된 자원과 온난화 현상, 더 적은 탄소를 소비하는 생활의 맥락 안에서 말이죠. 미래 도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을까요? 디자인에 대한 니즈가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렬한 지금, 우리는 그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한 방편으로, 저는 영국 정부를 위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이제 디자인 교육과 연구, 그리고 실무 단위까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박사님은 디자인 경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분야에 집중하셨는지 잠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는 학부에서 영국 최초로 개설된 다학제 디자인 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한 이후 약 40년간 디자인 분야에 종사해 왔어요. 처음에는 현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학교로 들어와서 연구를 시작했죠. 사실 저는 영국 최초로 디자인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이기도 하답니다. (웃음)

디자인 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치기 시작한 건 지난 1980년 초반부터예요. 디자인 전공생에겐 경영을, 경영 전공생에겐 디자인을 가르쳤죠. 제가 파고 들어간 연구의 범위는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하는데요. 특히 제조, 건설, 보건, 창의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뤘어요. 지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저는 디자인이 단순히 상품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서비스와 정책 입안까지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걸 목격해 왔어요. 디자인 교육부터 디자인 현장 전반에 걸쳐서 말이죠. 디자인이 혁신과 경제에 대해 기여하는 바는 이제 전 세계적이에요. 물론 우리가 원하는 정도까지 실질적으로 디자인을 실행, 관리하기 위해서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제가 요즘 신경 쓰는 디자인 연구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기후 변화, 사회 통합, 고령화 문제, 소비 추세 등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학제 협력팀에서 디자인 연구가가 활동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물리적인 세상을 창조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비 디자이너가 필요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근거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필요한 다학제 협력팀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지금은 향후 30년간 '살만한 도시'를 만들고 공중 보건 수준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2015 국제디자인총회'에서 빅터 마골린 박사님과 '참여 도시'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십니다. '참여 도시'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이를 통해 참여자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이미 우리는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디자인이 대체로 형편없는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자원이 부족한 세상에서 공유하고 혁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필요성도 말이죠.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지역 사회와 이웃의 참여, 협업의 장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공유 경제'나 '공유 도시'라는 개념이 이제 낯설지 않기 때문에 '참여 도시'에 대한 정의까지는 별도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보다 워크숍 자체에 좀 더 집중해보면,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살 만한 공간을 제공하는 도시를 창조할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도시 생활이 야기하는 스트레스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이 더 훌륭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지역 사회와 이웃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미래의 도시가 안고 갈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 층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워크숍은 지속가능성과 자생력을 갖춘 살 만한 곳을 만들기 위해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이에요. 디자인이라는 도구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참여자들은 도시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디자인이 공간과 서비스, 정책 입안에까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디자인은 빠른 변화를 대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과 그 프로세스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합니다.

디자인은 상상력의 기술이자 시각화의 예술이며 디자이너의 변화와 기술, 사회, 환경적 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을 포괄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전문 디자이너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발맞추며 현대 사회의 담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디자인 프로세스의 기본은 변치 않겠지만, 적용 방식이나 관련된 사람들, 필요한 지식은 환경,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변화하고 또 진화할 것입니다. 디자인 교육과 연구는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변화의 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저 스스로 타이틀과 기술을 바꾸고 적응하는 법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갖춘 고유한 능력을 기반으로 동료와 사회와 함께 소통한다면 디자인을 통해 참다운 가치를 보다 명확하고 현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예요. 전문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고도로 숙련된 분들은 그 분야에 남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다학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지역 범위부터 글로벌까지 다양한 난제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궁극적으로 디자인적 접근법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거죠.

        박사님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믿으시나요?

당연하죠! 디자인이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인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뒷받침합니다. 게다가 전문 디자이너는 상품의 형태와 기능, 공간, 메시지와 서비스를 풍요롭게 하지요. 디자이너는 그들이 갖춘 특수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지식을 조합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능력은 아무나 갖는 게 아니죠.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미래가 다가오는지 상상할 수 있고, 결국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지속 가능하고 자생력 있는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데 모두 일조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 보태자면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꾸준히 배우고 매사에 호기심을 가진 채 탐구하고 또 탐구하세요. 스스로의 맥락에서 길어올린 자기만의 독특한 접근 방법을 유지하며 주변 환경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세요.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즐거움을 창조하며, 디자인을 통해 주변 사람과 영감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레이첼 쿠퍼 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thedesigncracker@gmail.com

2015-07-24-1437706437-1806767-idc_poster_1_Page_2.jpg

2015 국제디자인총회

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www.2015idc.org

일시     2015년 10월 17일-2015년 10월 23일

장소     광주광역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과 광주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는 세계 디자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국제단체들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30여 개국, 3,000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