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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현재 레인보우 워리어호에는 저를 포함해 총 19명이 승선하고 있습니다. 약 15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선원들은 국적을 넘어 환경보호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한 배에 모였습니다. 한국,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호주,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독일, 네덜란드, 콜롬비아, 터키, 인도네시아, 그리고 피지. 선원들의 다양성은 우리가 현재 당면한 환경문제가 나라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같이 힘써 해결해야 하는 지구촌 공동의 과제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선원들 모두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박태현 캠페이너라고 합니다. 그린피스의 상징적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승선해 태평양을 지나 부산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편지드립니다. "2015 딴거하자 투어"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10월 9일 경이면 부산항에 입항하게 됩니다. 배가 입항하기 전 한국에 있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인사드리고 싶어 망망대해를 가르는 배 위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그린피스 환경보호 활동의 소중한 자산,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은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며,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환경범죄를 감시하고, 기록하고 폭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입니다. 환경감시선들의 활동을 통해 핵 폐기물이 몰래 바다에 버려지는지, 포경 과정에서 지구상 가장 거대한 포유류들이 잔인하게 포획되는지 등을 감시할 수 있었습니다. 기름 유출의 비극적인 장면들을 목격하고 폭로했으며, 이익을 위해서라면 안전이나 환경은 뒷전인 수 많은 기업들과 싸워왔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그린피스는 상업적 포경을 금지시켰고, 핵 폐기물의 불법 폐기를 막았고, 이 외에도 수많은 변화들을 이끌어냈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현재 그린피스가 운영 중인 환경감시선 3대 중 가장 특별한 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현재 제가 승선 하고 있는 이 배는 '세 번째' 레인보우 워리어호입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역사에 대해서는 여기를 살펴보세요.)

이 세번째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환경감시선이라는 역할에 꼭 맞도록 그린피스가 직접 설계했으며, 전세계 서포터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배입니다. 친환경적인 요소도 가득한데요, 뛰어난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것은 물론 배기가스와 미세먼지의 배출을 최소화했으며, 엔진과 발전기에서 생기는 열은 선실의 난방과 온수를 만드는 데 재활용됩니다. 헬리콥터 착륙장, 선상 위성 시스템 등 환경감시선에 필요한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 '레알' 승선 경험기

솔직히 말하자면, 승선하기 전까지, 배가 많이 불편하고 비좁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하던 모든 작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치 작은 호텔방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각 객실에 비치된 책상에 앉으면, 파도의 리듬을 즐기며(?) 일할 수 있답니다.

배 안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도전적인 업무가 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돛을 올리고 항해하고 있기 때문에 배가 오른쪽으로 10~12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기울기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정도 기울기에서는 걸을 때에도 발에 큰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선원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분주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비는 그저 일상이고, 바다의 파도 소리는 음악이 되고, 파도가 주는 흔들림을 리듬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반면 저는 진정한 '울렁거림'이 무엇인지 뼛속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까워질 수록 배의 흔들림이 더 심해져 이젠 멀미약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 없이 펼쳐진 바다와 쏟아질 듯 수 많은 별을 보노라면 뭍으로 돌아가지 못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선원들의 성실한 일상이 모여 완성되는 무지개의 항해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아침은 오전 7시30분 기상으로 시작됩니다. 보통 새벽 4-8시 불침번 선원이 각 선실을 돌며 모닝콜을 해 줍니다. 기계 알람소리보다 훨씬 더 정감있는 알람소리에 하루의 시작도 산뜻합니다.

아침 8시 부터는 대청소를 시작합니다. 선박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화장실까지 말끔히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습니다. 청소당번은 화장실, 웨트룸, 복도, 식당, 라운지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매일 아침 청소하고 싶은 공간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적습니다. 선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청소당번은 예상외로 화장실 당번입니다.

청소가 끝나면 각자의 일정으로 돌아갑니다. 엔지니어들은 엔진실로 이동하고, 갑판원들은 갑판장이 주는 업무(도구 씻기, 페인트 작업 등)를 시작합니다. 항해사는 3교대로 나누어 24시간 내내 해양상태와 배의 이동상황을 예의 주시합니다.

선장님은 수시로 나와 함교의 수 많은 컴퓨터, 기계, 계량기 등을 확인 하고 돛의 각도, 속도, 방향 등에 대한 지시를 합니다. 무전실에서는 배 안팎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무선통신사들이 일을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인터넷과 무선 교신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이분들은 정말 신기한 분들입니다.

요리사는 배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데에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선원 중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 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2번만 고기 식단이 나오지만, 고기 반찬이 없어도 정말 매일, 매끼, '엄마 밥'만큼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답니다.

배에서는 한명 한명 누구나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면 위에 우아하게 떠있는 백조가 사실 수면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차며 헤엄하고 있듯이, 매끄럽고 평화롭게 움직이고 있는 이 배는 사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발을 차고 있는 선원들의 움직임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무지개만큼 다양한 선원들의 이야기

현재 레인보우 워리어호에는 저를 포함해 총 19명이 승선하고 있습니다. 약 15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선원들은 국적을 넘어 환경보호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한 배에 모였습니다. 한국,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호주,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독일, 네덜란드, 콜롬비아, 터키, 인도네시아, 그리고 피지. 선원들의 다양성은 우리가 현재 당면한 환경문제가 나라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같이 힘써 해결해야 하는 지구촌 공동의 과제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선원들 모두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피터 윌콕스 선장님(미국)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 많은 그린피스 캠페인에 참여했고, 수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1985년 프랑스 정보 요원에 의해 설치된 폭탄이 터져 배가 침몰할 당시에도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선원이었죠.

2013년에는 북극해 원유 시추에 반대하는 평화적인 직접행동을 펼쳤다가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의해 억류 및 구금 당했던 30인의 활동가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북극 보호를 염원하는 전세계 수 백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비폭력 시위를 벌였던 그는 두 달이 넘는 러시아 유치장 생활을 해야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어느 때 보다 더 열심히 그린피스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석유기업 쉘(Shell)이 북극 원유시추를 포기하고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누구보다 기뻐했죠.

호주에서 온 무선통신사 스티브는 이번 항해가 첫 항해입니다.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기 전에 사회에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그린피스에 들어왔고 합니다.

1등 항해사인 페르난도는 바다를 사랑하고 항해를 사랑하는 스페인의 진정한 바닷사람입니다. 2007년 항해사 자격으로 그린피스 스페인 사무소에서 처음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북해에서 태평양까지 안가본 바다가 없을 정도입니다.

불가리아에서 온 요르단은 학생시절 때 인턴 활동을 통해 그린피스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등산을 좋아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에너지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선진국이자 IT 기술의 선두주자격인 한국이 아직도 더러운 석탄과 위험한 원전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이 두 에너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는 것을 듣고는 경악했습니다.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에는 항상 자원봉사로 함께 하는 갑판원들이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린피스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죠.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향하는 이번 항해에서 이분들이 없었다면 웃을 일도 적었을 겁니다. 캠페이너인 저로선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 태도에서 그린피스 운동의 희망을 보며 결의를 다지게 됩니다.

무지개는 부산과 인천으로 향합니다

선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다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이 부족해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답니다. 제가 소개하지 못한 선원들의 이야기들은 오픈 보트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해 보실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며칠 후면 이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선원들은 벌써 한국말도 조금씩 배우면서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만나요'라는 영상 메시지를 확인하세요. 그리고 부산, 인천에서 꼭 만나요!

태평양을 건너 부산으로 향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글: 박태현 그린피스 해양보호 캠페이너

▶ 부산(10일, 11일, 17일, 18일)과 인천(24일, 25일)에서 진행되는 오픈 보트에 참여하세요!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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