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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불가 톱스타와 베드신을 찍는 방법 '외출' '아내가 결혼했다'

톱스타, 노출 불가. 같은 조건에 놓인 두 감독이 서로 비슷한 규모의 베드신을 찍었지만 어느 한 쪽은 뛰어난 베드신으로 남았고 어느 한 쪽은 허전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꼭 '물리적 노출 수위'가 베드신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 조원희
  • 입력 2015.10.07 13:20
  • 수정 2016.10.07 14:12

<외출> 감독 허진호 | 출연 배용준, 손예진 | 2005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정윤수 | 출연 손예진, 김주혁 | 2008 

베드신은 여배우들에게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할 길'인 경우가 많다. 특히 톱스타들의 경우는 더욱 신체 노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정사신을 찍어야만 할 상황이 오는 경우, 톱스타들은 결정적 신체 부위를 노출하지 않는 베드신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

<백야행>에서 소위 '전라 연기'라는 것을 감행했다고 보도된 손예진의 경우가 전형적이다. <백야행>은 그 뛰어난 작품적 성과보다 손예진의 노출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 아쉽게 느껴지는 영화다. 손예진은 이미 비슷한 수위의 베드신을 두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처음은 한류 스타 배용준과 함께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외출>에서였다.

<외출>에서의 첫 번째 베드신은 배우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장면이다. 또한 두 사람의 감정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실행되는 탈의 장면은 이 베드신의 섬세함을 드러낸다. 남편의 불륜 상대녀의 배우자와 호텔에 들어온 서영(손예진)이 욕조 위에 걸터앉아 천천히 스타킹을 벗는 장면부터 이 영화의 침착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서영이 인구(배용준)의 안경을 벗기고 나서부터 두 사람이 탈의를 끝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순간까지 무려 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소요된다. 영화 속에서 2분이라는 시간은 대단히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관객들은 2분 동안 오로지 그들의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서로의 배우자들끼리 불륜을 저지른 사이, 그 양쪽 끝에 위치했던 자신들이 복수의 차원이 아니라 결국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정사를 가지는 감정은 그들의 가쁘면서도 슬픔이 묻어있는 호흡에 의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이후 등장하는 서영과 인구의 전라 베드신에서도 관객들은 그들의 신체 부위가 아닌 호흡에 집중한다. 자극적인 교성이 아니라 서로를 의식하며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숨긴 채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호흡만이 피아노 선율과 어우러진다. 그래서 이 정사신은 쾌락이 아닌 슬픔이 지배적인 정서가 된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베드신이 있었지만 베드신의 가치를 따져봤을 때 <외출>의 그것과 비교하긴 힘들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명랑하고 자연스럽게 오픈해야 할 남편과 아내의 정사가 답답한 앵글과 후련하지 못한 노출 때문에 '톱스타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 결정적 부분을 가리는 느낌'으로만 남았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호쾌한 베드신이 없었다는 점이다.

톱스타, 노출 불가. 같은 조건에 놓인 두 감독이 서로 비슷한 규모의 베드신을 찍었지만 어느 한 쪽은 뛰어난 베드신으로 남았고 어느 한 쪽은 허전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꼭 '물리적 노출 수위'가 베드신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 이 글은 필자의 전자책 '한국영화 사상 가장 에로틱한 순간 51' (페이퍼크레인, 2015)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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