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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져밤이'는 신어 채택한 국립국어원이 '낮이밤져'는 탈락시킨 사연

국립국어원의 ‘신어’ 수집이 무원칙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립국어원은 1994년부터 ‘언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겠다’며 사전에 오르지 않았지만 널리 사용되는 어휘를 찾아내 발표해왔다. 신어는 지속적으로 사용되면 표준어가 될 수 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국립국어원의 2005~2014년치 신어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준을 알 수 없는 단어 수집과 탈락이 빈번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낮져밤이’와 ‘약혐’은 수집되고, ‘낮이밤져’와 ‘극혐’은 탈락되는 식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3년에 ‘낮져밤이’가 신어로 수집됐다. 이때는 성적 의미로 사용되는지 몰라 걸러지지 않고 발표됐다. 2014년에 ‘낮이밤져’, ‘낮져밤져’, ‘낮이밤이’ 등이 신어로 추가수집됐는데 성적 용어로 인지돼 걸러졌을 뿐이다. 2013년에 신어로 수집됐다고 이미 발표한 ‘낮져밤이’를 뒤늦게 탈락시킬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차별적 기준이 적용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10년 동안 발표한 신어는 총 3663개, 이중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총 288개였다. ‘~녀(걸)’은 196개, ‘~남’은 92개로 여성을 지칭하는 신어가 2배 이상 많았다.

여성 지칭어의 11.7%(23개), 남성 지칭어의 5.4%(5개)는 비하어였다. ‘품절남-품절녀’, ‘힐링남-힐링녀’처럼 양성에 함께 쓸 수 있는 단어가 288개 단어 중 259개였지만 실제로 함께 사전에 오른 신어는 33개뿐이었다. 또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의 대부분이 청글녀(청순글래머형 여자), 잇몸녀(웃을 때 잇몸이 보이는 여자)와 같이 외모비하·칭송·묘사 등 외모와 관련됐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었다.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츤데레남(겉으로는 퉁명스러운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남자),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꼬돌남(꼬시고 싶은 돌싱남)처럼 대부분 생활상에 관한 것이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었다.

‘성소수자’라는 단어는 1996년 처음 등장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는 물론 신어로 수집되지도 않았다. ‘퀴어’, ‘트랜스젠더’ 등의 단어도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은 사랑과 연애·애정·연인·애인 등 다섯 단어의 뜻을 성 중립적으로 바꿨다가,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항의하자 지난해 초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뜻풀이 한 뒤 번복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신어검색기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뉴스에서 단어를 취합한 뒤, 부적절한 단어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신어를 수집한다. 2012~2014년 신어탈락 기준은 1.비속어 2. 사회통념상 부정적 어휘 3. 특정 도시나 개인, 단체 등과 관련된 어휘 4.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어휘 5. 한국 사회 현상과 관련이 없는 어휘 등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으로 수집하다보니 누락이 생기곤 한다. ‘이런 새로운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신어를 수집해 발표하는 것뿐이지 신어로 ‘등록’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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