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10월 06일 07시 56분 KST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백화점은 웃고 납품업체는 울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4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9층 ‘아웃도어 대전’ 행사장. 할인을 하지 않는 명품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한 1층과 달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30~80%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이 매장은 중년 남녀 소비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남편과 함께 온 한 중년 여성은 “행사장에 상품이 많아 고를 게 많다”며 “주로 할인율이 높은 옷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사장이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정작 납품업체들은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한 패션잡화 브랜드의 대표는 “평소 상품값의 33~40%를 수수료로 내는데, 이번 행사에선 백화점이 수수료를 깎아줘 브랜드별로 30% 선의 수수료를 부담한다”며 “50% 이상 할인판매하는 상품에서 수수료를 이렇게 내면 납품업체로서는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백화점들이 통상 외국 명품 브랜드 등에선 15% 안팎의 수수료만 받는데, 국내 브랜드한테도 20% 미만의 수수료를 책정한다면 상품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빼고 이윤에 다소 여유가 생기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참여해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소비자가 몰리면서 백화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할인율이 높거나 균일가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 가운데 백화점에 20~30%의 수수료를 내고 나면 원가조차 챙기지 못하는 업체도 많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백화점을 위한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백화점 업계 쪽 얘기를 들어보면, 롯데백화점은 1~4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했다. 주로 9층 행사장에서 대폭 할인행사에 참여한 구두, 핸드백 등 잡화류와 아웃도어, 주방·식기 등의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5.3% 늘었다. 주얼리·시계, 여성복, 남성복, 스포츠 등이 골고루 매출이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에 매출이 19.2% 증가했다.

백화점과 아웃렛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여성복업체 임원은 “상당수 여성복 업체들의 매출이 20~30%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임원은 “30만원짜리 옷을 이번 행사에서 70% 할인해 9만원에 팔 경우 평소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 36%보다 낮은 30%의 행사 수수료를 낸다 해도 원가도 안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전국의 주요 백화점에서 구두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한 판매팀장은 “백화점이 할인행사 참여 물량을 강제로 할당해 이월상품 외에 정상상품까지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정상상품을 대폭 할인해 팔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정상상품보다 질이 좀 낮은 기획상품을 만들어 행사에 내놓고 있다”고 폭로했다. 대규모 가격 세일 행사가 실질적으로 소비자한테 유리할 것도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유통업체의 요구를 따르는 이유는 유통업체와의 관계에서 유통업체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형 유통업체의 요구를 거절하면 나중에 대형 판매행사에서 배제되거나 매장 위치를 나쁜 곳에 배정받는 등 다양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