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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06일 09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25일 10시 47분 KST

[허핑턴 인터뷰] 헤어진 지 25년 만에 페이스북에서 만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14억 9,000만 명의 월 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은 종종 만남의 기적을 일으킨다. 안락사에 처할 뻔했던 유기견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간호사와 35년 만에 재회하거나, 페이스북의 기술적인 오류로 인해 만난 두 남녀가 부부가 되는 일도 있었다. 사만다 푸터맨(Samantha Futerman)과 아나이스 브로드에(Anais Bordier)의 만남도 페이스북이 주선한 만남의 역사에 기록되어야 마땅할 사건일 것이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나와 같은 얼굴을 가졌고, 그는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쌍둥이 자매였다니...

지난 2013년에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는 ‘트윈스터즈’(Twinsters)라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자매 중 한 사람이자,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자이기도 한 사만다 푸터맨도 부산을 찾았다. (아쉽게도 아나이스는 시험일정 때문에 오지 못 했다.) 부산에서 그를 만나 두 사람의 재회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국에서 많이 보고 듣던 가족 상봉의 이야기와는 다른 색깔의 감정이 묻어났다.

2013년 2월 21일, 페이스북으로 들어온 의문의 친구 신청

사만다 푸터맨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생후 3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이후 영화 ‘게이샤의 추억’과 ’21 앤드 오버’ 등을 필모그래피에 채운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3년 2월 21일, 사만다는 누군가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는다. 수락 전, 상대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확인한 사만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나이스 브로드에란 이름을 가진 런던 거주 여성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사만다는 아나이스의 생일 정보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1987년 11월 19일. 그날은 사만다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다.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친구신청을 수락하자, 바로 한 통의 쪽지가 날아왔다.

“안녕. 내 이름은 아나이스야. 나는 프랑스인이고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어.

2달 전에 내 친구가 너와 케브줌바라는 사람이 함께 찍은 유튜브 영상을 보았어. 그리고 그 친구는 너와 내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지. 정말 정말 똑같은 얼굴이라고 말이야. 그때는 그냥 가볍게 농담처럼 말했어.

그런데 오늘 그 친구가 ’21 앤드 오버’의 예고편을 보았대. 그리고 또 나한테 ‘너를 또 봤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영화 캐스트 목록에서 너의 이름을 찾아보았어. 약간 스토커 같은 짓을 했는데, 너가 1987년 11월 19일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

나는 바로 너가 출연한 다른 영상들을 찾아보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입양됐을 때의 기분”에 관한 거였어. 그래서 너도 나처럼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 린제이 로한 같은 짓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나는 너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궁금해.”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아나이스는 자신이 부산에서 태어났고, 생후 3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만다는 바로 답장을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2월 23일. 사만다는 당시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트윈스터즈’는 바로 그날의 기록에서 출발하는 다큐멘터리다. 물론 그때만해도 사만다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조차 하지못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너무 놀라웠어요. 진짜 쌍둥이 자매가 아니라고 해도 이건 정말 기가막힌 일이었어요. 그래서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원래 일기를 쓰는 편은 아니지만, 비디오 블로그를 운영했었고 유튜브에도 자주 영상을 올리곤 했어요. 그래서 그때도 내가 겪는 일에 대해 촬영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사만다 푸터맨

SNS시대의 이산가족상봉 드라마

페이스북으로 만난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이후 스카이프와 스마트 폰 메시지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이들의 대화에는 SNS용어와 아이폰 이모티콘 등이 쓰였고, 이 기록들은 고스란히 다큐멘터리에 담겼다. 결과적으로 SNS와 스마트폰이라는 대화의 공간은 곧 ‘트윈스터즈’의 영화적인 특징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다. 실제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으로 주고 받은 대화의 내용과 스카이프로 나눈 영상통화의 장면이 그대로 등장할뿐만 아니라, SNS 특유의 발랄하고 감각적인 감성 또한 다큐멘터리의 주된 색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25년만에 재회한 쌍둥이 자매가 가질 법한 감정의 무게를 일부러 발랄하게 묘사하려고 애쓴 결과물이 아니다.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자신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는 줄 모른 채 성장했고, 그래서 서로를 그리워할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난터라, 이들에게는 상봉의 눈물 이전에 신기함과 놀라움, 당황스러움이 먼저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만다는 아나이스와 첫 스카이프 영상통화를 했을 때, “처음에는 그냥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잇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귀 모양이 어떤지 보여주었고, 둘 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또한 “나는 엔씽크를 좋아했는데 넌 누구를 좋아했냐”는 아나이스의 질문에 사만다가 “나는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좋아했어”라는 식으로 서로의 사춘기 시절에 대해 대화했고, 남자친구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들의 대화에는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이 있지만, 치즈를 너무 좋아해서 고민이라는 고백도 있었다.

“우리가 정말 쌍둥이가 맞을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그걸 확인하려고 하기 보다는 현재와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죠. 우리는 신나고 들떠있었어요. 우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 유일한 두 사람이잖아요.”

스카이프로 대화를 나누던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런던에서 처음 만나는 상황의 감정도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2015년을 사는 한국인이라면 영화 ‘국제시장’의 클라이막스 시퀀스 같은 감격의 상봉이나 ‘무한도전 - 배달의 무도’를 통해 경험한 절절한 가족애를 주로 예상할 것이다. 이들의 만남을 포착한 다큐멘터리의 장면 또한 잔뜩 긴장한 사만다의 얼굴과 설레임과 분주함으로 가득한 주변 분위기를 전하면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정작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웃기만 한다. 사만다는 계속 웃음을 반복하고, 아나이스는 그런 사만다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본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던 감동의 눈물이 흐르지는 않지만, 이들의 관계와 만남의 기적을 생각할때는 더욱 생생한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서로의 얼굴을 보았던 그때의 감정에 대해 사만다는 “사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말 이상한 게, 영화에서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처음 보는 장면 같은 느낌이에요. 편집을 하면서 볼 때도, 동료에게 매번 이 장면에서 바꾼게 있냐고 물어봤었죠. 사람은 평소 어떤 상황에서 ‘이러면 안돼’라거나, ‘이렇게 하면 이상하게 보일거야’ 같은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그 순간 정말 어떤 생각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어색해진거죠. 계속 연락을 해왔지만, 막상 만나니까 이상했어요. 그런 어색함에서 웃음이 터진 것 같아요.”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한 입양아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재회가 다른 가족의 상봉보다 놀라웠던 건, 둘 다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는 점에 있다. 사연인 즉, 부산에서 함께 태어난 그들은 각기 다른 입양기관에서 정라희(사만다)와 김은화(아나이스)라는 이름을 얻은 후, 서울로 왔고 또 각각 다른 위탁모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았다. 그리고 사만다는 미국으로, 아나이스는 프랑스로 입양됐다. 당연히 이들의 양부모도 자신의 아이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밖에 없었다. 25년만에 재회한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서로를 쌍둥이로 직감하는 동시에 쌍둥이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하나란 두려움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두 사람은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런던에서 처음만나 함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아보았다. 결과는 일란성 쌍둥이. 이후 구체적인 검사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확인했다. 키는 아나이스가 조금 더 크고, 성격은 사만다가 더 외향적이었다. 다만, 이 검사에서 사만다와 아나이스 중 누가 언니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전혀 모르죠.(웃음) 그런데 아나이스는 자기가 언니일 거라고 해요. 그래서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라고 했더니, ‘아냐, 내가 알아’ 이러더라고요. 사실 검사 결과를 받아보기 전에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쌍둥이일 거라고 확신했지만, 아닐 확률이 적어도 2%는 있었거든요. 물론 쌍둥이가 아니어도 아나이스를 만났겠지만, 그래도 아닐 경우에 내가 느낄 실망감은 감당이 안될 것 같았어요. 검사 결과를 받아보기 직전에도 거의 패닉상태였죠. 그런데 만약 쌍둥이가 아니라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경우였어요.”(웃음)

사만다가 런던에 갔었고, 이후 아나이스가 사만다가 사는 L.A로 왔다. 그 사이 사만다의 양부모와 형제들, 그리고 아나이스의 양부모도 함께 만나 아이들이 겪은 기적을 함께 기뻐했다. ‘트윈스터즈’가 이렇게 두 사람의 행복한 표정으로 끝났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저 하나의 기적적인 미담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2013년 2월 21일 이후 약 1년 간,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겪은 감정이 그렇게 아름답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만다는 아나이스가 자라면서 겪었던 외로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사만다는 다행스럽게도 그곳에서 새로운 부모뿐만 아니라 두 명의 오빠를 만났고, 피부색이 다른 동양아이에 대해서 크게 이질감을 갖지 않는 동네에서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프랑스인 양부모의 외동딸이었고, 동네 아이들로부터 “너는 왜 다르냐”라는 질문을 감당하면서 성장했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아나이스는 “엄마는 항상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 우리 집에 와서 아나이스와 함께 놀라며 데려왔지만, 나는 그 아이들과 놀기 싫었다”고 말한다. “내가 태어난 날은 11월 19일이지만, 나는 내 생일을 프랑스에 처음 온 3월 5일로 생각했다.” 사만다에게 ‘입양’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준 기회였다면, 아나이스에게 ‘입양’은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슬픈 과거였던 것이다. 사만다는 그런 아나이스에게 “입양의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나이스의 그런 외로움을 알고 나도 많이 슬펐어요. 나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았지만, 많은 입양아들이 아나이스와 비슷한 상처를 겪어요. 나는 아나이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같이 한국에 가보자고 했었죠.”

사만다의 런던여행과 아나이스의 L.A여행이 ‘트윈스터즈’의 1부라면, 2부는 두 자매의 한국여행이다. 마침 2013년 그해 7월에는 한국에서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International Korean Adoptee Associations)의 게더링(Gathering) 행사가 열렸다. 사만다는 아나이스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면서 마음의 속의 외로움을 덜기를 원했다. 두 사람은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녔고, 행사에 참가하는 틈틈히 자신의 입양을 관리한 기관을 찾았다. 생모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입양 전, 자신들을 보살펴준 위탁모를 만났다. ‘트윈스터즈’에서 두 자매가 각자의 위탁모들과 만나는 장면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생모와 입양아가 상봉하는 장면 못지 않게 감동적이다. 잠시 자신의 손을 거쳐간 아이들이 성장해 자신을 만나러 왔을때 위탁모들이 느끼는 감정 또한 또 다른 종류의 가족애인 셈이다. 그리고 아나이스 또한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비로소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놓는다.

“아나이스가 정말 많은 감동을 얻었어요.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했었는데, 입양의 과정에도 자신에게 사랑을 베풀어 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때 우리는 아기였고, 누군가의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였잫아요. 그때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우리를 보살펴주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아나이스는 그분들을 통해 흐느끼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냈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나이스는 그동안 항상 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슬퍼도 슬프다고 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을 표현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하나의 기적이 불러올 또 다른 기적들

사만다는 ‘트윈스터즈’가 ‘병 속에 든 편지’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병 속에 넣어 바닷물에 띄우는 편지말이다. 두 자매가 만나온 기록이자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이 편지의 수신인은 그들의 ‘생모’다. 기적적으로 전달이 될 수도 있지만, 안될 수도 있다. 사만다는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어머니에게 안 좋은 감정이 없고, 우리의 사랑을 보내고 싶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어렵더라도 나중에 만나고 싶어하신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것도요.”

또한 사만다는 이 영화가 ‘믿을 수 없는 기적들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말했다. 사만다와 아나이스를 만나게 한 기적이 있었고, 어쩌면 이 기적은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사만다는 ‘트윈스터즈’와 얽힌 또 다른 기적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친구 가운데 한국인 입양아인 남자가 있는데, 내가 아나이스를 만난 이후 그도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만나는 일이 있었어요. 만나고 보니, 힙합을 좋아하는 것부터 많은 점이 닮았다고 하더군요. 또 이 영화가 공개된 후, 우리 아버지가 처음 결혼했을 때 낳은 아들(그러니까 나에게는 또 다른 오빠)도 이 영화를 보러왔고, 그렇게 다시 가족들이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됐어요.” 이러니 망망대해에 떨어뜨린 편지가 원하는 수신인에게 닿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이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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