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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1일 10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1일 14시 12분 KST

사회의 고통이 된 '교육열'

교육의 수단적 가치에만 초점을 둔 암흑기에 우리 교육 에너지원은 국가와 사회, 학교,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열(敎育熱)과 학생의 학습열(學習熱)이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원의 과열, 그리고 이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결여로 인해 교육열을 안고 살아가는 주체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을 겪어왔다. 그동안 교육개혁을 통해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敎育熱)을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실패했다. 교육개혁의 영원한 화두는 어찌하면 이 교육열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휘되도록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Shutterstock / Constantine Pankin

교육개혁 새패러다임 탐색(3): 교육개혁 목표

글 |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전 총장)

지금까지 살펴본 우리 교육개혁 실패의 교훈,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과 대응, 하그리브스와 셜리가 제시한 '제4의 길'이 주는 시사점 등을 토대로 교육개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교육개혁의 새패러다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교육개혁의 목표, 즉 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교육 르네상스를 향하여: 홍익인간(세계시민)의 재발견

경제성장 시기의 우리 교육은 우선 필요한 산업인력을 육성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실용적인 인재 육성에 바빠 교육기본법 2조에 명기된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교육이념과 '1) 인격 도야(陶冶), 2)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 함양을 통한 인간다운 삶 영위, 3)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 실현'이라는 교육목적을 법전에 담아 케비넷에 넣어 두었다. 홍익인간의 이념을 망각한 채 지내온 경제성장기의 우리 교육은 고통스러운 암흑기를 거쳐 왔다. 수단으로서의 가치에 전도된 교육 안에서는 누구나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 마련한 물질적 기반을 토대로 이제는 '홍익인간' 이념을 법전에서 끄집어내어 우리교육의 진정한 이념으로 부활시킬 때가 되었다.

르네상스는 오래된 미래를 부활시켜 다가올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세계는 우리가 겪고 있는 교육과 관련된 고통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을 바라보며 미래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피렌체가 르네상스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열었듯이 한국 교육은 홍익인간 이념의 재발견과 부흥을 통해 세계교육의 미래를 밝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르네상스 운동은 한국 교육뿐만 아니라 세계교육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북극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홍익인간의 이념을 발전시켜 향후 15년간 세계를 이끌어갈 좌표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을 주창하여 채택되었다. 우리교육에게는 홍익인간의 이념의 재해석과 적용 및 발전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방향을 제시해야 할 임무가 부여되었다.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서양의 시민의식(citizenship), 그리고 우리의 홍익인간은 지향점이 같은 삶과 교육의 이념이자 지침이다.

홍익인간 육성이 아니라 '되기'를 교육개혁 목표로 제시한 이유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구분 짓는 방식의 교육과 학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교육개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이다. 배움을 중단한 교사, 배움의 기쁨을 잊은 교사는 가르침의 길목을 지키기 어렵다. 홍익인간 '되기'를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배움과 가르침의 기쁨을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생만 홍익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홍익인간으로 변화되어 가야 함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 교육개혁 에너지원으로서의 학습열(學習悅)과 교육열(敎育悅)

목표가 뚜렷해지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교육의 수단적 가치에만 초점을 둔 암흑기에 우리 교육 에너지원은 국가와 사회, 학교,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열(敎育熱)과 학생의 학습열(學習熱)이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원의 과열, 그리고 이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결여로 인해 교육열을 안고 살아가는 주체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을 겪어왔다. 그동안 교육개혁을 통해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敎育熱)을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실패했다. 5.31 교육개혁안에서는 교육열이 교육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천명하며 바람직한 발현 기제를 만들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교육개혁의 영원한 화두는 어찌하면 이 교육열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휘되도록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핵이 일시에 폭발하면 엄청난 재앙이 되지만 핵을 제어하여 생산적으로 활용하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육열과 학습열 또한 잘 제어하고, 제대로 발현되도록 유도하면 우리사회가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추진 에너지를 부정적인 에너지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킴으로 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의 열쇠는 오래된 미래에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공자가 말한 학습열(學習悅)과 맹자가 말한 교육열(敎育悅)이다.

공자가 말한 인생삼락은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것으로 그 첫 번째는 배움의 기쁨 즉, 학습열(學習悅)이다.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은 그 세 번째가 교육의 기쁨(敎育樂) 즉, 교육열(敎育悅)이다. 이처럼 동양에서 교육의 기쁨보다 먼저 이야기된 것은 바로 배움의 기쁨이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풍요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도한 가르침의 열기인 교육열(敎育熱)과 배움의 열기인 학습열(學習熱)이라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왔으나 그 열기가 주는 고통이 너무 크다. 이제는 유교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안에 살아 숨쉬던 배움의 기쁨(學習悅)과 가르침의 기쁨(敎育悅)을 부활시켜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할 때가 되었다.

3. 학습열(學習悅)을 높이는 교육개혁

우리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낮은 학습흥미도(學習悅)이다. 반면에 학습열(學習熱) 즉,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자 하는 열기(熱氣)는 높다. 본 필자는 2008년 한국교육학회의 요청으로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유·초등교육정책을 진단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때 잡은 논문 제목은 「교육전쟁을 넘어 교육평화로」였고, 이 논문을 통해 주창한 것이 '행복교육론'이었다(박남기, 2008). 당시 제시한 행복교육론의 요체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도록 학생들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배움의 내용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 "커가는 미래 주역들이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회를 꿈꾸고 만들어 가도록 이끄는 교육",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학부모 마음 속에 모두가 함께 하는 행복한 사회를 심어주는 교육"이다. 즉 배움의 기쁨(學習悅) 부흥을 통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상대평가 상황, 과도한 경쟁 상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거의 처절하다 할 정도로 자신과 싸워야 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끝없이 반복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의 기쁨을 맛보기가 어렵다. 배움의 기쁨을 높여주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과도한 경쟁상황이 완화되도록 신실력주의사회를 구축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범위형 대입제도를 포함하여 보완책을 마련해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높은 학습흥미도를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 그들로부터 해법을 찾는 '밝은점 찾기' 전략도 구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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