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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05일 10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05일 10시 50분 KST

한국인이 찍은 것 중 가장 오래된 고종 사진이 발견됐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을 체결하기 두 달 전, 양국이 조약을 맺은 덕수궁 중명전(重明殿)에서 고종을 찍은 초상사진이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4월 미국 뉴어크박물관(Newark Museum)에서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던 중 1905년 해강 김규진이 촬영해 미국 외교사절에 선물한 고종의 사진을 찾아냈다고 5일 밝혔다.

재단은 이 사진이 한국인이 찍은 고종 사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촬영 장소와 시기, 사진가의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덧붙였다.

사진의 크기는 가로 22.9㎝, 세로 33㎝이며 한편에 '대한황제진 광무구년 재경운궁'(大韓皇帝眞 光武九年 在慶運宮)과 '김규진조상'(金圭鎭照相)이라는 글씨가 인쇄돼 있다.

광무구년은 1905년, 경운궁은 오늘날의 덕수궁을 뜻한다. 구체적인 촬영 장소는 초상사진의 바닥 타일을 통해 궁내 중명전 1층 복도로 추정된다.

특히 흑백사진으로 인화한 뒤 황제의 복식인 노란색 황룡포와 보라색 익선관 등 일부를 채색한 점이 독특하다. 재단 측은 이처럼 채색된 고종 사진은 미국 워싱턴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이 소장한 사진을 포함해 두 점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은 1905년 미국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아시아를 순회하던 사절단을 만나 미국 재벌인 에드워드 해리먼에게 이 사진을 건넸고, 해리먼의 부인이 1934년 뉴어크박물관에 기증했다.

하지만 미국 사절단은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에서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상호 인정하기로 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일본의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고종은 여러 열강으로부터 도움을 얻고자 했다"면서 "밀약을 몰랐던 고종은 미국의 힘을 빌리고자 사절단을 극진히 대접하고 사진을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진을 찍은 김규진은 대한제국 황실의 사진가로 활동했다고 알려졌으나, 남아 있는 황실 관련 작품이 없었다. 그는 1907년부터 천연당사진관을 운영했고, 1909년에는 매천 황현의 초상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뉴어크박물관 조사에서는 고종 초상사진 외에도 구성품이 완전하게 남은 고급 갑주(甲胄) 일괄품과 조선 후기 화원화가인 석연 양기훈의 노안도(蘆雁圖) 두 폭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장진성 서울대 교수는 "고종 초상사진은 여러 점이 전하지만, 뉴어크박물관 소장본은 연대와 작가가 함께 기록된 유일한 예"라면서 "미술사적 가치를 넘어 격동하던 한국 근대사의 양상을 알려주는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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