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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용 방수 재킷을 사기 전에 알아야 할 이야기

과불화 화합물(PFCs)은 자연적으로는 생성되지 않는 인공 화학 물질입니다. 탄소와 불소의 화합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일컫습니다. 굉장히 견고한 성질을 지닌 물질로 뛰어난 방수와 방유 효과 때문에 다양한 제품에 사용됩니다. 재킷, 바지, 신발, 침낭 같은 방수 기능을 지닌 아웃도어 용품 제작에도 PFC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명된 지 반세기가 지나면서 PFC의 유해성도 알려졌습니다. PFC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산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높은 산마루를 타고 오르는 게 취미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산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즐거움, 또는 넉넉한 위안을 주니까요.

무당벌렛빛으로 산이 물드는 시간입니다. 이 계절엔 아무리 무딘 사람도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죠. 혹시 지금,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등산복을 꺼내 탁탁 털고 계시지는 않나요? 아니면 가을 등산을 위해 새 등산복을 장만할까 고민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잠깐, 방수 재킷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런데, 단풍잎만큼 알록달록 예쁜 등산복의 비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오늘날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산으로 떠날 수 있는 건 방수막 덕분입니다. 1969년 처음 발명된 이래 방수막 소재의 재킷과 장비는 비바람으로부터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줬죠.

하지만, 방수 재킷은 고맙기만 한 존재일까요? 도대체 무엇으로 만드는 걸까요? 산과 우리의 몸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있는 걸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값비싼 방수 재킷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이제, 방수 재킷 구매 전 여러분이 아셔야 하는 것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방수 재킷의 원단은 여러 층으로 구성됩니다.

방수 재킷을 만드는 기능성 원단은 1. DWR 발수 코팅 2. 겉감 3. 방수막 4. 안감 등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층의 사용에 따라 하드쉘과 소프트쉘로 나뉩니다.

하드쉘 재킷(1+2+3+4 사용)

매우 뛰어난 방풍, 방수, 투습 효과가 있습니다. 악천후 속에서 장시간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능이죠. 하드쉘 재킷의 비밀은 외부의 물과 바람은 막아주면서, 동시에 몸에서 발생하는 수분은 밖으로 배출시키는 방수막에 있습니다. 표면에도 DWR 발수 코팅 처리가 돼 있어 갑작스러운 비바람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쉘 재킷(1+2+4 사용)

방수막은 없고 DWR 발수 코팅 처리만 된 원단으로 만든 재킷을 말합니다. 하드쉘과 비교해 부드럽기 때문에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도 입을 수 있죠. 몸에서 나는 열과 땀을 효율적으로 배출하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방수, 방풍 기능보다는 투습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상에 더 가까운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방수 재킷의 표면에 떨어진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건 바로 DWR 발수 코팅 때문입니다.

흔히 DWR(Durable Water Repellent)이라고 부르는 발수 코팅은 아웃도어 재킷에 많이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주로 원단의 바깥쪽 표면에 불소 폴리머라는 물질을 덧발라 물이 스며들지 않고 튕겨 나가게 만들죠. 방수 재킷의 표면에 떨어진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가는 게 바로 DWR 때문입니다.

3. 방수막은 인조 화합물로 보통 1㎠ 당 10억 개가 넘는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방수막은 인조 화합물로 구성된 얇은 막입니다. 합성 섬유에 매우 작은 구멍이 수없이 많이 뚫려 있도록 화학적으로 제조한 막이죠. 보통 1㎠ 당 10억 개가 넘는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이 구멍은 액체 상태의 물방울보단 작고 몸에서 발생하는 증기보다는 커서, 방수와 투습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냅니다. 방수 재킷을 입고 있으면 비가 오는 날에도 몸을 건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죠.

4. 방수 재킷마다 방수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방수 재킷의 방수력은 등급을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방수 등급의 표시 단위는 밀리미터(㎜)입니다. 이것은 24시간 내에 막아낼 수 있는 비의 양을 의미합니다. 어떤 방수 재킷의 방수 등급이 1,000㎜라면, 하루 동안 1,000㎜의 비를 막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의 비가 내린다면 방수 기능을 기대하기 힘들죠. 시중에 판매 중인 방수 재킷의 방수 등급은 보통 최고 4,000㎜라고 하네요.

5. 방수 재킷과 같은 아웃도어 제품은 방수와 방유 효과가 뛰어난 인공 화합물, 과불화 화합물(PFCs)를 주로 사용합니다. PFC는 유해 화학물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과불화 화합물(PFCs)은 자연적으로는 생성되지 않는 인공 화학 물질입니다. 탄소와 불소의 화합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일컫습니다. 굉장히 견고한 성질을 지닌 물질로 뛰어난 방수와 방유 효과 때문에 다양한 제품에 사용됩니다. 종이컵부터 프라이팬까지 여러 제품의 코팅제로 활용되고 반도체 제조에도 쓰이죠. 그리고 재킷, 바지, 신발, 침낭 같은 방수 기능을 지닌 아웃도어 용품 제작에도 PFC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명된 지 반세기가 지나면서 PFC의 유해성도 알려졌습니다. PFC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6. PFC는 자연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머물 수 있습니다.

한번 환경에 배출된 PFC는 매우 천천히 분해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 지구적으로 분산됩니다. 아까 PFC가 매우 견고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죠? 그 말은 PFC가 자연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머물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15년 초여름, 그린피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10개 지역의 눈과 물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채취한 모든 시료에서 PFC가 발견됐습니다.

7. PFC는 암을 유발하고 생식과 면역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PFC는 이미 모든 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우리 몸 속에도요. 모유와 신생아의 혈액 속에서도 PFC가 발견됐습니다. 다양한 동물 실험 결과, PFC가 암을 유발하고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생식과 면역 기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린피스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PFC의 퇴출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죠. 하지만 아웃도어 용품 기업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8. 아웃도어 제품 기업들은 PFC 사용 중단에 소극적입니다. 하지만, 유해하지 않은 PFC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웃도어 기업들은 종종 "긴 사슬 PFC만 유해하고, 짧은 사슬 PFC는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유해하지 않은 PFC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긴 사슬 PFC는 8개 이상의 탄소와 불소 결합 사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수 재킷 제조에는 퍼플루오로옥틸 술페이트(PFOS)나 퍼플루오로옥타노익 애시드(PFOA)라는 물질이 사용됩니다. 이게 바로 긴 사슬 PFC죠. 그런데 PFOS, PFOA가 지닌 유독성이 확인되면서 아웃도어 기업들은 '짧은 사슬 PFC 사용'이라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짧은 사슬 PFC는 6개 이하의 탄소와 불소 결합 사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짧은 사슬 PFC가 긴 사슬 PFC에 비해 인체에 덜 해롭다는 것이 기업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짧은 사슬 PFC도 긴 사슬 PFC와 똑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길이만 짧을 뿐이죠. 오히려 짧은 사슬 PFC를 써서 긴 사슬 PFC를 썼을 때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PFC의 양이 늘어납니다. 결국 PFOS나 PFOA보다 자연 축적성이 더 높을 수 있는 거죠.

9. 방수 재킷 구매 전, 내게 정말 필요한지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북극 탐험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출퇴근용 바람막이가 필요하신가요?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찍은 유명 연예인의 아웃도어 용품 광고를 보면 최첨단 방수 재킷이 내게도 꼭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십만 원씩 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엄혹한 자연 환경 속에서나 진가가 발휘되는 전문가용입니다. 가벼운 가을 등산이나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는 거죠. 튼튼한 후드 재킷 하나면 일상의 야외 활동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모래사장에서 노는 아이에게까지 고성능 마감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의류를 입히는 현실은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0. 그래도 필요하다면, "PFC-Free"를 확인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방수 재킷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바로 PFC를 사용하지 않은(PFC-Free) 방수 재킷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찾아보면 이미 PFC보다 훨씬 안전한 기술로 생산한 기능성 원단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PFC를 대체할 대표적인 기술 및 원단으로는 왁스, 파라핀(Ecorepel), 폴리우리텐(Purtex), 덴드리머(Bionic Finish Eoc), 실리콘 등이 있습니다. 루돌프 케미(Rudolf Chemie)사에서 출시한 바이오닉 피니시 에코 원단은 이미 치보(Tchibo), 리들(Lidl), 알디(Aldi) 같은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 중이고요. 에이치앤엠(H&M), 카이키알라(Kaikialla)처럼 이 원단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 중인 의류 업체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대체 기술을 이용한 원단이 속속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산업에서 PFC를 몰아내기 위해 우리가 발휘해야 할 소비자의 힘!

아웃도어 산업은 자연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정작 심각한 PFC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 왔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그린피스가 디톡스 캠페인을 통해 전달한 경고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구는 PFC로 뒤덮이게 됐죠.

PFC 대체물질, 이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입니다. 산악인, 스키어, 도시인 할 것 없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디톡스 아웃도어 캠페인의 주인공이 돼 주세요. 아웃도어 기업들이 디톡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자연과 인체에 안전한 제품을 요구해야 합니다.

글: 하보미 / 그린피스 독성물질 제거 캠페이너

▶ 디톡스 아웃도어 대장정 참여하기 Detox-Outdo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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