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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경쟁력 27위에서 87위로 곤두박질친 이유는?

  • 박세회
  • 입력 2015.10.03 12:37
  • 수정 2015.10.07 12:12

세계 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세계 금융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87위에 랭크되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순위에선 뉴질랜드가 1위를 차지했고 필리핀(48위), 스리랑카(51위), 나이지리아(79위), 우간다(81위), 나이지리아(79위), 가나(76위), 베트남(84위), 부탄(86위) 등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에 있어서만은 가나 출신 연예인인 샘 오취리 씨에게 선진국 대접 받기는 글렀다는 이야기.

뉴시스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99위)과 가격 적정성(89위), 대출의 용이성(119위)과 은행 건전성(113위)에서 세계 최하위권에 들었으며 법적 권리지수(63위)는 지난해보다 34위나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사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조사 신뢰도가 낮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융 위원회는 "한국 금융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들은 WEF 평가 결과보다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발표에서 여러 지표들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금융위가 소개한 세계은행의 143개국 대상 금융이용 가능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중 계좌보유비율은 9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94.0%보다 높다.

미국 등 글로벌 은행보다 국내 은행의 예금계좌 관련 수수료 비중도 낮다.

일례로 한국의 은행들은 계좌관리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지만 씨티은행은 매월 1만~3만원을 받는다.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는 1조2천억 달러로 세계 15위 수준이다.

대출의 용의성 측면에서도 한국은 OECD 국가 대비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연합뉴스(10월 1일)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WEF 평가 결과에 대해 "조사 방식이 설문조사 위주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뉴시스(10월 1일)

타당한 순위다

믿고 싶지 않지만 87위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단 작년의 순위는 그럼 얼마였는가? 작년에는 80위였다. 그다지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다. 2007년에는 27위였지만 8년간 꾸준히 성실하고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해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설문조사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문제는 이 조사에서도 2007년 27위, 2009년 58위, 2014년 80위, 올해 87위 등으로 순위가 꾸준히 하락하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투데이(10월 2일)

관치 금융의 행태와 건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는 "금융시장 성숙도는 금융서비스의 용이함보다 신뢰도나 정책 방향이라는 큰 틀에서 평가되는 문제"라며 "낙하산 인사 척결이나 소비자 보호 등 과거부터 정부가 약속 했던 정책에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현재 당장은 국내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양호할지 몰라도 외부 시각으로는 가계부채 탓에 금융업의 건전성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부실이 커진 것도 평가에 악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시스(10월 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윤교수가 한 말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말을 맺었다.

순위가 타당하다고 보도자료를 낼 게 아니라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뭘 고쳐야 하는지 생각 좀 해보라는 뜻이다. 아래는 지난 4년간 터진 굵직한 금융 사고들이다.

이건호 케이비(KB)국민은행장이 2013년 1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일본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과 국민주택채권 위조·횡령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농협은 2011년 4월 검찰 조사 결과 최고 보안등급 비밀번호를 수개월간 바꾸지 않는 등 허술하게 전산망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원병 농협 회장(가운데)이 4월14일 해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2년 2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100%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2014년 1월.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드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기자회견에서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과 임원들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법원이 동양그룹 5개 계열사 모두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제3자 인수 등을 기대했던 피해자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더욱이 5개사 법정관리인에 현재현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을 선임한 것도 피해자들의 반발을 샀다. 기존 경영진으로서는 법정관리로 과다한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셈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결정이 난 다음날 감독 소홀 책임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분노한 피해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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