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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미 중에 게이 커플을 비공식적으로 만나다(영상)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방문 기간(9월 22∼27일) 모국인 아르헨티나 출신 동성애자 제자를 비공개로 만났다고 미국 CNN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방송은 교황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미국 켄터키 주 로완카운티 법원 서기 법원 킴 데이비스를 만나기 전날, 동성애 제자 부부를 만나 이들과 포옹하고 뺨에 입맞춤하는 등 축복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루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간 교황의 행보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덧붙였다.

1964∼1965년 아르헨티나 산타페의 한 가톨릭 고교에서 사제로 일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문학과 심리학을 배운 남자 동성애자인 야요 그라시는 CNN 방송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동성 배우자인 이완 바구스를 대동하고 친구 몇 명과 함께 워싱턴D.C.로 날아와 9월 23일 교황청 대사관에서 교황을 뵈었다"고 밝혔다.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과 동성애자 제자(트위터 캡처)

그는 미국 방문을 앞둔 교황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만남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무신론자라고 밝힌 그라시는 19년간 동성 커플을 이뤄온 배우자 바구스가 힘든 시간을 겪어 교황에게서 축복을 받고 싶어한다며 만남을 간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3주 전 그라시에게 전화를 걸어 "안아주고 싶다"며 미국 초청 의사를 건넸다.

그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사람인지 진실을 알려주고자 만남을 언론에 공개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짧은 동영상을 보면, 교황이 그라시와 바구스와 포옹하고 그들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라시는 "교황은 절대 선입견에 사로잡힌 분도 아니고 나쁜 말을 하지도 않은 분"이라면서 "사제로서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야 하지만, 교황은 또한 인간으로서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성 정체성이 다른 이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열린 마음을 품고 계신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서 교황을 뵌 적이 있다던 그라시는 "교황은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그러한 사실과 동성애 관계를 단 한 번도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승과 제자로 오랜 기간 교분을 나눠왔으나 교황과 그라시는 2010년 동성애 문제가 아르헨티나를 뜨겁게 달궜을 때 대척점에 섰다.

그라시는 자신의 인생을 진보적으로 바꾼 교황이 동성애에 반대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편지를 보냈고, 당시 추기경이던 교황은 상처를 줘서 미안하지만, 가톨릭 교회에서 동성애자가 설 곳은 없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교황은 교황 즉위 후 동성애의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서 이를 금기하던 기존 교황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교황청은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 이름으로 이날 오전 성명을 발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데이비스를 만난 것을 두고 그의 태도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데이비스는 교황을 뵙고 배웅하기 위해 모인 수십 명의 접견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면서 "교황 특유의 자상함과 여유 덕분에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 그러한 짧은 접견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방미 기간에 유일하게 만나고 싶어하던 이는 그의 제자와 그 가족들"이었다며 그라시가 유일한 초청객이었음을 확인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은 데이비스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그와 만난 것을 두고 특별하면서도 복잡한 측면을 고려해 교황이 데이비스를 지지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성 결혼이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독교 신념을 앞세워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 판결을 따르지 않은 데이비스를 만나자 미국 내 보수와 진보 간에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보수 쪽에서는 교황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환영한 데 반해 진보 쪽에서는 과연 교황이 데이비스 사건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게다가 데이비스가 교황에게서 묵주와 함께 "강해지라"는 격려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커졌다.

교황청의 설명과 별도로 교황은 미국을 떠나면서 취재진에 "데이비스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인권으로서 양심에 따른 반대를 옹호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를 두고 미국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 신부는 "교황은 방문국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것이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지지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줬다"고 평했다.

그는 "교황은 동성애자·이성애자를 가리지 않고 오랜 친구로서 그라시를 맞이했다"면서 "우정과 환영은 신앙인 생활의 중심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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