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이건 비아냥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열망, 장악한 권력의 행사솜씨 등에 있어서 박 대통령 앞에 설 만한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건 인간의 본성에 대한 박 대통령의 통찰이다.
박 대통령은 인간이 지닌 본능 중 공포와 탐욕이 가장 힘이 세며, 유권자들 중 절반 이상이 공포와 탐욕에 철저히 지배받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언뜻 난폭해 보이지만 실상은 정교하기 짝이 없는 통치전략을 시전하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공포를 통한 통치이고, 다른 하나는 탐욕&서커스&하사품 꾸러미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공포를 통한 통치전략
소란하기만 할 뿐 실속은 전혀 없는 그러나 북한에 적대적인 유권자들에겐 어필하는 대북정책, 내부의 적 만들기(예컨대 통진당), 말 안듣는 사람을 본보기로 손 봐 여당 의원들과 고위 관료들을 장악하기(예컨대 채동욱 검찰총장),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구사하기(정규직 노동자 vs 비정규직 노동자 and 예비노동자) 등
2. 탐욕&서커스&하사품 꾸러미를 통한 통치전략
확고한 통치기반인 집주인들의 지지를 유지할 부동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탐욕의 충족), 별 의미는 없지만 시시때때로 시장과 외국을 방문(서커스), 광복절 톨비 면제·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전 장병 특식 및 휴가 제공(하사품) 등
어떤가?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스윙보터들을 포섭해 지지율 50%를 돌파한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어떤 전략에 의한 것인지를 석연히 알 수 있지 많은가 말이다. 물론 박 대통령의 통치전략은 대한민국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포를 통한 통치전략과 탐욕&서커스&하사품 꾸러미를 통한 통치전략 중 취할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꽤 많다. 대화와 설득, 합리와 이성, 공익과 공동선만으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또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꾀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참여정부의 실패와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