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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07일 06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07일 14시 12분 KST

버려지는 먹을거리 年 13억 톤 | 더 먹고 덜 버릴 수 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중 1/3은 그냥 버려진다. 양으로 따지면 13억t, 돈으로 환산하면 4천억 달러(477조 6천억 원)에 이른다. 버려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식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쓰이는 물, 토양, 에너지, 노동력 및 자본도 함께 내버려진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있을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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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중 1/3은 그냥 버려진다. 양으로 따지면 13억 t, 돈으로 환산하면 4천억 달러(477조 6천억 원)에 이른다. 버려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식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쓰이는 물, 토양, 에너지, 노동력 및 자본도 함께 내버려진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있을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글 이선미(살림이야기 편집부)

멀쩡한 음식이 버려진다

물, 에너지, 노동력도 함께 버려진다

지난 8월 개최된 제12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덕분에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먹을래? 먹을래!(Just Eat It: A Food Waste Story)>라는 영화를 봤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무색하게 강렬한 내용이 머리를 쳤다. 영화는 '버려지는 음식 중 멀쩡한 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버려진 식품 폐기물로만 6개월 살기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결말을 미리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수집한 식품들과 그 결과 절약한 식비는 사뭇 놀랍다.

무엇보다 놀란 건 조리되지 않고, 즉 식탁에 오르지도 않은 채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먹을거리의 양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인 '폐기물 및 자원 행동 프로그램(WRAP; Waste&Resources Action Programme)'에서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중 1/3은 버려지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4천억 달러(477조 6천억 원)에 이른다. 음식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해마다 1천620억 달러(193조 4천280억 원)어치를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려지는 건 먹을거리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식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쓰이는 물, 토양, 에너지, 노동력 및 자본도 함께 내버려진다.

위 보고서는 만약 전 세계가 음식물 쓰레기를 2011년에 비해 20~50% 줄이면 한 해에 1천200억~3천억 달러(143조 2천800억~358조 2천억 원)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한 끼를 7천 원으로 계산했을 때 최소 약 1천870만 명이 하루 세끼를 일 년간 먹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만약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실패한다면 2030년에 가서는 버려지는 음식물이 6천억 달러(716조 4천억 원)어치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을 '쓰레기'로 만드는 품질기준 버리고

못생긴 것 먹고 통째로 먹자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먹을거리가 버려지는 주된 이유는 품질이 나빠서, 즉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 영화에 따르면 과일의 20% 이상이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장 단계에서 폐기된다. 바나나의 굽은 정도와 꼭지 모양 등이 유통업체의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한 트럭분이 통째로 버려지는가 하면, 판매업체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샐러리의 절반 이상을 잘라 내고 난 나머지가 밭에 수북이 쌓여 있다. 내용이 아닌 외형에 맞추어진 품질기준이 멀쩡한 식품을 순식간에 '쓰레기'로 만든다.

양으로는 과일과 채소 폐기량이 많지만 정작 더 큰 문제가 되는 건 육류와 유제품을 버리는 것이다. 농작물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제품의 경우 판매업체가 상품을 팔 수 있는 시한을 뜻하는 유통기한을 음식이 상하지 않는 시한으로 오인하여,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무조건 폐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음식을 버리는 것이 묵인되고 있다. 음식의 아주 작은 부분만 먹고 나머지는 버려도 먹을거리는 늘 저렴하고 넘쳐나기 때문에, 식재료를 버리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각종 자원이 점차 고갈돼 가는데 언제까지나 먹을거리가 싸고 풍부할 수 있을까? 위기는 도둑같이 올 테고, 이제는 대응책을 마련할 때다.

멀쩡한 먹을거리를 버리지 않는 첫 번째 방법은 사람이 먹는 것이다. 모양이나 빛깔 등으로 품질을 판단해 버리기보다는 내용물에 의미를 두고, 정팔리지 않는다면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기부하는 등으로 필요한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 푸드셰어링(음식나눔)이나 프리건[Freegan, 자유(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소비지향적 삶에 반대하며 쓰레기통에서 멀쩡한 음식물을 구하는 사람]도 여기에 속한다.

그 다음은 동물을 먹이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에 쓴다. 그래도 남는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매립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버려진 음식물의 대부분이 바로 매립되며, 특히 미국의 음식물 쓰레기 중 97%가 매립지로 간다. '음식은 자연 분해되니까 버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량의 폐기물이 매립지에 모여 공기 없이 부패하면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유독한 온실가스가 대량 발생하는데, 위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33억 t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에 이른다. 버려진 먹을거리는 이렇게 지구 온난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음식물을 기부하고, 나누고, 사료나 자원으로 되살리는 것보다는 버리는 게 가장 쉽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경험으로 안다. 쉬운 게 좋은 게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먹지 않을 식량을 위해 땅을 박살내"는 대신 식재료를 버리지 않기 위해 못생긴 과일을 사고 꾸러미를 받으며 통째먹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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