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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5일 13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15일 14시 12분 KST

북한사람들은 어떻게 결혼식을 올리나요?

무엇보다 결혼식에 있어 북한에서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태어난 4월 15일과 2월 16일에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념촬영은 형편상 대부분 생략하지만 한다면 반드시 김일성 동상 앞에서 찍게 되어있습니다. 강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결혼식 후 신혼여행은 생각지도 못합니다. 북한에서는 아예 신혼여행이라는 말이나 개념조차 없습니다.

전통혼례 의식에 따라 진행되지만 부케 대신 김일성 동상 앞에 헌화합니다

NK News는 가깝고도 먼 곳인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매주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주에는 "북한의 결혼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한국에서처럼 신부는 웨딩드레스 입고, 신랑은 턱시도를 입고 진행하나요? 북한의 결혼식은 다른 점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결혼식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한국처럼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신랑은 턱시도를 입고 진행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결혼식은 옛날 우리 선조들이 하던 결혼식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반면, 남한은 서양식 결혼 문화를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결혼식은 남한의 사극에서 흔히 등장하는 결혼식과 비슷합니다. 양가부모의 상견례에서는 주로 간단한 예물교환을 하고 약혼날짜를 잡습니다. 그렇게 한 후에 결혼 날짜를 잡고 결혼식을 합니다. 결혼식 당일, 남자와 여자가 한복을 입고 식을 올리며, 동네 어르신들과 주변 친지들은 모여서 음식과 술을 즐기며 신랑신부를 축하합니다.

결혼식은 신부 집에서 올립니다. 식은 오전에 시작하여 오후까지 진행되는데 가족, 친척 친구, 동네 마을 사람은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대체로 공휴일이나 주말 혹은 근무시간 외의 시간을 택해 자기 집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는 주인공은 바로 닭입니다. 특히 암탉의 경우에는 대추나 꽃을 물려주고, 수탉에게는 담배 또는 성인이 되었음을 뜻하는 빨간 고추를 물려줍니다.

지역마다 음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함경도 사람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국수를 먹여서 대접하고, 황해도 사람들은 밥이나 떡, 국수 등 손님이 원하는 대로 대접한다고 합니다.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나 농민들은 최소한의 상차림 음식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장마당에서 돈을 조금 주고 빌려다가 상을 차린 뒤 사진만 찍고 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 간부들의 결혼식은 규모가 엄청 큽니다. 그들에게 결혼식은 위신을 과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예식장을 방문한 하객의 수로 위신을 입증하다 보니 심지어 트럭까지 동원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벤츠냐 BMW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차가 많이 올수록 멋있는 결혼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최고 엘리트 계층들은 호텔이나 기관의 특실을 빌려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이들은 시계가 남성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결혼 예물로 시계를 반드시 챙깁니다.

축의금은 간부들의 경우에는 달러로, 일반인은 북한 돈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산골 같은 곳에서는 쌀이나 술 등 결혼식에 쓸 최소한의 먹거리로 대신합니다.

북한의 결혼식에서 우리와 대비되는 또 다른 점은 주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주로 신랑이 다니는 직장의 당 비서나 고위층 간부가 와서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이 관례입니다. 부케를 던지는 대신 김일성 동상에 헌화를 합니다. 북한에서는 결혼식 후에 반드시 김일성 동상을 찾아 동상 앞에서 인사를 합니다.

무엇보다 결혼식에 있어 북한에서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태어난 4월 15일과 2월 16일에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념촬영은 형편상 대부분 생략하지만 한다면 반드시 김일성 동상 앞에서 찍게 되어있습니다. 강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결혼식 후 신혼여행은 생각지도 못합니다. 북한에서는 아예 신혼여행이라는 말이나 개념조차 없습니다. 결혼을 한 후에는 바로 출근을 해야 합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야 신혼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도 당과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합니다. 결혼식 날에도 김일성 동상에 가서 거의 강제적으로 인사를 하면서 결혼을 진행하는 점이 남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있으면 ask@nknews.org로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질문을 적어 보내주세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채택하여 답해드립니다.

글쓴이 김유성은 2005년에 함경북도 길주를 떠났습니다. 메인 이미지는 Eric Lafforgue가 찍은 것입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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