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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여행 가면 찾아야 할 문화 공간 6

  • 박수진
  • 입력 2015.10.02 13:18
  • 수정 2015.10.02 13:23

제주도에 여행 간 당신. 유명 관광지와 맛집을 도는 것만으론 왠지 성에 안 차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소개한다. 제주에서 멋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곳들을. 제주는 지금 문화의 용광로다. 원주민과 이주민, 제주에서 나고 뭍에서 지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의 문화와 예술이 만나 섞이고 녹아들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불꽃이 튀는 그곳으로 들어가보자.

1. GNG 아트빌리지_고장난 길

바다를 품은 마을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 됐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마을이 그곳이다. 제주올레길 20코스 시작점부터 성세기 해변까지 3㎞ 구간에는 해안도로가 없다. 차에서 내려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곳곳에서 아름다운 금속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느 건물 모퉁이 한쪽에는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이, 다른 한쪽에는 잠수안경을 쓴 해녀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해녀의 삶과 어머니의 삶이 공존하는 제주의 ‘어멍’(어머니를 뜻하는 제주말)을 형상화한 작품(사진)이다. 작가 17명이 제주를 주제 삼아 만든 29개 작품이 가정집 벽에, 김녕초·중학교 요트부 창고에, 방파제 벽면 등에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GNG 아트빌리지_고장난 길’이다. 김녕마을에 거주하는 문화예술단체 ‘다시방 프로젝트’가 한국농어촌공사와 제주시의 지원을 받아 완성한 마을재생 프로젝트다. ‘GNG’는 ‘김녕(GimNyeonG)’의 영어표기에서 따온 것이고, ‘고장난 길’은 제주말로 ‘꽃이 핀 길’을 뜻한다. 남현경 다시방 프로젝트 대표는 “이번 1차 프로젝트에 이어, 마을 안쪽 구석구석까지 돌아보도록 2차, 3차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제주에는 미술관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가장 독특한 외관과 전시작품을 자랑하는 곳이다. 미술관은 제주시 탑동과 산지로 인근에 자리한 4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새로 지은 게 아니라 기존의 오래된 건물을 활용했다. 제주의 푸른 하늘, 파란 바다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붉은색 건물은 지나는 이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재미있는 건 예전 건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각 미술관이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Ⅰ, 동문모텔Ⅱ(사진)라는 이름을 가진 건 그래서다.

탑동시네마와 동문모텔Ⅰ에서는 서울과 천안에 아라리오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창일 회장의 소장품을 주로 선보인다. 탑동바이크샵과 동문모텔Ⅱ에서는 기획전을 연다. 파격적이고 강렬한 느낌의 현대미술 작품 위주다. 사실 현대미술은 초심자에게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부담 가질 필요 없다. 여행지에서는 자고로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는 법.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보면 작품들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19일 저녁 동문모텔Ⅱ에서 열린 <묵음>전 오프닝 공연 때는 록밴드 ‘앵클어택’의 파괴적인 사운드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064)720-8201~4.

3. 제주숨옹기 담화헌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곳에 가보자. 제주시 해안동에 있는 담화헌은 카페이자 제주옹기 도예방이자 체험공간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강승철 작가(사진)는 홍대 미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활동하다 2000년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을 열었다. 예쁜 그릇들로 가득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강 작가가 만든 제주옹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강 작가는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흙빛이 아니라 검은빛을 띠는 옹기를 개발해냈다. 전화(010-3694-3662)로 미리 신청하면 제주흙으로 옹기, 사람 얼굴, 조랑말 등을 만들어보는 문화체험도 할 수 있다. 각자 만든 작품을 가마에서 구워 집으로 보내준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는 플리마켓 ‘담화헌 마르쉐’가 열린다. 수공예품, 친환경농산물 등을 사고판다. 담화헌 옆에는 이탈리아 음식을 현지화해 선보이는 주르레식당이 있다. 된장크림스튜, 옹기해물푸알레 등이 대표메뉴다. 테이블이 2개밖에 없어 예약제(010-2411-2906)로만 운영한다.

4. 반짝반짝 지구상회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버려진 감귤창고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재주도좋아’라는 창작집단은 이곳을 ‘반짝반짝 지구상회’라고 이름 붙이고 ‘비치코밍’을 토대로 한 작품활동을 펼친다. 바닷가를 빗질한다는 뜻의 비치코밍은 바다 쓰레기를 주워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바다에서 주운 날카로운 유리를 씻고 자르고 가마에 구워 예쁜 브로치, 반지 등을 만드는 식이다. 작품을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사진)을 할 수도 있다. 11월21일에는 비치코밍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바다환경 포럼, 영상 상영회, 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www.jaejudojoa.com

5. 겟스페이스

서울 홍대 앞에만 라이브 클럽이 있는 게 아니다. 제주에도 홍대 앞 부럽지 않은 라이브 클럽이 있다. ‘젊음의 거리’인 제주시 이도2동에 자리한 ‘겟스페이스’다. 제주가 고향인 박은석 음악평론가가 귀향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최대 300명까지 들어가는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이승환, 크라잉넛(사진), 페퍼톤스, 요조, 호란 등 많은 음악인들이 공연했다. 보통 주말에 공연이 열리는데, 공연이 없을 때는 뮤직바로 운영된다. 개관 1돌을 맞는 11월14일에는 겟스페이스를 비롯해 인근 클럽 5곳에서 동시다발로 공연이 펼쳐지는 ‘제주판 클럽데이’인 ‘시티비트’ 행사가 열린다. 솔루션스(10월24일), 몽니(11월28일) 등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064)805-1363.

6. (구)서귀포관광극장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 있는 극장. 1963년 당시 서귀읍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한 곳이다. 영화 상영, 연극·음악 공연 등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던 이곳은 지난 4월 ‘(구)서귀포관광극장’(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건물 원형을 보전한 채 지붕을 걷어내 별빛을 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지역주민협의회가 위탁운영을 한다. 압화체험(수), 마술체험(목), 타로·종이토이아트체험(금)을 무료로 운영하며, 주말에는 무료 공연을 연다. 지난 19일에는 가수 강산에가 무대에 올랐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저녁에는 ‘별빛극장-제주에서 재즈 하자’라는 제목의 특별 공연이 열린다. (064)732-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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