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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의 계기가 된 단파 라디오

"북한에서의 사상 교육은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 라디오를 통해 외부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와 제 친구들은 그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때는 누군가 우리를 속이려고 이런 내용의 방송을 보낸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이 라디오가 탈북에 큰 동기를 부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 NK News
  • 입력 2015.10.06 11:44
  • 수정 2016.10.06 14:12

장마당에서 얻은 라디오를 통해 바깥 세상을 알아가는 북한 사람들

"이 라디오야말로 북한사람들의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상징하는 증거입니다" 북한개혁방송의 김승철 대표는 북한 사람이 직접 만든 외부 방송 청취용 라디오를 보여주며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중국 국경에 사는 인민들은 중국산 라디오를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인민들은 마을의 '불법 라디오 제작자'를 찾아야 합니다. 이런 외부 방송 청취용 라디오를 만들어서 파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라디오 정면 모습 (북한에서 이와 같은 종류의 라디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겉면의 글자는 모자이크 처리 되었습니다)

이 라디오는 원래 한 탈북자의 소유였습니다. 원 소유자는 오년 전 이 '불법' 라디오를 구매해 북한에서 북한개혁방송을 비롯한 여러 대북 방송을 청취했고 2013년 탈북 이후 이 라디오를 김승철 씨에게 기증했습니다.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이 수제 라디오의 총 무게는 약 1.5kg 정도입니다. 허름한 외관과는 다르게 이 라디오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라디오를 직접 사용해본 NK News의 기자는 손쉽게 전원을 연결할 수 있었으며 라디오에 달린 모듈을 돌려 음량과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라디오 사용법을 익히는 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이 라디오로 원하는 주파수를 정확하게 찾는 일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화면에 디지털 방식으로 주파수가 표시되는 오늘날의 라디오와는 다르게 이 수제 라디오는 시각적으로 주파수를 표시하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취자는 매번 주파수를 변경할 때마다 모듈을 0.1mm 단위로 섬세하게 돌려야 했습니다.

이 라디오를 시험 작동해보던 NK News 기자는 모듈이 일정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더 돌아갔을 시 주파수가 바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김승철 대표에 의하면 원소유주는 이 라디오로 정확한 주파수를 찾은 이후에는 모듈을 가능한 건드리지 않고 고정해서 청취했다고 합니다.

라디오 내부 모습

또 다른 어려운 점은 라디오에 내장된 안테나를 외부와 연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라디오에는 전파수신거리가 짧은 내장 안테나밖에 없었기에 원소유주는 이 내부 안테나에 와이어를 매달아 외부의 신호 증폭기와 연결해서 사용했습니다. 제대로 된 내용을 청취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매번 외부 신호 증폭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라디오는 휴대폰이나 MP3처럼 휴대하며 사용하는 성질의 제품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NK News 기자는 어렵사리 외부 신호 증폭기와 연결을 한 이후에 한국 라디오 프로그램과 일본 방송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낮은 볼륨 또한 문제였습니다. 이 라디오 내부에 장착된 스피커의 소리가 충분히 크지 않아 내용을 깨끗하게 청취하기 위해서는 내부 스피커의 선을 분리해 외부 스피커에 연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낮은 볼륨은 북한 내부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이 라디오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에 원소유주는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인적이 드문 밤, 특히 북한개혁방송이 송출되는 밤 11시에서 1시 사이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라디오 내부 모습

정보의 오아시스

이 라디오의 원소유주 박모 씨는 2013년 11월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입니다. 그는 북한에서 이 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그는 이 수제 라디오를 통해 최근 약 오년간 미국의소리, 라디오프리아시아, 북한개혁방송과 같은 대북 방송들을 청취했습니다.

"무려 13년 동안 북한개혁방송을 비롯한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청취해 왔습니다. 북한에서의 사상 교육은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 라디오를 통해 외부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와 제 친구들은 그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때는 누군가 우리를 속이려고 이런 내용의 방송을 보낸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박모 씨는 라디오의 내용이 그가 탈북을 감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라디오가 탈북에 큰 동기를 부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지하 아지트에서 북한개혁방송과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정기적으로 들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보고 이런 라디오나 듣지 말고 나가서 돈이나 벌어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라디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북한에서 나올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글쓴이 안재혁은 주한미군사에서 통번역병으로 복무했으며 현재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메인 이미지는 안재혁이 찍은 것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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