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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어주세요

학교에 있다 보면 종종 상담을 의뢰하는 아이들을 만나곤 한다. 그 친구들은 답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고민을 공감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고민이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뿐만 아니라 듣고 싶은 답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그 안에서 스스로 위로를 받아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는 "그래 함께 고민해보자!"였던 것 같다. 반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오히려 정확한 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었다.

  • 안승준
  • 입력 2015.10.02 09:19
  • 수정 2016.10.02 14:12
ⓒgettyimagesbank

학교에 있다 보면 종종 상담을 의뢰하는 아이들을 만나곤 한다.

일반적인 성적고민이나 이성교재에 관한 것들부터 정말 심각한 가정사나 성정체성까지 고민의 종류는 깊이도 다양하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고민들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해도, 저렇게 말해도,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읽고 온갖 경험을 다 끄집어 내어서 말을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고민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어떤 상담 책에서 상담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라는 문구를 일게 되었다.

반신반의였긴 했지만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고민학생들이 오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하는 말은 "그래서 힘들었구나!" "어떡하니?" "정말?" 정도의 추임새가 거의 전부였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친구들은 답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고민을 공감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고민이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뿐만 아니라 듣고 싶은 답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그 안에서 스스로 위로를 받아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는 "그래 함께 고민해보자!"였던 것 같다.

반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오히려 정확한 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었다.

어느 대학에 가야 하고,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이성교제는 몇 살부터 해야 하고, 부모님께는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등

"나도 네 나이 때 겪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고압적인 상담은 위로보다는 반감을 더 키워주는 것 같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물어보는 것에 대답해주고 하는 건 전혀 불편할 것 없는 가벼운 것이 되긴 했지만 뭔가 다 안다는 듯이 도와주려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반감이 들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스스로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먼저 경험해 봐서 알고 먼저 살아봐서 알고 많이 들어봐서 알고...

그렇지만 그 어떤 누구도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완벽히 공감할 수도 완전한 정답을 제시해 줄 수도 없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어떤 말도 무디어지긴 했지만 내 장애를 엄청 슬프게 염려해 주시는 분들도 만나고, 나의 작은 성과들을 부풀려서 광고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결혼 적령기를 각자의 결혼연령과 비교해 가면서 정해주기도 하고,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고 부모님께 효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나름의 정답들을 보여주시고는 한다.

마음은 잘 알겠지만 가끔은 과도한 걱정이나 관심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세상 사는 방법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어떤 누구에게도 내 생각을 정답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말하고 싶은 고민들만 말하고 그냥 고개 끄덕여주는 정도의 공감이라면 쓸데없는 부담도 원치 않는 다툼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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