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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가 사형수 켈리 기센다너의 사형을 결국 집행했다

최근 미국 방문 기간 사형제 폐지를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미국 여성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막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미국 당국이 그의 처형을 강행했다.

일간지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 주 교정 당국은 30일 오전 12시 21분(현지시간) 잭슨의 주립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 켈리 기센다너(47)에게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형을 집행했다.

기센다너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영국 성공회 존 뉴턴 신부가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한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이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찬송가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흑인 교회 총기 난사 희생자 추도식에서 불러 화제에 오른 곡이다.

수형 기간 중 에모리대학 신학대학을 졸업한 기센다너는 속죄의 심정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기센다너는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 더글러스 기센다너를 살해한 혐의로 1997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 조지아 주에서 여성 사형수에 대해 형이 집행된 것은 1945년 백인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흑인 여성 레나 베이커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기센다너의 사형 집행은 올해에만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전격으로 이뤄졌다. 2월에는 극심한 추위 탓에, 3월에는 형 집행에 사용될 독극물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탓에 사형이 미뤄졌다.

기센다너의 변호인단은 실제 남편을 살해한 내연남 그레고리 오언이 검사와의 형량 조절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2022년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르는 것과 달리 비록 살인을 사주했다지만, 기센다너의 사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수 차례 형 집행정지를 요청했다. 조지아 주에서는 실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죄수에 대해 1976년 이래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변호인단은 또 신학공부에 매진한 기센다너가 동료 수감자들의 교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점을 강조했다. 기센다너의 사연이 알려진 뒤 9만명 이상이 형 집행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을 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기센다너의 사형 반대에 힘을 보탰다.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전날 교황을 대신해 정의와 자비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형벌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조지아주 사면·가석방위원회에 보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과 조지아 주 대법원, 조지아 주 가석방 위원회는 모두 사형 집행 유예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지아 주에서 유일하게 죄수의 형량 감경 권한을 지닌 가석방위원회 측은 "모든 자료와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 사형 집행이라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고 짤막하게 성명을 발표했다. 살해된 더글러스의 유족은 켈리가 살인을 계획한 죄로 정당한 대가를 치렀다며 교정 당국의 조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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