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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구하려 뛰어들었나

  • 허완
  • 입력 2015.10.01 06:07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speaks during a media conference after a G-20 summit in St. Petersburg, Russia on Friday, Sept. 6, 2013. World leaders discussed Syria's civil war at the summit but looked no closer to agreeing on international military intervention to stop it. (AP Photo/Alexander Zemlianichenko)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speaks during a media conference after a G-20 summit in St. Petersburg, Russia on Friday, Sept. 6, 2013. World leaders discussed Syria's civil war at the summit but looked no closer to agreeing on international military intervention to stop it. (AP Photo/Alexander Zemlianichenko) ⓒASSOCIATED PRESS

러시아가 파병까지 하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키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리아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과 아사드 정권과의 오랜 우호 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동의 전략적 심장부에 위치한 시리아가 러시아에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1944년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소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1945년 서방 국가들의 반대에도 시리아를 유엔 창설 멤버로 참여시켰고, 1946년에는 자국 영토에서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철수를 요구한 시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신뢰 관계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줄곧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던 양국은 1971년 바샤르 알아사드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집권하면서 한층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권위주의 스타일의 아랍 민족주의자로 30년 가까이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하페즈는 반(反)서방 친(親)소련 정책을 펴며 이스라엘과의 대치 국면에서 소련에 크게 의존했다. 동시에 중동에서 가장 충성스런 소련의 우방이 됐다.

소련은 하페즈가 집권한 해에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지금까지 운용해 오고 있다. 타르투스 기지는 냉전시절 지중해 주둔 소련 해군을 지원하기 위한 군함 보급 및 수리 기지로 건설된 뒤 지금도 기능이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옛 소련권을 제외한 외국 유일의 러시아 군사기지로 남아있다. 지중해 해역으로 해군력 확장을 추구하는 러시아는 타르투스 기지를 대규모 해군기지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리아에 소련제 무기가 대규모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하페즈가 집권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탱크와 미사일, 전투기 등의 소련제 무기가 시리아로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2000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서 정권을 물려받은 바샤르 알아사드도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그대로 이어갔다. 러시아는 2005년 시리아가 소련 시절 무기 구매로 진 채무 134억 달러 가운데 98억 달러를 탕감해줬다.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러시아는 줄곧 시리아 무기 수입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공급국이 됐다. 시리아에서 내전이 불거진 2011년 러시아는 시리아와 40억 달러의 무기 수출 계약을 맺고 있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내전에 휩싸이고 나서도 비밀리에 아사드 정권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이 권력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거대 무기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

시리아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시리아 내전 발발 전 현지 석유·가스 개발, 석유화학공장 건설, 가스관 부설 공사 등에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그 배경엔 아사드 정권과의 긴밀한 유착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사드 퇴진을 용납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이같은 정치·군사·경제적 중요성 외에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 지지를 거두지 않는 또다른 이유는 리비아 사태의 교훈 때문이다.

2011년 러시아는 내전 중이던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함으로써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공격을 허용했다. 결국 러시아가 신뢰하던 중동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던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가 쫓겨나 피살되고 수많은 그의 지지자들도 함께 살해당했다.

러시아에선 이후 한동안 중동 우방국 가운데 하나를 너무 쉽게 서방에 내줬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 때문에 시리아는 호락호락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러시아는 서방이 시리아를 장악하면 다음 표적은 이란이 될 것이란 우려를 갖고 있다. 서방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는 가장 큰 이유도 중동의 최대 골칫거리인 이란의 주요 우방을 제거하려는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러시아가 시리아와 함께 중동 지역 최고의 우방인 이란의 안보를 크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러시아는 공군력을 파견해 반군 및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 국가(IS)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아사드 정권 구하기에 나섰다.

지금까지 아사드 정권 축출을 추구하던 서방으로부터 정치·외교적 보호막 역할을 하던 소극적 지원에서 벗어나 직접 군사력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아사드 살리기 외에 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같은 이슬람권인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남부 지역으로 침투하면서 자국 국경 지역에 안보 위기가 초래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부 국경에서 친서방 우크라이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맞서고 있는 러시아에 남부 국경이 극단주의 무슬림 세력에 흔들리는 것은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이밖에 시리아 사태에 공세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서방과의 우크라이나 분쟁 타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Russia: Islamic State, not Assad, the danger in Syria - B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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