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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가 싸우는 이유

  • 김병철
  • 입력 2015.09.30 13:48
  • 수정 2015.09.30 13:55
ⓒ연합뉴스

유승민 전 원내대표 퇴출사태 이후 잠잠했던 새누리당이 또 다시 시끄럽다. 친박-비박계 갈등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상호 비판하는 일도 이어진다. 여기에 청와대도 나서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가지고, 박 대통령과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 대표가 권력다툼을 하는 것이다.

김무성-문재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협의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8일 내년 총선제도 개편에 대해 일부 합의했다. 쟁점은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를 국회 정개특위에서 강구한다'는 부분이다. 김 대표 입장에선 직접 투표인 국민공천제를 포기한 것이지만, ‘안심번호를 활용한 100% 여론조사 경선’으로 취지는 살렸다.

‘안심번호’는 정당이 당내 경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모집하거나 여론조사를 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가상의 임시 전화번호로, 기존 여론조사 경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여줄 방안으로 제시돼왔다.(한겨레 9월29일)

김무성 "국민공천제에 정치생명 걸겠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국민공천제는 당내에서 결정하던 공천을 국민투표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전략공천의 반대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계파별 나눠먹기' 등의 가능성이 배제된다. 친박계 의원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박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단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준다는 점에서 '당원 중심 정당'이라는 정당정치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도 있다. 정의당이 반대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꺼리는 이유 중에 하나다. 또한 사실상 총선을 한 번 더 치르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김 대표가 국민공천제를 주장한 건 박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을 막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여당내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이 공천권을 두고 맞붙는 것이다. 사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당의 공천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청와대, 김무성을 공개 비판하다

여야 대표가 협의하자, 청와대와 친박계는 즉시 반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으로 원내 수석부대표인 조원진 의원은 전날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문재인 대표와 친노계의 프레임"이라며 "국민공천제가 어렵게 됐으면 새롭게 논의해야지, 왜 ‘아류’로 하려 드냐"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30일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민심 왜곡, 조직 선거, 세금 공천 등이 우려된다”며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반대로 비박계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티케이(TK, 대구·경북) 중심 친박 세력이 박 대통령 전략공천을 받아 ‘월급쟁이 거수기’ 노릇을 하고 싶은데, 김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고 하니 못마땅한 것”(한겨레 9월29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16년 국회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열다

당내 분란이 생긴 새누리당은 3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쉽게 결론나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도 더 이상 밀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찍어 당 지도부에서 쫓아낼 때도 별 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가 국회로 돌아올 것이 예상된다. 김 대표의 대항마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레임덕 시기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 적극적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대구를 방문했을 때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지 않으면서 대구경북 정치권에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최근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7차례 만나면서 친박계의 '반기문 카드'라는 해석도 만들어 냈다. 내년 총선이 2017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과 차기 대권 잠룡의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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