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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경찰서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있었던 표창장

서울 구로경찰서 1층 민원인 대기실 한켠에는 ‘구로경찰 명예의 전당’이라는 전시 공간이 있다. 하루 평균 50여명의 관내 시민들이 들르는 이 공간에는 구로경찰서의 공적을 홍보하기 위한 표창장 등을 전시해둔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에 1987년 민주항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시위를 진압한 사실을 치하하는 내용을 담은 표창장이 내걸려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구로경찰 명예의 전당’에 있던 표창장을 살펴보면, “87년 5월2일 일어난 대규모 불법집회시위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여 주모자를 검거하고, 국가치안질서 유지에 기여하여 그 공로를 치하한다”는 글귀와 함께 당시 이영창 치안본부장이 표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6월 민주항쟁을 한 달여 앞둔 1987년 5월은 곳곳에서 학생시위와 노동자 시위가 일어나던 시기로, 구로공단에서는 민족민주투쟁위원회라는 학생 조직과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노동절 다음날 구로시장에서 기습 거리시위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로경찰서는 시위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109명을 연행하고 절반이 넘는 70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무더기로 구속한 바 있다.

구로경찰서는 표창장을 전시한 경위를 묻는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7일 갑자기 “환경미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오래된 표창장들은 따로 보관한다”는 이유로 해당 표창장을 전시 공간에서 치웠다. 전시 공간 관리를 담당하는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민원실에 표창장을 전시하기 시작한 구체적인 시기나 표창장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표창장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비치만 되어 있다면 민원인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1층 민원인 대기실에 설치된 ‘구로경찰 명예의 전당’에 상장 등이 전시돼 있다.

당시 시위를 준비했던 참가자들은 28년이 지난 뒤에도 표창장이 전시돼 있다는 사실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4학년 대학생으로 민족민주투쟁위원회 활동을 하며 시위에 참여하려 했던 김학규(50) 박종철기념사업회의 사무국장은 “6월 항쟁을 거쳐 이미 민주화된 시대에 시위대를 진압해서 받은 표창장을 그대로 전시하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고 했다. 또다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관계자는 “6월 항쟁은 6월 전후 몇 달간 독재정권과 맞섰던 모든 집회·시위가 함께 쌓았던 결과물로 봐야 한다. 아직도 그런 내용의 표창장을 전시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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