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치마 길이가 허벅지 보이면 -3점, 담요 두르면 -1점

ⓒgettyimagesbank

“하복이나 춘추복 위에 겉옷, 외투를 입으면 벌점 3점이에요. 여름에 조금 날씨가 쌀쌀해서 저한테는 추워서 겉옷을 입었더니 벌점을 받았어요.” 충북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학생 인권을 위한 단체들의 모임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에 알려 온 내용이다. 너머 운동본부는 이달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초중고등학교의 불합리한 학칙·규칙·벌점규정 등 제보를 받는 ‘불량 학칙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 체제가 자리잡고,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선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학교 현장의 체벌은 줄었지만 ‘학교규칙(학칙)’을 이용한 학생인권 침해는 한층 촘촘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마의 길이가 뒷무릎 중앙선에서 위로 5cm 이상, 앞에서 보았을 때는 허벅지가 보이는 경우 : -3점, 겨울철에 고리달린 검정 레깅스 이외의 스타킹을 착용한 경우 : -2점, 담요를 두르고 행사·교내를 돌아다니는 경우 : -1점’. 서울 지역 한 여자고등학교의 생활평점제 규정이다. 복장 규정은 더 강박적이다. “하복 착용 시 흰색 속옷을 반드시 착용한다. 눈썹의 형태를 인위적으로 변형하여서는 안 된다. 학교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배지의 착용을 금한다. 사회 통념상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가방의 사용을 금한다.”

문제는 상벌점제를 통해 학교가 학생들의 사소한 행동마저 검열하고 통제한다는 데 있다. 서울의 또다른 고등학교에선 자습실 사물함 위에 물건을 올려놓은 경우 벌점을 2점씩 받는다. 이성간의 불필요한 접촉이 있을 때에도 벌점이 3점이나 되고, 불시에 출석 체크를 하는데 자리에 없는 경우에도 벌점 1점을 준다. ‘이의제기도 불가능하다’고 못박아두고 있다. 이 학교 학생은 “독재 정권도 심판 청구는 가능했는데 학교가 이 정도면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는 ‘상점’을 주는 항목도 학생 인권에 반할 소지가 있다. 한 고등학교는 ‘△월 단위로 야자 참여율이 가장 높은 반 △수학 문제 등을 반복해서 적기 △성경 구절 또는 명언 반복해서 적기’ 등에 해당하면 1~2점의 상점을 주고 있었다.

학생의 정치 참여를 금지한 학교도 있다. 한 남자 고등학교는 ‘퇴학 처리를 할 수 있는 경우’로 ‘△불온 문서를 은닉·탐독·제작·게시 또는 유포한 학생 △백지 동맹을 주동하거나 선동한 학생 △동맹휴학을 선동·주동하거나 동참한 학생 △정치 관여 행위,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학생’ 등을 적시했다. 민주화 이전에나 존재할 법한 학칙들이다.

너머 운동본부의 쥬리 활동가는 “많은 학교들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은 학칙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시대에 맞지 않은 규정들을 조사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량학칙 제보를 원하시는 분은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페이스북을 참조하세요.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학생 인권 #인권 #학생 #학교규칙 #학생인권조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