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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대전, 부진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2014 시즌 중, 대전팬들은 '당장의 승격보다 클럽의 100년을'이라는 내용의 걸개를 내걸었다. 하지만 대략 1년이 지난 현재, 대전은 향후 50년, 100년의 역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올 시즌 부진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이 대로면 대전의 좋지 않은 미래까지 예견되는 상황이나 다를 게 없다. 시민구단의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던 대전이 체질 변화에 성공한 2014년의 사례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어렵게 심은 변화의 싹이 완전히 뽑혀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대전에게는 변화의 햇살이 절실하다.

  • 임형철
  • 입력 2015.09.30 10:46
  • 수정 2016.09.30 14:12

(사진 = 프로축구연맹)

32경기 2승 6무 24패, 최하위에 머무는 대전이 나아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름 이적 시장 중 대거 선수를 교체하면서 최문식 감독의 축구가 완성되길 기대했지만, 수개월째 진전이 없다. 팀은 8연패, 16경기 연속 무승 등을 겪으며 부진이 길어졌고, 이 동안 승리를 기다리던 팬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작년 이맘때까지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거론됐음을 떠올려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주목할 점은 지금의 모든 부진이 이미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레전드 김은중과 함께 K리그 챌린지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2014년 11월 8일과 2015년 9월 현재, 대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선수단의 변화가 아닌 '한 인물'의 공백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한 인물의 빈자리는 올 시즌 대전이 최악의 부진에 빠질 것을 미리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진 = 대전시티즌)

1997년, 대전과 충남지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루는 형태로 창단된 대전 시티즌은 2006년 시민주 공모 후 시민구단으로 확실히 전환했다. 하지만 시민구단이 된 후부터, 대전은 본격적으로 시민구단의 고질적 문제들을 겪으며 크게 흔들렸다. 특히 구단 사무국을 이끄는 대표이사직의 경우 정치적 외압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가면서 유독 흔들림이 많았다.

지금부터 소개할 김세환 대표이사도 처음에는 이전 대표이사들과 다를 것이 없는 듯했다. 대전시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냈던 김세환 사장은 본인의 축구에 대한 이해도 및 축구와 관련된 경력까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여기에 염홍철 전 대전 시장(전 구단주)의 선거 캠프 출신이었다는 점이 밝혀져 이번에도 정치적인 외압에 의한 대표 이사 선임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김세환 대표이사와 대전 팬들의 인연은 이렇듯 가까워질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75년생의 젊은 나이로 K리그 최연소 사장에 등극한 김세환 사장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축구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했지만, 어떻게 대전 시티즌을 운영해야 할 지에 대해선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효율'을 중시했던 김세환 사장은 이전 사장들이 방만한 경영으로 벌여놓은 자본 잠식, 17억 원의 부채, 구단의 과 비용 지출 등을 문제 삼으며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선수단 규모였다. 1군 무대에 기용되지 않으면서 선수단 인원만 차지하고 있던 수십 명의 선수를 냉정히 떠나보냈다. 대전은 40여 명 규모의 선수단과 함께할 여건이 안됐기 때문이다. 필요한 선수들만을 충원해 축소된 선수단 규모는 30명대였다. 정원에서 10여 명의 선수가 줄었음에도 시즌을 치르기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업무보다 비대한 규모였던 구단 프런트도 축소했다. 특히 사무국장을 따로 두지 않는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논란을 불러왔는데, 효율을 중시했던 김세환 사장에게는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이사와 동기화된 직원들 외의 다른 인사는 필요치 않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전은 17억의 부채를 탕감하는 데 성공하고, 진정한 '환골탈태'의 사례를 보여주며 건강한 구단으로 거듭났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김세환 사장의 업적 중 대표적인 업적은 선수선발위원회의 발족이다. 그동안 대전은 선수 선발 과정이 외부인들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세환 사장은 선수지원팀장과 스카우터, 감독 등으로 구성된 선수선발위원회에서 만장일치가 나와야만 해당 선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선수 선발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조기에 차단했다. 대전이 오랜 시간 앓고 있던 중병들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섰던 김세환 사장은 향후 구단의 유소년 운영, 마케팅 확장 등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비전을 내비쳤다.

축구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했을지라도, 김세환 사장은 누구보다 조직 경영인의 관점에서 대전의 현 상황을 냉정히 짚었다. 열악한 시민구단인 대전의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인 경영 체계로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특히 이런 성과를 비롯해 기본적으로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선임 당시 불신의 시선을 갖고 있던 대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든 이들이 대전 시티즌에 애정을 가지길 바랐던 김세환 사장은 대전의 역대 대표이사 중 단연 최고 반열에 오를만했다. 2014 K리그 챌린지 우승은 김세환 사장의 힘으로 안정을 되찾은 구단의 상황이 뒷받침되어 이루어진 성과였다.

하지만 순탄대로 가는 듯했던 대전에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2014년 6월, 권선택 시장이 새롭게 당선되면서 전 시장의 측근이었던 김세환 대표이사의 자리는 위협을 받았다. 다행히 2014년 연말까지 보장된 임기를 채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대전시는 구단의 체질을 바꾼 김세환 대표이사를 잡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끝내 김세환 대표이사는 2015년 1월 12일, 자진 사임을 결심했다. 그러나 김세환 사장이 2014년 연말까지도 구단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클래식에서 맞이할 2015 시즌에 대한 각오를 내비친 점, 그가 6월 지방선거 이후 줄곧 자신의 자리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던 점을 고려하여 대다수 팬들은 이전과 같이 정치적인 상황에 의한 사장 교체를 의심했다.

△ 2015년 1월, 김세환 사장의 임기 중 승부조작과 연루된 안현식을 영입하려 한 실수는 있었으나 팬들의 반대 의사를 듣고 적극 대처했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이후 김세환 사장이 남긴 흔적은 빠르게 사라졌다. 2015년 4월, 대전 시티즌은 프로축구단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당시 구단 직원들은 새로 부임한 전득배 사장과 여러 안건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전득배 사장은 선수선발위원회의 해체, 사무국에 옥녀봉공원 관리팀 신설, 사무국장의 부활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김세환 사장이 움직이기 전, 비효율적 경영에 앓던 과거의 모습으로 구단이 다시 퇴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결국, 대표이사의 안건을 우려한 구단 직원들이 반대에 나섰고, 갈등은 지속했다.

다행히 위의 안건들은 대부분 노조와의 충돌로 무산되었지만, 구단은 김세환 사장이 사임한 이후 줄곧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외압에 대한 우려, 비효율적 구단 경영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이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대전 시티즌의 K리그 챌린지 우승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구단 운영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클래식에 복귀한 2015 시즌, 대전은 시즌 초반부터 사무국이 급격히 흔들리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던 대전은 다시 1년 만에 발전을 약속할 수 없는 단계에 머물게 되었다.

(사진 = 대전 시티즌 지지자 이종현님)

2014 시즌 중, 대전팬들은 '당장의 승격보다 클럽의 100년을'이라는 내용의 걸개를 내걸었다. 하지만 대략 1년이 지난 현재, 대전은 향후 50년, 100년의 역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올 시즌 부진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이 대로면 대전의 좋지 않은 미래까지 예견되는 상황이나 다를 게 없다. 시민구단의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던 대전이 체질 변화에 성공한 2014년의 사례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어렵게 심은 변화의 싹이 완전히 뽑혀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대전에게는 변화의 햇살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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