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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골목 미용실'의 비밀

  • 원성윤
  • 입력 2015.09.28 15:09
  • 수정 2015.09.30 15:51
ⓒ연합뉴스

충청남도 홍성에 있는 미용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용료가 정해져 있지 않고, 주인이 손님의 주머니 사정이 어떨지를 가늠해 보고, 그때그때 적정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다.

홍성 읍내에 있는 '골목미용실'의 주인 이모(69)씨는 손님이 들어서면 슬쩍 얼굴과 옷차림새를 살핀다.

손님의 주머니 사정이 어떤지를 가늠해 보려는 것이다.

파마가 아닌 이발은 보통 6천원을 받지만, 일용 노동자 등 작업복 차림의 손님에게는 5천원만 받는다.

반대로 경제력이 좋아 보이는 이들에게는 조금 높은 가격을 부른다.

'7천∼9천원 짜리'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냥 대충 받지요"라고 한다.

은퇴한 한 교직자는 7천원으로 낙찰을 봐 매번 올 때마다 같은 값을 치른다.

가격 흥정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깎자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도 비싸다고 생각지 않을 만큼의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일대 이발료는 대체로 8천원 선이다.

값이 싸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더 내겠다는 사람도 가끔 있다.

얼마 전 작업복 차림의 남성에게 이발료로 5천원을 받으려 했으나 6천원을 내겠다고 해 승강이를 벌였다.

현장에서 일하다 작업복 차림으로 온 그 남자 손님은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이곳에서 6천원을 내고 머리를 깎았다며 자신도 같은 값을 치르겠다고 고집했다.

이번에는 6천원을 받지만, "다음부터는 5천원만 받겠다"는 말로 손님을 달랬다.

이 이상한 셈법은 미용실의 주인이 18살 때부터 지금까지 52년간 같은 일을 해 오면서 터득한 인생살이의 교훈에서 나온 것이다.

그 교훈은 돈이 조금 넉넉하면 많이 내고, 조금 궁하면 덜 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믿음이다.

그렇다고 옷차림이나 외견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멋을 내고 싶어 이런저런 주문을 많이 하면 서비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사람은 이발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다.

반대로, 되도록 머리를 짧게 잘라달라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발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 쓰려는 사람이다.

지금 가게는 4번째 옮긴 곳이지만 모두 원래 있던 곳에서 조금 옆으로 옮겼을 뿐, 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가게가 들어 있는 건물을 통째로 사, 더이상 이사 다닐 필요도 없고 손님이 적어도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 씨는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남의 머리 깎을 힘이 남아 있는 한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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