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달라이 라마, 여성 후계자 발언으로 구설수(동영상)

  • 김병철
  • 입력 2015.09.26 11:35
  • 수정 2015.09.26 11:38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후계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여성 비하적인 답변을 해 구설에 올랐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에서 계속 환생해서 대를 잇는다고 믿는 최고 라마(스승, 큰스님)를 일컫는다.

영국을 방문 중인 현존 14대 달라이 라마(80)는 지난 21일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로부터 “후계 달라이 라마가 여성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달라이 라마는 “여성이 (달라이 라마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도, 자신의 대를 잇는 여성 달라이 라마는 “매우, 매우 매혹적이라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당황한 진행자가 “만일 여성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다면 그 여성은 틀림없이 매혹적일 것이란 뜻이냐”고 되묻자, 달라이 라마는 거듭 “내 말은, 만일 여성 달라이 라마가 온다면 그 여성은 아주 매혹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별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한번 더 상황을 수습하려 “정말로요? 농담이시죠”라고 하자, 달라이 라마는 “아니요, 정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능숙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는데, 문제의 답변은 “mustbe”가 “~해야 한다”와 “~할 게 틀림없다”는 두 가지 뜻이 있는 데서 비롯한 오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여성 후계자가) 매혹적이지 않다면 별 쓸모가 없을 것”이란 말까지 보태면서, 답변의 진의를 해석하는 건 더 꼬이게 됐다.

여성평등 운동의 일부 활동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비비언 헤이스 여성자원센터 대표는 <가디언>에 “여성의 리더십 승계 능력이 외모로 결정돼야 한다는 말은 실망스럽다. 여성 평등에 관한 한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여성 개발 단체인 진보적여성의 니콜 로 대변인도 “달라이 라마에게서 여성 후계자 가능성에 호의적인 말을 들은 것은 반갑지만, 공감력과 지혜를 갖춘 분이 그처럼 퇴행적인 의견을 밝힌 건 놀랍고 크게 실망스럽다”고 꼬집했다. 그러나 다른 여성운동 그룹은 달라이 라마의 이번 발언을 가벼운 농담으로 여기고 굳이 논평을 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이 중동 난민들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외면해선 안된다”며, 분쟁으로 얼룩진 나라들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달라이라마 #여성 #후계자 #BBC #국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