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카탈루냐와 독립의 환상

중앙 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 의료, 사회 서비스 예산을 가혹하게 삭감했던 카탈루냐 보수 정부는 모든 긴축 정책의 책임을 중앙 정부에 떠넘겨 시민들의 분노를 피해 갔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국수주의자와 포퓰리스트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의 틈을 타 외국인 혐오증, 반 유대인 정서, 이슬람 공포증을 악용했는데, 카탈루냐에서는 스페인이라는 국가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스페인은 우리를 강탈하고 있다'는 악명 높은 슬로건은 스페인 다른 지역들에게 퍼주지 않아도 되는 독립된 카탈루냐는 더 부유하고 번영할 것이라는 유혹의 말에 넘어간 카탈루냐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Alfonso Blanco

분명히 말해두자. 9월 27일 일요일에 카탈루냐에서 있을 선거는 스페인의 정치를 자극해 온 폭발적인 온갖 감정과 정치적 논란을 생각할 때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선거가 카탈루냐의 독립으로 이어지는 첫 단계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전통적으로 카탈루냐인들의 3분의 1만이 독립을 지지해 왔는데도 분리 독립 어젠다를 여기까지 밀어붙인 독립 운동 지지자들의 성공은 부정할 수 없다.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처럼, 독립은 좌우간의 긴장을 흐려 놓았고, 모든 정치 공간을 가득 메웠다. 분열을 격렬히 부정하는 마리아노 라호이 대통령마저도 독립한 카탈루냐의 주민들은 어떤 여권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토론에 참가하고 말았다. 이번 운동의 가장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일요일에 550만 명의 카탈루냐인들은 스페인에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11번째로 카탈루냐 의회 선거를 하게 된다(최근 5년 동안 세 번째 투표다). 예전 투표들과 다른 점은 패권을 쥔 당이 카탈루냐 민주집중당(CDC)이라는 점이고, 이번에는 선거로 인정된다는 점이다(유럽 헌법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헌법에서는 지방 정부에게 선거를 열 권리를 주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의 그림자가 여기까지 드리워졌다. 카탈루냐인들은 "1년 전 런던은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남을지 떠날지 정하게 해주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뭐야?"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주민 투표를 정식 선거로 바꾼 그들은 이제 스페인의 완강한 법 체제를 깨뜨릴 방법을 찾고 있다.

독립 지지자들은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1년 반 안에 카탈루냐를 독립국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분리 독립 지지율이 50%에 이르지 못할 경우, 분리 독립을 하는 것이 민주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가장 최근의 참조 사례인 스코틀랜드와 퀘벡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를 보면 독립 지지파가 의회에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나오지만, 카탈루냐 주민 중 독립 지지파가 압도적 다수는 아니다.

여론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런 지방 선거는 덜 국수주의적인 유권자들의 관심을 잘 끌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주목을 받는 것은 그런 유권자들이다. 대부분 카탈루냐 출신이 아닌 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모든 예측을 뒤엎을 수 있다.

통합주의자 측에서는 두 가지 세력이 떠오르고 있다. 중도파 시민당(시우타단스), 다른 당들과 연합한 좌파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이다. 또한 세력이 줄어든 사회주의 당이 있고, 절대 다수의 지지로 스페인 정권을 잡고 있지만 카탈루냐에서 13% 이상을 득표해 본 적이 없는 보수파 국민당이 있다. 이 중 어떤 당에도 막강한 지도자는 없고, 이들이 한 편으로 서려고 할 때 사상 차이가 걸림돌이 된다.

반면 독립을 주장하는 '찬성을 위해 함께 Junts Pel Si'는 보수와 좌파 공화파(ERC) 간의 든든한 연합을 과시하며, 독립 지지 시민 운동과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 펩 과르디올라 등 유명인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번 운동의 특이한 점은 카탈루냐 주지사인 아르투르 마스가 연정 서열에서는 네번째라, 공개 토론에 출연하거나 최근 3년 간의 카탈루냐 정부의 결정에 대해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불확실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분리주의자들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려면 그들은 국민단결당(CUP)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국민단결당은 자본주의, NATO, EU에 반대하는 급진 좌파 당이고, 아르투르 마스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성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독립 지지파의 약점이다. 선거 후에 이렇게 다양한 파트너들이 함께 만든 정부가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카탈루냐는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스페인의 동력 중 하나다.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인구가 750만 명인 카탈루냐는 스페인 GDP의 18%를 차지한다. 그래서 마드리드나 발레아레스 제도 같은 다른 '부자' 지역과 마찬가지로, 카탈루냐는 세금을 통해 저개발 지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그리고 이것이 마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카탈루냐는 재정적으로 더 나은 대접을 원한다. 바스크 지역과 나바르와도 비슷하다. 그리고 세금을 관리하고 중요한 투자와 인프라를 결정하는데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싶어한다.

정당한 불만이 스페인에 대한 '공격 개시' 이유로 변한 과정이 특이하다. 라호이 대통령은 1년 반 전에 마스 주지사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하고 싶지 않았는지 실패했는지 몰라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치적 미숙함이 과격주의적 태도를 자극했고, 그 결과 현재 상황까지 이르렀다. "스페인과는 대화가 불가능해. 나가자!" 카탈루냐인들의 외침이다. 요즘은 국민당 지도자가 정부의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최근 몇 년간 스페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 경제 위기는 이번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중앙 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 의료, 사회 서비스 예산을 가혹하게 삭감했던 카탈루냐 보수 정부는 모든 긴축 정책의 책임을 중앙 정부에 떠넘겨 시민들의 분노를 피해 갔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국수주의자와 포퓰리스트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의 틈을 타 외국인 혐오증, 반 유대인 정서, 이슬람 공포증을 악용했는데, 카탈루냐에서는 스페인이라는 국가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스페인은 우리를 강탈하고 있다'는 악명 높은 슬로건은 스페인 다른 지역들에게 퍼주지 않아도 되는 독립된 카탈루냐는 더 부유하고 번영할 것이라는 유혹의 말에 넘어간 카탈루냐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마지막으로, 감정이라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이것은 근본적인, 사랑이 식는다는 감정이다.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비유 중 하나는 커플 중 어느 한쪽이 원하지 않으면 더 이상 커플일 수 없다는 것이다. 카탈루냐인 상당수는 이미 감정적으로 스페인과 스페인의 상징들에게 마음이 떠나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더욱 우려스럽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그들은 카탈란 언어 교육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당에게 언제나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 카탈란은 카탈루냐의 모든 학교에서 가르치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언어로, 마을과 도시 광장에서 스페인어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논쟁은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진행된다. 분리주의자들은 카탈루냐가 독립하면 현재 조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EU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데이비드 캐머런이나 앙겔라 메르켈의 경고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가 '강하고 단결된' 스페인을 요구할 때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바르셀로나의 금융기관들이 독립 후 프랑크푸르트와 유럽 중앙은행의 후원을 받아 계속 유로화로 영업하는 길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들은 FC바르셀로나가 계속 스페인 축구 리그에서 경기하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일부 여론 조사에 따르면 묘하게도 카탈루냐인 중 20%만이 이번 선거가 독립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독립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은 많겠지만, 카탈루냐 정부가 중앙 정부와 협상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 그러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2막을 기다려야 한다. 12월에 총선이 열리는데, 그 결과 역시 불확실하다. 라호이가 다시 승리한다면 협상의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제 3의 방법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탈루냐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통해 스페인 헌법을 개정하고 재해석하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독립 지지자들과 변함없는 정부 지지자들이 양쪽에서 우레 같이 선언을 발표하는 지금, 그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마드리드에서 태어났으며 언제나 자신들의 세니(온건함과 자제를 의미하는 카탈란 단어)를 자랑스러워 했던 카탈루냐인들의 딸이자 손녀인 필자로서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대화와 정치와 다른 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엄청난 승리나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떠드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안은 있다. 우리는 모두 21세기에서 무시무시한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카탈루냐인들, 스페인인들, 유럽인들이여, 우린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저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스페인에 처음 게재된 글로, 허핑턴포스트US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카탈루냐 #스페인 #독립 #국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