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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대안을 만들자

정상부인 한계령(오색령)은 자연경관이 수려해서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상부에서 보는 경관보다 훨씬 아름답다. 이 길을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재자연화하면 명품 트레킹 코스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국립공원의 품위를 훼손하는 흉물스러운 시설이나 모습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겨울철마다 힘들게 하던 제설작업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눈썰매를 타거나 노르딕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천연의 슬로프가 된다. 즉 4계절 탐방 코스가 될 수 있다. 오색마을과 한계리마을은 트래킹 여행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

  • 장재연
  • 입력 2015.09.25 06:59
  • 수정 2016.09.25 14:12
ⓒ장재연

지난 8월28일 열린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조건부로 통과되었다. 졸속, 부실, 부정으로 뒤범벅된 사업보고서가 놀랍게도 심의기관인 환경부가 총대를 메고 앞장을 선 덕분에 통과되었다. 그러나 환경부 도움은 거기까지다. 전제조건 충족도 쉽지 않고, 입 다물고 있던 야당도 국정감사 때부터는 비판하고 나섰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오색케이블카는 올림픽과 관련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국비지원을 받기도 힘들 것이다. 환경단체와 산악인들의 저항은 더 거칠어질 것이고,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공사 과정에서 대형사고 등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오색케이블카는 최악의 케이블카다. 상하정류장 말고도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고 아름드리 수목이 가득한 중간지역에 무려 6개의 지주를 설치해야 한다. 참고로 권금성케이블카는 길이가 짧아 한 개도 없다. 환경파괴는 심하고, 건설기간은 길고, 유지 관리 비용은 많이 든다. 반면에 전망은 설악산 전체에서 가장 나쁘다. 오죽하면 환경단체 주장에 동의하는 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 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겠는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송전탑 같은 6개의 지주가 서게 된다

국민들이 관광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 있어, 이런 수준의 케이블카 경관으로는 절대 관심을 끌 수 없다. 만일 오색케이블카가 가동된다면 타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할 것이다. '겨우 이따위 수준의 경관을 보자고 그 난리를 치면서 만들었냐'고, '이게 최문순과 강원도가 말한 명품 케이블카냐'고 말이다. 적자만 누적되는 강원도의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사회적 비판과 논란을 무릅쓰고 오색케이블카가 건설되어봐야 강원도민들과 양양군민들에게 돌아올 것이 없다. 말도 안 되는 국책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될 때 보면,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보는 토지 지주들과 건설회사, 부패한 공무원,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 양심을 팔아버린 교수나 전문가들이 득실거린다. 그러나 사업이 끝나면 화려한 언변을 쏟아내던 이들은 다 도망가고 주민들에게는 망가진 환경만 폐허처럼 남는다. 새만금간척사업이 그랬고 4대강 사업이 그랬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슬기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앞선 글을 통해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을 제대로 벤치마킹 하려면, 한계령, 미시령 등 설악산 생태계를 단절시킨 도로들의 차량통행을 금지시켜 자연화하고, 오색마을을 차량통행 금지 마을로 바꾸어서 체류형 휴양에 적합한 마을로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벤치마킹, 체르마트의 진실]

https://www.huffingtonpost.kr/jaeyeon-jang/story_b_7926346.html

44번 도로 설악산 구간

한계리 민예관광단지 갈림길에서 장수대와 한계령을 거쳐 오색마을을 지나 양양군으로 가는 44번 도로는 마치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휴전선과 같이, 설악산 생태계를 남북으로 단절시키고 있다. 이 도로의 효용은 2006년 미시령터널의 개통으로 인해 훨씬 낮아졌고, 2017년 동서고속도로의 동홍천~양양 구간이 개통되면 더 미미해질 것이다. 이 도로는 차량 몇 대가 지나가기 위한 도로로 놔두기에는 자연경관이 너무나 아깝다.

설악산 구간을 지나는 44번도로, 야생동물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장재연

이 길은 아름다운 계곡과 암봉을 수시로 만나고, 정상부인 한계령(오색령)은 자연경관이 수려해서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상부에서 보는 경관보다 훨씬 아름답다. 이 길을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재자연화하면 명품 트레킹 코스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국립공원의 품위를 훼손하는 흉물스러운 시설이나 모습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겨울철마다 힘들게 하던 제설작업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눈썰매를 타거나 노르딕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천연의 슬로프가 된다. 즉 4계절 탐방 코스가 될 수 있다. 오색마을과 한계리마을은 트래킹 여행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

한계령의 아름다운 경관을 주차장이 망치고 있다 ⓒ 장재연

설악산의 등산로들은 최소 왕복 8시간에서 길게는 14시간 이상의 산행을 해야만 한다. 길도 험해서 상당한 체력이나 인내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등반이 가능하다. 도중에 아무리 힘들어도 산행을 중지할 수도 없고, 기상이 악화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산악인이나 중급이상의 등산객에게는 적합하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한계령 트래킹 코스를 만들면, 적당히 힘들면서도 안전하게 설악산의 자연경관을 즐기고 싶어 하는 다수의 탐방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더구나 설악산국립공원을 파괴하려던 시도를 멈추게 하고, 차량통행 도로를 재자연화 했다는 스토리는 극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제주 올레길과 그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높은 인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길의 성공 가능성은 오색케이블카와 비교되지 않게 높다.

44번도로 설악산구간, 도로만 재자연화한다면 정말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될 것이다 ⓒ 장재연

이 도로를 재자연화 하더라도, 한계령, 장수대 들머리를 통해서 설악산을 등반하려는 등산객과 기타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최소한의 다중교통시설은 필요할 것이다. 그 시설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책임지고 직접 설치,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달리 국비지원 요청의 명분도 생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공공교통수단의 운행일정 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탐방객 숫자를 조절할 수 있다. 다중교통시설의 구체적 방법은 이 지역의 경관이나 생태이동에 대한 훼손이 가장 적으면서 다수의 탐방객을 동시에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정밀하게 연구해서 결정해야 한다. 구간에 따라 가장 환경적으로 적합한 몇 가지 방식을 혼합,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탐방객들은 이 교통시설을 잘 활용하면 자기 체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해서 부분적으로 트래킹을 할 수 있다. 정상부로 향하는 케이블카는 하차 후에 다시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 교통시설은 장애인과 노약자들도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에서 설악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오색마을 탐방객만이 아니라 장수대나 한계령을 통해 설악산으로 오르는 등산객, 오색약수터, 주전골, 용소폭포 등 모든 지역의 탐방객들이 이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수입은 지금 억지로 부풀린 오색케이블카 예상 수입보다 훨씬 클 것이다. 반면에 이 공공교통수단의 사업비나 유지비는 케이블카와 비교도 안 되게 적을 테니 수익구조도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여기서 확보된 수입은 일부는 설악산국립공원관리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지역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등에 사용하면 된다. 또한 개인차량 교통이 통제되면 탐방객들이 이 지역에 장시간 체류할 수밖에 없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44번 도로 설악산 구간에 단 하나 존재하는 생태이동통로 ⓒ 장재연

현재 이 구간 중에는 생태이동통로가 딱 한 개 있다. 2002년에 설치된 것으로 폭이 11미터다. 한계리 갈림길부터 오색1교차로까지의 거리가 약 33km이므로, 설악산 생명체들이 남북으로 통하는 생태이동통로가 자연 상태에 비해 3천분의 1로 좁아져 있는 것이다. 생태이동이 제대로 가능할 리가 없다. 따라서 이 도로를 재자연화하면 설악산 생태계와 백두대간을 온전히 연결시키는 엄청난 효과가 발생한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지금의 도로 상태보다는 환경이나 생태적으로 무조건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단체도 반대할 리가 없다.

도로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고 개인차량을 금지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이미 많은 나라의 국립공원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국립공원 입구까지는 개인차량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공공교통수단만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그런 제약이 가능하다. 다수의 차량에서 배출되는 소음, 배기가스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막기 위한 명분 등 다양한 이유가 가능하다. 전경련과 강원도, 환경부가 그렇게 벤치마킹 대상으로 팔아먹은 체르마트 마을이 바로 개인차량은 전혀 갖고 들어갈 수 없고 공공교통수단만 이용해야 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체르마트의 트래킹 코스 ⓒ 장재연

설악산, 낙산, 경포대 등 강원도와 얽힌 크고 작은 추억이 없는 국민은 없다. 누가 강원도 발전을 바라지 않겠는가. 지금 오색마을이나 설악동 등 설악산 주변 마을의 경기 침체는 심각하다. 대책이 시급하다. 살길은 탐방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카는 정반대로 탐방객의 체류시간을 줄인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아니라, 오리를 죽이는 칼이다.

설악동을 보면 안다. 자기 차량을 타고 온 탐방객들의 상당수는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다시 차를 타고 바로 사라진다. 기껏 아이스크림 하나 정도 사먹는다. 입장료 받는 권금성케이블카와 주차장, 신흥사만 돈을 벌고 설악동 지역경제는 황폐해졌다. 중앙정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다. 기껏 케이블카인 것이다. 이를 탓해서 무엇 하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강원도민들이 직접 대안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자.

강원도민들은 추석기간 중에 가족, 친지들과 함께 논의해 보자. '오색케이블카'와 '한계령 도로의 재자연화'라는 대안 중 어느 것이 설악산국립공원에도 좋고 강원도에도 좋고, 대한민국에도 좋은지를. 강원도민들 내부에서 '한계령 도로의 재자연화'라는 대안이 한번 고려해 볼 만하다는 판단이 서는 분들이 있으면, 함께 지역 여론을 만들고 사회적 논의구조를 만들어서 구체적으로 대안을 추진하자. 지면관계상 다 밝히지 못했지만 거주민의 편의 문제, 국립공원구역 변경 등 검토할 것은 많으나 다 해결 가능하다. 강원도 도민들이 사이비와 거짓의 친환경케이블카를 버리고 진정한 환경과 지역경제의 상생의 길로 나서면, 국회와 사회단체와 국민, 누가 돕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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