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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 패터슨 돌아왔지만

  • 김병철
  • 입력 2015.09.24 05:54
  • 수정 2015.09.24 10:03
ⓒMBC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1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지만 유죄를 밝힐 증인이나 증거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재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패터슨은 23일 오전 4시26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편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패터슨은 검찰이 실수로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그가 입국함에 따라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2011년 12월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 지 4년 만에 재판이 열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이 사건의 심리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하기 위해 다음달 초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패터슨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여전히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사건 발생 18년 만에 열리는 이번 재판에서 검찰이 속시원히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패터슨은 공항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다"라고 억울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재수사에서 범행 재연과 각종 첨단 수사기법을 동원해 증거를 확보했다며 협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2008년 도입돼 사건 당시에는 없었던 혈흔형태분석과 진술분석기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이 이태원 살인사건 현장을 재연한 화장실.

피해자 조씨가 서 있던 소변기 정면 벽에는 마치 주사기로 뿌린 듯한 일자형의 핏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조씨가 오른쪽 목을 세 차례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동맥 절단으로 분출된 핏자국이었다.

검찰은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가 "조씨는 패터슨에게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고 진술한 내용이 이런 혈흔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범인이 리가 아니라 패터슨이라고 지목했다.

사건 직후 패터슨의 얼굴과 양손, 상하의 모두 피범벅이 된 점도 진범이라는 근거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패터슨이 리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그가 흉기를 어떻게 잡았는지, 몇 차례 어디를 찔렀는지 자세히 진술했는데, 이는 예상 밖의 범행 목격자로서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패터슨이 진범임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태원 살인 사건의 범인 아더 패터슨(왼쪽)과 피해자 고 조중필씨.

그러나 공판중심주의로 이뤄지는 재판에서 검찰이 이런 논리를 제대로 펼쳐보이려면 수사 기록뿐 아니라 당시 상황을 법정에서 분명히 진술해줄 증인이 필요하다.

특히 패터슨과 함께 있던 유일한 목격자인 에드워드 리가 문제다. 무죄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떠난 지 오래인 마당에 그가 이 사건의 증인으로 한국 법정에 다시 나와줄지가 불투명하다. 재판부가 가장 고심할 부분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미군 범죄수사대 수사책임자의 증언과 미군의 관련 기록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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