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태원 살인사건 희생자 어머니, "악한 사람이 잘 사나 보다 하고 살았다"

  • 허완
  • 입력 2015.09.22 19:34

"내가 이날 오기를 기다려 살아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많이 살아야 2∼3년 살겠지 어떻게 사나' 했는데 이걸 버텨온 걸 보면 사건이 안 끝나서 그런 것 같네요."

18년 전 서울 이태원에서 살해당한 조모(당시 22세)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국내로 온다는 소식을 듣자 얼른 와서 단단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씨는 패터슨의 국내 송환 소식을 들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람을 죽인 만큼 와서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한국이) 사형은 안 시키니 무기징역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은 (사회에) 다시 없어야지 (안 그러면) 다른 사람 또 죽는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씨는 희생된 아들에 대해 "어려서부터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욕을 입에 담는 것도 본 적이 없다"면서 "얼마나 착하고 앞날이 촉망됐는데 그렇게 (살해를) 해놔서 엉망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은 2011년 서울 자택에서 피해자 조모씨의 어머니인 이복수씨. ⓒ연합뉴스

이씨는 "'착한 사람도 이렇게 억울하게 죽나 보다, 악한 사람이 잘 사나 보다' 하는 생각으로 살았다"면서 "그래도 아들 한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검찰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패터슨이 출국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한국 검사가 도망 내보낸 것이 아니냐"면서 "당시 수사 검사가 패터슨 편을 많이 든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에 대해서는 만나본 검사 중에 가장 양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패터슨이 한국에 돌아오면 무엇보다 당시 시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조씨 사망 사건 이후 가족은 계속되는 고통을 받고 있다. 조씨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화를 이기지 못하는 일이 늘었다. 사건에 대해서도 말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활동을 하다가 허리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고, 지금은 무릎 통증을 앓고 있다.

이씨는 "나는 자식이 죽었어도 누구한테 제대로 위로도 못 받아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패터슨이 돌아오면 "재판에 반드시 참석해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1997년 4월 3일 이태원의 한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