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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말 부끄럽지 않나요?

진심으로 궁금해졌어요. '삼성' 씩이나 돼가지고 그렇게 사실 왜곡하고 거짓 홍보하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싶은 거죠.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 회사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놓고 말이죠. 그래서 작정하고 물어요. 정말 부끄럽지 않나요?

  • 임자운
  • 입력 2015.09.18 06:18
  • 수정 2016.09.18 14:12

어제 삼성 블로그에 글이 올랐더군요. <반도체 백혈병 보상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갑니다>라고.

무슨 말을 또 했을까 싶어 봤더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진심으로 궁금해졌어요. '삼성' 씩이나 돼가지고 그렇게 사실 왜곡하고 거짓 홍보하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싶은 거죠.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 회사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놓고 말이죠.

그래서 작정하고 물어요. 정말 부끄럽지 않나요?

삼성의 일방적 '보상위원회' 발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8명의 피해가족와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shin Woong-jae/Redux

조정권고안을 원안대로 수용했다?

"기금 1000억 원을 출연하고 대상 질병을 포함한 보상 원칙과 기준 등 권고안 내용을 거의 원안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사단법인을 설립해 그 운영 등에 300억 원을 쓰도록 한 권고에 대해서만 동의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조정권고안 나온 후 8월 3일, '조정권고안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이란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었죠? 거기서 이미 보상 대상과 수준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죠? 그 내용 기억 안 나나요? 제가 짚어 드릴까요?

대상 질병에서 유산, 불임은 다 배제한다고 했었죠? 희귀 질환들도 배제하려고 학회에 자문의뢰 했다가 거절당한 적 있지요? 퇴직 후 발병 시기가 10년 이상 된 피해자들도 배제한다고 했었죠? 96년 이전 퇴직자도 배제한다고 했었죠? 협력사 직원도 라인 업무를 '상시' 수행하지 않았다면 배제하겠다는 거죠? 미취업 보상과 위로금을 합쳐서 2년간 평균임금 70%로 확 깎았죠? 이래 놓고 뭐가 원안대로 입니까?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조정권고안은 1000억 중 300억은 공익법인의 운영과 재발방지 사업에 쓰라고 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 300억이 그토록 부당하다면 그 재발방지대책들은 대체 어쩔 셈인가요? 왜 거기에 대해선 말 한마디 없죠?

또 그리고, 피해 보상이 1000억으로도 안될 수 있거든요? 지금 반올림에 알려진 피해자만 200명이 넘고 보상 창구 열리면 훨씬 더 많아질 텐데, 그분들 모두한테 합당한 보상 하려면 1000억도 모자랄 걸요? 그렇다면 추가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건가요? 조정권고안은 일단 700억으로 보상을 '시작'하라는 거였고 추가 재원 마련 방안까지 다 제안해 놓았는데, 왜 삼성은 추가 재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죠?

이래 놓고 권고안을 수용했다구요? 안 부끄러워요?

(설령 권고안을 수용했다 칩시다. 그래도 문제 아닌가요? 조정위원회는 권고안에 대한 수정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했고, 삼성을 포함한 교섭 당사자들이 전부 수정 의견을 제출했죠? 그렇다면 지금은 그 의견들을 조율하여 최종 합의사항을 도출해야 할 때죠? 아무래도 권고안 중 추가될 것도 있고 빠질 것도 있어야겠죠? 그런데 일방적으로 권고안을 덜컥 수용해 버리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지금 스스로 교섭 원칙 깼다고 광고하는 건가요?)

피해자들이 보상위원회를 원한다?

"오랜 시간 문제 해결을 기다려온 발병자와 가족들은 무엇보다 신속한 보상을 절실히 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족대책위원회는 '신속한 보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지난 9월 13일 발표한 '보상위원회에 대한 입장'을 통해 '보상위원회를 통한 해결이 가장 신속한 방안'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가족대책위원회에는 총 여섯 명의 피해자가 있었죠? 지금은 그 중 한 명도 '보상위원회'에 반대한다며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 중이죠? 그럼 당신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보상위원회'에 동의하는 피해자는 현재 다섯 명이군요, 그렇죠?

그 다섯 명 말고 또 어떤 피해자가 보상위원회에 동의하던가요? 최근 보상위 반대 성명에 참여한 피해자만 오십 명이 넘고,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눈물을 흘리며 보상위원회를 규탄한 피해자만 해도 다섯 명이 넘는데, 그들의 절실함은 왜 모른 척 하나요? 당신 회사에서 일하다 건강 잃고 가족 잃은 그들이 회사 앞까지 쫓아가서 울분을 토하는데, 당신들 정말 안 부끄러워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다발성경화증 피해자 김미선님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김시녀 님(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님의 어머니). ⓒshin Woong-jae/Redux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

" 특히 저희 반도체 생산라인은 그 가운데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2013년 노동부 진단에서 '화성' 공장에서만 2000건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었죠?

그 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기흥' 공장 진단한 보고서에도 안전보건 관리가 엉망이라고 나오지 않았었나요? 특히 '화학물질 관리'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가 거의 전반적으로 관찰되고 있다"가 총평 아니었나요? 그래 놓고 그 보고서는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며 아직도 은폐하고 있지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요? 정말 정말 안 부끄러워요?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사하겠다니...

'조정 보류' 요청해놓고 기습적으로 '보상위원회 발족' 발표하였을 때, 삼성씩이나 돼서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 싶었어요. 심지어 보상위원들까지 직접 지명한 것을 보고는 정말 경악할 수밖에 없었구요.

당신들이 지명한 그 위원님들이 보상 기준 정하고 심사ㆍ집행까지 총괄한다 했죠?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고르고 보상액까지 정한다는 거잖아요? 그게 말이 되나요?

기억하겠지만 이 교섭은 당신들이 제안한 거였어요.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먼저 공문을 보냈었죠. 모든 대화에는 최소한의 원칙이란 게 있어요.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할 때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란 게 있구요. 당신들은 그 원칙과 도덕을 모두 짓밟았어요.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진심으로, 부끄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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