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엘튼 존-푸틴 전화통화의 진실

  • 김병철
  • 입력 2015.09.17 13:52
  • 수정 2015.09.17 13:53
Prime Minister Vladimir Putin speaks on a cell phone with President Dmitry Medvedev, during a visit to a temporary shelter for the people whose houses were burned to the ground in the villages, surrounding Nizhny Novgorod, Russia's fifth-largest city, 475 km (300 miles) east of Moscow, Friday, July 30, 2010. The fires have spread quickly across more than 200,000 acres (90,000 hectares) in recent days after a record heat wave and severe drought that has plagued Russia for weeks.(AP Photo/RIA Novo
Prime Minister Vladimir Putin speaks on a cell phone with President Dmitry Medvedev, during a visit to a temporary shelter for the people whose houses were burned to the ground in the villages, surrounding Nizhny Novgorod, Russia's fifth-largest city, 475 km (300 miles) east of Moscow, Friday, July 30, 2010. The fires have spread quickly across more than 200,000 acres (90,000 hectares) in recent days after a record heat wave and severe drought that has plagued Russia for weeks.(AP Photo/RIA Novo ⓒASSOCIATED PRESS

영국의 유명 록 가수이자 동성애 옹호론자인 엘튼 존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전화통화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장난전화로 드러났다.

러시아 국영 TV 채널 쇼프로 진행자인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가 16일(현지시간) 각각 푸틴 대통령과 그의 공보비서(공보수석) 드미트리 페스코프를 가장해 엘튼 존에게 장난 전화를 걸었다고 밝힌 것이다.

엘튼 존은 푸틴 대통령을 가장한 장난 전화에 속아 동성애자 권리를 논의하자는 제의에 호응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는 촌극을 벌인 셈이 됐다.

영국 일간 텔래그래프에 따르면 크라스노프와 스톨야로프는 지난 14일 밤 런던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엘튼 존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스톨야로프는 자신을 푸틴 대통령의 공보비서인 페스코프라고 소개하고 푸틴을 가장한 크라스노프에게 수화기를 넘겨줬으며 엘튼 존은 그를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라 믿고 대화했다.

이들은 성적소수자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심지어 11월에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푸틴과 비서'는 11분에 걸친 전화 통화 내용을 나중에 유투브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짖궂은 장난 전화였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엘튼 존은 동성애자를 경멸하는 푸틴이 전화한 데 감동한 듯 "푸틴 대통령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대화를 나눈 데 대해 감사한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엘튼 존은 "전화통화에서 푸틴에게 전화해줘서 영광이라고 한 뒤, 성적소수자(LGBT)들을 대신해 공정한 대우를 받게해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나는 뮤지션이고 인도주의자이며 정치인이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얘기를 나누고 싶다. 왜냐하면, 많은 이슈를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엘튼 존은 "내 생애 가장 멋진 대화였다"고 푸틴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가 하면 "1979년 소련에서 공연을 한 이후 러시아는 내 인생의 일부가 됐다"며 러시아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크라스노프 등은 엘튼 존이 지난주 말 BBC 방송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푸틴과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후 장난 전화를 걸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크라스노프는 "푸틴이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엘튼 존을 만나거나 그와 전화통화를 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인 반면 엘튼 존은 푸틴의 전화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에 장난 전화를 진짜로 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라스노프의 장난 전화에 속은 사람은 엘튼 존 만이 아니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 등 러시아의 유명인사들이 걸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엘튼 존은 지난 주말 키예프에서 성적소수자 권리 옹호를 위한 로비활동을 벌이다가 비전통적인 성관계에 관한 어떤 선전도 금지한 2013년 제정 러시아의 관련 법을 비판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엘튼 존은 이후 푸틴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크렘린궁은 공식 부인해 사태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푸틴의 대변인 페스코프는 "푸틴 대통령은 엘튼 존과 대화한 적이 없고 더 중요한 것은 그(엘튼 존)로부터 어떠한 만남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텔래그래프는 전했다.

장난 전화의 진실이 드러난 뒤 페스코프는 장본인들이 자신에게 사과를 할 필요는 없지만 엘튼 존에게는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그는 "엘튼 존은 러시아에서도 존경받고 사랑받는 음악가인데 그를 상대로 그같은 장난을 한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면서 "엘튼 존이 실제로 요청을 해 온다면 푸틴 대통령이 그와 만나 모든 질문에 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스톨야로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라스노프와 함께 엘튼 존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엘튼존 #푸틴 #전화 #러시아 #국제 #장난전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