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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경찰은 난민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다(사진)

헝가리 경찰이 세르비아와 접한 국경에서 입국을 허용하라고 시위하던 중동 난민·이민자들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독일과 북유럽으로 가려던 난민 일부가 헝가리 대신 크로아티아로 경로를 바꾼 가운데 크로아티아는 이들의 통과를 돕고 있지만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는 난색을 표하는 등 '발칸루트' 난민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헝가리-세르비아 국경서 경찰과 난민 충돌…수십명 부상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뢰츠케 국경검문소에서 난민들이 물병과 돌 등을 헝가리 경찰에 던졌고 경찰은 난민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대응하는 충돌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경찰은 "세르비아 쪽의 군중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돌과 병을 던지고 막대기를 휘둘러 경찰은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경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맞선 난민들은 "문을 열라"며 시위를 벌였으며, 복면을 두른 청년 여러 명은 국경 검문소 문을 발로 차고 돌을 던지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으며, 아기를 안은 여성과 어린이 등을 포함한 난민들은 최루가스를 마셔 세르비아 구급차가 출동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이라크인 아미르 하산은 AP통신에 "우리는 전쟁과 폭력에서 도망쳤고, 유럽에서 이런 무자비함과 비인간적인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헝가리 경찰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AFP 통신은 난민 수십명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헝가리로 진입했으며, 헝가리 군은 기관총을 장착한 험비 여러대를 국경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기오르기 바콘디 헝가리 총리실 수석보좌관은 "이민자와 경찰 간 충돌로 경찰관 20명이 부상했다"고 말했으며, 다른 헝가리 관리는 "무장한 이민자들은 헝가리에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헝가리는 개정 이민법이 발효된 전날 새벽 0시부터 세르비아에서 오는 난민과 이민자들을 전면 차단하기 시작했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헝가리 법원은 이날 이라크 남성에게 불법으로 국경을 통과한 혐의를 인정해 추방을 결정하고 1년 동안 헝가리 입국을 금지했다.

이 남성은 개정 이민법 시행에 따른 첫 형사처벌 대상이 됐으며 법정에서 월경이 범죄라는 것을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판사는 관련 법률을 몰랐다는 주장이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전날 시행된 이민법 개정안은 불법 이민자 규모가 수용 한도를 넘으면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으며, 불법으로 국경을 통과하면 징역 3년형, 철조망을 훼손하면 5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날 충돌 직후 세르비아 당국에 '무장 이민자'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세르비아 당국자는 "국경에서 최루탄을 쏜 것을 강력 항의한다"며 헝가리 경찰을 비판했다.

다만, 세르비아는 이민자들이 헝가리 경찰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에 경찰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헝가리는 충돌을 빚은 뢰츠케-호로고스 국경 검문소를 30일 동안 잠정적으로 폐쇄한다고 세르비아 당국에 통보했다.

무슬림 이민자에 단호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오스트리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루마니아에 이어 크로아티아 국경에도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전날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루마니아의 국경에도 철조망을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루마니아 정부는 EU 회원국 간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은 EU 정신에 어긋난다며 비난했으며 이날 자국 주재 헝가리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항의했다.

◇경로 바뀐 '발칸루트'…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이견

난민 상당수는 전날부터 헝가리를 지나서 독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세르비아 북서부와 접경한 크로아티아로 경로를 바꿨다.

이들은 크로아티아로 입국해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과 북유럽으로 가는 도보행진에 나섰으며 이날 오후 300여 명이 크로아티아로 입국했다.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우리는 인종과 종교, 피부색을 따지지 않고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됐다"며 이들이 독일과 북유럽으로 가는 것을 돕겠다고 밝혔다.

크로아티아 당국은 이날 300명이 세르비아에서 입국했으며 앞으로 며칠 동안 4천 명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크로아티아 국민은 난민을 환영한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난민들이 이동하는 국경 지역에 1990년대 발칸 전쟁 당시 묻어둔 지뢰가 많아 위험하다며 지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도로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는 크로아티아와 다른 입장을 밝혀 발칸루트의 병목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슬로베니아 내무부는 이날 EU 법규에 따라 독일 등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에게 '안전 통로'를 제공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슬로베니아는 EU 규정에 따라 자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크로아티아는 EU 회원국이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에는 가입하지 않았고, 슬로베니아는 헝가리와 함께 발칸반도의 솅겐 국경이다.

오스트리아 내무부도 이날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선별적 통제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통제되지 않은 대량 난민 유입에는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들이 세르비아에 갇힌 상황에서 세르비아 남부 마케도니아 국경에는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후까지 난민 4천 명이 추가로 도착해 발칸루트의 난민위기는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시리아 난민들이 에게해 상의 난민보트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터키 서부 국경도시 에디르네로 몰려들어 터키 경찰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불가리아 정부는 이날 에디르네와 접경한 남동부 지역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불법 입국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칸루트에는 현재 헝가리가 세르비아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했으며 EU 회원국인 불가리아는 터키 접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솅겐 가입국 중에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이 국경을 통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루크 역에 있던 난민 1천여 명은 이날 독일로 가는 기차가 운행하지 않자 독일 국경을 걸어서 넘는 도보 이동을 시작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난민 위기 상황에 대응해 일시로 국경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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