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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9월 인상론'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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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 결정 시점이 임박했다.

인상 시점을 놓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9월 인상' 가능성은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다.

금융시장은 9월 동결을 예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이 '독불장군'처럼 금리 인상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달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올해 10월, 12월을 넘어 내년으로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9월 금리인상론 힘 잃어…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

금융시장은 16일 미국 금리의 9월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은 '9월 인상' 지지론자들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 14일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3주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달러는 그동안 금리 인상 가능성에 꾸준히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적어도 12월까지는 기록적인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달러 약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흥국 금융시장도 금리 동결을 기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전날보다 0.8% 올랐다. 같은 시간 말레이시아 링깃과 태국 바트 가치도 달러 대비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28%로 낮게 평가했다.

10월과 12월에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각각 40%, 59%로 나타났다.

물론,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12월까지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9월은 고사하고 올해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BMO 캐피털마켓츠의 애런 콜리 금리 전략가는 "(FF금리 선물 시장에서) 인상 가능성이 작게 평가된 것은 일부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생상품 시장에선 절반가량이 내년까지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에 베팅했다.

바클레이즈는 9월 인상 전망을 폐기하면서 아예 연준이 금리를 처음으로 올리는 시점을 내년 3월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즈는 "미국 경제지표가 금리를 올릴 만큼 좋지만 금리 인상으로 시장을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연준이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어스 수석 경제분석 전문가도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의 경제 상황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했다"면서 내년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놨다.

◇ 금리인상 시기 전망 늦춰지는 이유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시장은 미국 금리가 9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올해 안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했고 최대 두 차례 인상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흥국의 경제 위기 우려 속에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한 것도 9월 인상설의 근거였다.

지난 7월 이후 중국발 악재에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9월 대세론'은 점점 힘을 잃기 시작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주식·외환시장 동요와 신흥국 위기 등이 불거지면서 금리 인상 연기설이 대두했다.

FT는 "최근의 시장 동요, 달러 강세, 신흥국 위기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많은 사람이 이달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달러 강세와 저유가 등이 펼쳐지는 시장 환경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WSJ은 "올해 들어 정도가 심해진 달러 강세와 주식시장 악세에 따른 자산 손실 등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낮출 요인"이라며 "저유가도 중국 경제 전망이 좋지 않다는 증거여서 세계 경제 불안이 심해지면 미국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자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중국 경기 둔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금리 인상 연기를 지지했다.

◇ "연준, 시장과 소통 부족하다"

미국이 이달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리를 동결하면 미국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자산시장의 거품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연준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려놓지 않을 경우 미국 경기가 침체기로 빠져들 때 경제를 살릴 통화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연준의 고민거리다.

연준이 현재의 세계 경제 불안보다 미국 상황을 더 우위에 둔다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연준이 이달에 금리를 올리면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방향타는 '9월 동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준이 올해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에 9월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연준에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다고 '연준 책임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과 관련한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7월에 금리 인상을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놓고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소통 부족이 낳은 결과를 연준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에 연준의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미국 채권시장에 '대학살(Bloodbath)'이라고 불릴 만큼 강한 충격을 줬고 멕시코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3년 6월에도 연준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예상치 못한 충격에 세계 금융시장은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미국 연준이 과거 사례처럼 시장의 예상과 빗나가는 결정을 할지는 이번 주말에 결정된다.

미국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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