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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계 미국인 디자이너, '경찰폭력'을 런웨이에 끌어올리다

  • 남현지
  • 입력 2015.09.14 14:42
  • 수정 2015.09.14 14:56

아프리카계 미국인 디자이너, 커비 장-레이몬드(28)가 이번 2016 S/S 뉴욕패션위크에서 '경찰 폭력(police brutality)'이라는 아주 강력한 주제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허핑턴포스트US에 따르면 브랜드 파이어 모스(Pyer Moss)를 이끌고 있는 커비 장-레이몬드는 10일 목요일 컬렉션을 시작하기 전, 15분짜리 비디오를 상영했다.

Pyer Moss Spring 2016 Fashion Show

동영상은 "파이어 모스 뉴스 네트워크"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이어 2014년 뉴욕에서 경찰에게 목이 졸려 숨진 에릭 가너의 딸 에메랄드 가너의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또한 에릭 가너가 경찰에게 체포되던 순간, 14세 흑인소녀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경찰의 모습, 2006년 비무장이었지만 경찰에게 50발의 총을 맞은 흑인 션 벨의 약혼녀도 등장한다. 허핑턴포스트US에 따르면 퓰리처상 수상 패션 저널리스트 로빈 기브한, 패션학교 파슨스 스쿨의 학장 조엘 타워스의 논평도 담겼다고 한다.

Video of Eric Garner played before Pyer Moss SS16. #nyfw

Marc(@marcbain_)님이 게시한 동영상님,

뉴스 사이트 쿼츠의 패션 리포터 마크 베인이 찍은 파이어 모스 쇼 영상. 에릭 가너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장면이다.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로빈 기브한의 글에 의하면, 장-레이몬드는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행해지는 인종차별, 부당함을 생각해보게 하기 위해 이러한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패션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야 할 내적 의무를 느꼈다고 패션매체 패셔니스타에 전했다. "다른 사람의 문제니까, 아무도 책임을 떠맡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장 레이몬드는 쇼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옷을 선보일지 말지 고민했다고 한다. 자신이 진짜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옷이라는 물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패션 하나하나에는 '경찰폭력'이라는 주제가 숨어있었다. 쇼의 배경음악엔 총소리가 가미되었으며, 모델들이 신은 흰색 부츠에는 에릭 가너가 죽기 전 내뱉은 'I Can't Breathe'라는 문구가 검정색으로 쓰여 있었으며, 몇몇 부츠에는 피자국을 연상케하는 물감이 뿌려지기도 했다.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다)" 뉴욕 백인 경찰이 흑인 에릭 가너를 목 졸라 체포하는 과정에서 에릭 가너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파이어 모스의 옷에는 "Breathe, Breath, Breate" 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그레고리 시프와 협업한 것.

"I Can't Breathe" 문구가 부츠에도 쓰여있다.

목이 졸려 숨진 에릭가너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머플러 장식'.

경찰의 검정색 권총 케이스를 연상시키는 액세서리

사실 '경찰 폭력'은 디자이너 개인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그는 18세 때 수십번이고 경찰로부터 자신의 몸을 수색당했다고 쿼츠에 전했다. 뉴욕에 사는 흑인 소년에게 이 정도 횟수는 흔한 셈이다.

"더 많은 정보와 이해를 원한다면, 눈을 떠라." 패셔니스타는 파이어 모스의 동영상에 이와 같은 문구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렇다. 장-레이몬드는 우리가 눈감고 지나쳤던 것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그것이 경찰폭력이든, 무엇이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말이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커비 장-레이몬드

H/T Huffpos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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