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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 조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다

할머니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시작하셨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두 분을 실망시킨다는 생각만 해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내가 방금 밝힌 것 때문에 두 분이 나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우리 관계가 달라지면 어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폭발하기 직전일 때 할머니는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하지만 걔는 널 너무 쥐고 흔들어!" 잠깐, 뭐라고?

  • Amanda Hite
  • 입력 2015.09.14 10:20
  • 수정 2016.09.14 14:12
ⓒAmanda Hite

내 조부모님은 아주 편견이 심한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셨다.

그렇지만 평생 나는 조부모님이 타인들에게, 서로에게,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늘 조부모님과 굉장히 가깝고 신성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분들은 내가 마주 앉아서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최초의 - 그리고 유일한 - 사람들이었다.

내 삶의 다른 사람들은 일찌감치 내가 게이라는 걸 짐작했거나 알아냈다. 성인이 된 이래 나는 내 자신이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 섹슈얼리티를 숨기려 하지 않았지만 일부러 드러내놓고 내게 꼬리표를 붙이려 애쓰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나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조부모님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두 분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내게는 중요했다.

여러 해 동안 매년 말일이 되면 나는 쿨한 파티 초대를 사양하고 조부모님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다. 어느 해 말일에 나는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불안했다. 늦은 시간이었다. 할아버지는 잠이 드셨고, 와인 한 병을 마신 나는 할머니와 단 둘이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할 용기를 냈다.

"할머니, 말씀드려야 할 게 있어요. 앉으세요."

할머니는 앉고 물으셨다. "그게 뭐니, 맨디?" 조부모님이 나를 부르시는 애칭이 맨디였다.

"음, 저는 (당시 여자친구 이름)과 사귀고 있어요. 우린 그냥 친구가 아니에요. 우린... 그러니까... 커플이에요."

그 당시 할머니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시작하셨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두 분을 실망시킨다는 생각만 해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내가 방금 밝힌 것 때문에 두 분이 나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우리 관계가 달라지면 어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폭발하기 직전일 때 할머니는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하지만 걔는 널 너무 쥐고 흔들어!"

잠깐, 뭐라고?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좌지우지하게 하면 안 된다, 나는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내 스스로 자신을 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내 인생의 충고를 해주셨다.

신이여.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 맞은 편으로 가서 할머니를 꼭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에는 할아버지가 이 소식을 들으셨다. 지금까지도 할아버지의 반응을 생각하면 나는 감정이 북받친다. 할아버지는 아마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내가 정말 동성애자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자 할아버지는 오직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존경할 사람을 찾기를, 그리고 그 사람이 똑같이 나를 사랑하고 존경하기를 바라실 뿐이었다.

할아버지는 파킨슨씨 병으로 오래 고생하시다 지난 9월에 조부모의 날 직전에 돌아가셨다. 말년의 할아버지는 전기 휠체어를 사용하셨고 방안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데만도 1시간이 걸렸다. 자기 앞가림하기도 힘드셨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할머니 옷장으로 가서 파자마를 꺼내 놓으셨다.

매일 밤 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우리 모두 때가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시간쯤 전, 할머니는 침실로 가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할아버지가 보시도록 예쁘게 치장하셨다. 할머니는 돌아와서 할아버지의 호스피스 침대 옆에 앉아 손을 잡으셨다. 할머니는 내가 들어 본 한 연인이 다른 연인에게 하는 말 중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하셨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그들의 사랑, 함께 한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했다. 그토록 잘 사랑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시고, 예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제 당신은 가도 괜찮다,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나의 조부모님 돈 하이트와 맥신 하이트가 결혼한 지 64년 뒤의 일이었다.

우리가 커밍아웃할 때 남들에게 받기를 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여생을 함께 할 사람과 나누고 싶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생각하면 나는 조부모님을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사랑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Coming Out to My Grandparents: A Love Stor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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