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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이니 기쁘지 아니한가 - 제1회 LGBTI 법률가대회를 다녀와서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처럼, 법조계에도 당연히 성소수자들이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법조계에 종사하고 있는 성소수자 법률가들이 한 번 모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동성혼소송 변호인단 준비회의를 마친 어느 날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gettyimagesbank

"우리도 이제 모여 볼까?"

외국에는 커밍아웃한 법조인들이 꽤 있다. 그 중에는 고위법관들도 있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주자네 베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도 그 중 한 명이다(주자네 베어 재판관 한겨레21 인터뷰). 미국 하와이 주 대법관인 사브리나 매케나(Sabrina McKenna)도 커밍아웃한 대법관이다. 2012년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지역 레인보우 라이징 심포지엄 에 갔을 때 사브리나 매케나 주 대법관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어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처럼, 법조계에도 당연히 성소수자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변호사협회(ABA) 산하에 전미 성소수자 변호사협회(The National LGBT Bar Association)가 있고, 각 주 변호사회나 로스쿨에 LGBT 위원회가 따로 있다. 그리고 이들이 모이는 라벤더 로 컨퍼런스(Lavender Law Conference)가 매년 열리는데, 1600명 이상의 참가자와 40개 이상의 워크숍과 패널토론, 취업박람회가 열릴 만큼 대규모 행사라고 한다. 2015년 주제만 살펴봐도, 결혼 평등, 교육 분야, 법관선거, 노사를 대표하는 변호사들을 위한 노동법과 LGBT 친화적인 일터를 만드는 방법 등 대규모 행사답게 그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이제 한국에서도 법조계에 종사하고 있는 성소수자 법률가들이 한 번 모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동성혼소송 변호인단 준비회의를 마친 어느 날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이번 여름에 제1회 LGBTI 법률가대회를 개최하자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한가람, 류민희, 조혜인 변호사와 의기투합했다.

특히 올해 이 대회를 개최하고자 한 건 근래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 이슈가 자주 대두하고 있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인권 이슈도 동성결혼,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차별금지법, 청소년, 교육, 노동, 난민 등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성소수자 당사자이자 법률가들이 이런 상황과 의제들을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너무나 유쾌했던 1박 2일

제1회 LGBTI 법률가대회는 8월 15일과 16일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얼마나 참가할지였다. 이번 대회에는 주최 측 포함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판결(결혼의 권리는 헌법상 권리이며 동성결혼을 금한 주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번역하고 한겨레 21과 인터뷰한 게이법조회를 포함하여,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사법연수원에 다니고 있는 예비법조인들도 참가하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처음이어서 어떤 정답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성소수자 법률가들이 처음 모이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이라는 어색함도 잠깐, LGBTI 특유의 유쾌함과 유대감으로 1박 2일이 채워졌다.

2014년 한국에서 있었던 LGBTI 인권의 주요 사건을 되돌아보고, 군형법, 차별금지법, 청소년/교육, 트랜스젠더, 동성결혼 이슈를 간략히 짚어보는 시간처럼 한국 성소수자 인권 관련 법,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었던 것은 '성소수자 법조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이라는 토크쇼에 이어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모둠별로 나누어 커밍아웃, 연애, 진로와 미래, 가족과의 관계, 학교와 직장생활 등의 키워드로 각자의 사연과 고민들을 주고받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이 모임의 역할과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을 나누고 내년 2회 대회를 기약하면서 마무리했다. 아직 딱딱하게 고정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유쾌한 첫 만남이었다.

글 _ 장서연 변호사

* 제1회 LGBTI 법률가대회 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게이법조회, SOGI법정책연구회 공동주최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공식 후원과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물품 후원을 받아 개최했다.

* LGBTI 는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Transsexual and Intersexed의 이니셜로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블로그 에도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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