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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해 신고'에도 30분 만에 엉뚱한 집으로 출동

ⓒgettyimagesbank

서로 다른 두 건의 112신고를 동일 사건으로 오인한 경찰이 늑장 출동하면서 결국 사람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밤 9시42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박아무개(64)씨가 아들(34)의 여자친구인 이아무개(34)씨를 흉기로 찔렀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30분 전인 9시12분께 박씨의 아들은 112로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전화로 다툰 여자친구가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하자 우리 어머니가 흉기를 든 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용산경찰서는 한남파출소 42호 순찰차에 출동하라는 지령을 내렸지만, 박씨의 집과 불과 68m 떨어진 곳에서 앞서 9시2분에 들어온 가정폭력 신고를 처리하고 있던 42호 순찰차는 새로운 지령을 동일 사건으로 오인해 박씨의 집으로 출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지원 명령을 받은 43호 순찰차도 다른 사건을 처리하느라 출동이 늦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급해진 박씨의 아들은 9시27분께 112에 재차 출동 독촉 신고를 했다. 그제야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박씨가 이미 흉기를 휘두른 뒤였다. 이씨는 9시55분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박씨는 평소 조울증으로 약을 먹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호 용산경찰서장은 13일 오후 5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순찰차 내비게이션상에는 두 신고 지점이 거의 같은 장소로 표시됐다고 한다. 세부적인 신고 정보를 확인하려면 추가 클릭을 해야 했지만 이를 착각해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용산경찰서는 박씨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는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로부터 지령 녹음파일 등을 넘겨받아 구체적인 지령 내용과 책임 소재를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2012년 발생한 ‘오원춘 살인사건’ 때도 112신고센터와 현장 순찰차 사이의 허술한 지령 체계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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