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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의경 총기사망 사건' 현장검증을 유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진행했다

경찰이 지난달 25일 발생한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총기 사망 사건의 현장검증을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강력사건의 경우 취재진을 불러 피의자의 얼굴까지 공개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해온 경찰이, 정작 자신들의 관리 부실로 발생한 사망 사건은 쉬쉬하며 처리한 셈이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소속 경찰관인 박아무개 경위(구속 기소)가 쏜 총에 맞아 숨진 박세원(21) 상경 사망 사건의 현장검증을 지난달 30일 구파발 검문소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박 상경의 아버지 박창용(56)씨는 13일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은평서로부터 ‘현장검증을 이미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현장검증) 일정을 알았더라면 참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경찰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청 간부들이 지난 8월 28일 서울 은평구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로 숨진 의경의 빈소가 마련된 노원구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에 한상훈 은평서 형사과장은 “현장검증은 수사 과정의 일부라 언론과 유가족에게 공개할 의무는 없다. 유가족이 참관을 요청했다고 해도 돌발 상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불허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검증은 임의수사인 ‘실황조사’에 해당해 공개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은 주요 강력사건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현장검증을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 1월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인질 살해 사건 현장검증은 피의자의 얼굴을 아예 언론과 근처 주민들에게 공개한 상태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유족에게도 현장검증 진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전형적인 은폐·축소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가 경찰의 무기·탄약 관리지침을 어긴 채 운영된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지방경찰청의 ‘무기탄약 관리규칙’은 ‘검문소 근무자가 무기탄약을 분리 휴대함을 원칙으로 한다. 군지휘를 받는 검문소는 군의 규칙에 따른다’고 돼 있다. 그러나 박 경위를 포함한 경찰관 근무자들은 사고 당시 38구경 권총에 실탄을 장전한 채 근무했다. 당시 북한 포격 사태로 군경이 경계를 강화한 상태이긴 했지만, 검문소를 함께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헌병들이 간이무기고에서 실탄을 꺼내지 않은 채 근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 의원은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망 사건은 개인의 문제와 함께 조직이 규정을 어겨 발생한 복합적인 사건이다. 사건 관계자와 지휘관들은 분명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관련자와 지휘 라인에 대해 아직 징계나 문책을 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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